2016 10 1 디스이즈 우디앨런, 맨하탄 영화 리뷰 - 내 인생의 영화들

애정하는 에세이스트 김경의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에서 언급된 것을 보고 챙겨본 영화. 내가 봤던 우디앨런 영화 중 최고. 요즘의 우디앨런은 수려한 미쟝센과 멋진 로케이션이 매력적인 상업영화로 흥행하고 있지만('미드나잇 인 파리'가 대표적) 아무리 겉포장이 화려해도 역시 우디앨런의 정수는 미국 지식인의 시니시즘이 가득 묻어나는 대사들에 있다.

지적 허세로 가득찬 지식인들이 반고흐가 어쩌고 플로베르가 어쩌고 떠들어대고 현대미술관과 음악회장을 오가지만 결국은 자기 각자의 외로움들을 어쩌지 못하고 찌질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뉴요커들의 모습들이 보기 싫다기보다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넌 너무 어리다며 밀어내기만 하던 십대 소녀에게 결국은 다시 달려가 사랑을 갈구하는 사십대 글쟁이의 못남이, 때려주고 싶다기보다는 그 소녀가 말하듯이 '사랑에 좀더 믿음을 가져봐요'라고 하며 안아주고 싶은 것. 우디앨런의 주인공들은 특별히 선하지도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고 그저 바람을 좀 피우거나 충동적으로 직장을 때려치거나 하는 식의 어리석은 행동들을 좀 할 뿐이며,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조금쯤은 사랑스럽기도 하다. 이런 식의 휴머니즘이 우디앨런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시니시즘과 아이러니들을 모나지 않게 끌어안아주는 듯하다.

90분 정도로 짧은 편이라서 농담과 말장난으로 가득찬 영화의 리듬감에 딱 적절한 러닝타임. 친구는 뭐가 재미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지만 ㅋㅋㅋ 우디앨런은 역시 좀 알고 봐야 더 재밌는 거 같다. 홍상수 영화도 처음 보면 이게 뭔가 싶은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것처럼 우디앨런도 그렇다. 내가 본 최초의 우디앨런은 '애니 홀'이었는데 정말 보는 내내 이게 뭐지?! 싶었다. 어디서 웃어야하는지 알지못함... 우디앨런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지금 보면 아마 더 재밌게 느낄 거 같긴 하다. 그래도 애니 홀보다는 맨하탄이 300배쯤 더 좋음! 맨하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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