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적인 삶, 장폴 뒤부아, 함유선 옮김, 밝은세상 문장 훔치기

* 시대라는 거대한 베틀 안에서 씨실과 날실을 엮듯이 인간의 삶을 짜 나가는 문학을 좋아한다.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이 그랬고 김연수의 작품들이 그렇다. 프랑스어 특유의 미학일까, 신랄하고 경쾌하면서도 통찰이 깊은 문장들로 짜여진 작품을 통해 프랑스식의 인생을 엿본다. 문화적 격변을 겪은 프랑스의 현대사 그리고 제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계사가 한국의 근현대사만큼이나 격동의 세월이었다는 것을 배운다.


p50-51.
아직 불규칙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빙빙 돌고 있을 뿐인 반란의 바람은 눈에 띄지 않는 우리 서민 생활에서 시작되었다. 그 바람은 흔히 이를테면 개인적인 사소한 우울증이나 가족과 문화와 교육에 따른 불화 등 무의미한 것들에서부터 형성되었다. 정치적 인식은 아직 초보 단계였지만 이젠 소위 스포츠형으로 머리를 짧게 깎고 싶지 않은 세대가 태어나는 중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삶을 정사각형 규격에 맞도록 재단하거나 누군가 자신을 교회로 끌고 가는 것도 원하지 않는 세대였다. 공정성과 자유를 열망하고, 자신이 믿는 신과 자신의 오랜 스승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기를 열망하는 세대였다. 그렇다, 참으로 앞선 세대와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세대였다.
일찍이 역사상 숱한 시대를 거쳐오면서 이만큼 격렬하며 맹렬하고 심각한 붕괴는 없었다. 1968년은 은하계로 가는 여행의 해였다. 단순히 달을 정복하기를 열망하는 미국인들의 소박한 우주 정복보다 더 급진적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그해 5월에 엄청난 예산이나 구체적인 계획 또는 훈련도 없이, 더구나 총통이나 쿠데타 장군도 없이, 수백만의 남녀를 새로운 별을 향해, 또 다른 세계로 태워가는 것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는 예술, 교육, 섹스, 음악, 정치 등 이 모든 것이 전후의 엄격함과 정해진 규범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런 혼란의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이 저지른 숱한 교수형,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왕족의 자기도취, 장군의 모자, 변호사 틱시에 비냥쿠르, 성직자의 악취, 학교의 곰팡내, 한치도 양보 없는 도덕의 잣대, 여성의 조건, 거물급 인사의 절대권력, 원유수송선 토리 캐년 호 사건, 지스카르의 뻔뻔스러움, 퐁피두와 그가 즐겨 피우는 골루아즈 담배, 베트남 전쟁, 바티칸에서 두 번째로 열린 세계주교대회, 벤 바르카 사건이 있었다.


p136.
때로 우리는 자신의 무게에 눌려서 저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한다. 바닥에 닿는 순간 발 아래에서 근원적인 우리 본래의 모습인 물컹하고 구역질나는 물체를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도살장으로 끌려갈 어린것들 마음속에 깃든 대대로 내려오는 공포를 깨닫는다. 인생은 '그것'일 뿐 결코 다른 게 아니다. 인내의 연습이다, 항아리 밑바닥에 언제나 진흙이 좀 남아 있을 뿐이다.


p144.
우스꽝스런 시대였다. 우리 대부분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탐험자 특유의 몽롱한 상태에서 그 시기를 통과했다. 그 대륙은 온갖 자유가 넘치며, 거대한 만큼이나 알 수 없는 땅으로 가득한 대륙이었다. 거기서 시간의 공기는 우리에게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살 수 있게, 구속 없이 즐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바로 전례 없는 모험이다.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놓고 사회적 약속과 종교적 외피까지 벗어던지게 했다. 사랑의 독점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육체를 소유한다는 생각도 그만두고, 쾌락의 문화가 있고, 질투는 아예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p235.
적당한 시점에 나는 아무런 의식 없이 프티부르주아의 여러 단계를 뛰어넘었다. 학위를 따려고 공부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무정부주의자였으며 전율의 시간에 방종했고, 그러고 나서 재빨리 남들이 부러워하는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고, 두 아이로 식구를 채웠고, 마침내 부자가 되었다. 결국 나는 좋은 학생이었다. 나를 길들이거나 매질하기보다는, 안나의 집에서 그러하듯이 제도가 나를 참고 견디기로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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