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일주일 자기탐구일지 2015

귀국 후 일주일. 시간은 하루하루 느리게 흘러간다.

시차적응 하고 여독 푼답시고 며칠을 내리 잤다. 그러거나 말거나 만성 불면증은 귀국과 동시에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다. 부득부득 아침 요가를 끊었다. 두 번 갔는데 아직 신체 컨디션이 온전치는 않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운동한 날에는 밤에 비교적 잘 잔다. 요가에 가지 않는 날도 걷기든 자전거든 운동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할 때는 잡생각이 안 나서 좋다. 머리를 비워야 한다.

읽지도 않을 거면서 무겁게 가져갔다 가져온 책들. 정리할 여행 기록이나 자료들. 하루하루 쌓여가는 신문. 할일이 많다면 많은데 딴전만 피워댔다. 페이스북이나 하고 쓸데없는 어플이나 깔아보고. 며칠 해보니 다 쓸데 없더라. 나는 굉장한 근대인이라는 것을, 합리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최근 자주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애써 부정할 필요가 없다고, 비로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게 편하다.

나는 워커홀릭이고 일할 때 즐겁고 행복하다.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 일 잘하는 내 모습이 좋다. 열심히 해도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인간관계라든가 정치라든가) 그래도 일이나 공부는 어느 정도 노력한 만큼 빛을 본다. 물론 나에게 맞는 일일 경우지만. 이런 모범생 같은 태도가 트렌디하지 못하다고 비아냥거려도 어쩔 수 없다. 그놈의 트렌드도 좇아 보고 대안도 찾아 보고 맞지 않는 옷도 한번씩 다 입어 봤지만 그냥 나는 이게 제일 편하더라. 우연처럼 마주치는 글들 사이에서 내가 감동받는 문장들이 어떤 것인지를 살피며, 자연상태의 내가 가장 편안해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살핀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아간다. 잃은 것도 잃은 거지만, 새로운 나도 발견해나간다. 3년전의 나, 5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취향이나 가치관 등 많은 점이 달라졌다. 분명하다.

공부는 대학원이 해 주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하는 거라는 사실을 되새겼고, 난설 세미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영유언니는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해주었다. 고마웠다. 대전에서 하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읽기 스터디에도 참가하기로 했다. 다시 공부를 한다-- 다시 사는 기분이 든다!

조금씩이나마 다시 글도 쓰고 있다. 좋은 징조다. 다만 너무 얕다고 생각한다. 더 깊은 글을 쓰고 싶다. 열심히 읽고 쓰자. 한 걸음 한 걸음씩. 좀 천천히 가도 괜찮다.


(쓰고 보니 2015년 첫 일기다. 이런 일기를 7년 동안이나 써왔다니, 부끄러운 글들도 많지만 그래도 뿌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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