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화장'될 여자와 '화장'한 여자 사이, 이 남자의 욕망 - <화장> 리뷰 OhmyStar

▲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
ⓒ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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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는 죽음과 삶 사이에 놓인 욕망에 부대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화장(化裝)과 화장(火葬)이라는 동음이의의 제목을 단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이런 식의 절묘한 대비들을 펼쳐놓는다.

영화의 첫 장면은 만가를 부르며 꽃상여를 지고 가는 장례 행렬을 비춘다. 검은 상복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단 한 명의 젊은 여자만이 와인빛 원피스에 화려한 귀고리를 걸쳤다. 사실 장례는 화장으로 치러지며 이처럼 경우 없는 복장으로 장례 행렬을 따라오는 여자는 없다.

화장품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오상무(안성기 분)는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김호정 분)의 병수발을 들게 된다. 일생을 책임감으로 살아온 그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성실하게 아내의 곁을 지키지만, 홍보팀 여사원 추은주(김규리 분) 대리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밤이면 병든 여자의 뒷바라지를 하고 간이침대에서 토막잠을 자고 회사에 출근한다. 회사에는 젊은 여자가 그야말로 싱그럽게 살아있다. 화장(火葬)될 여자와 화장(化裝)을 곱게 하는 여자가 대비된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불륜을 그리지 않는다. 오상무는 내면에 소용돌이치는 욕망을 성실과 책임감으로 억누르며, 병든 아내를 보살피는 데 한치도 소홀하지 않는다.

"아빠는 엄마 사랑한 적 없잖아."

결국 죽은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딸은 아버지 오상무에게 쏘아붙인다. 사랑은 무엇일까? 나중에는 용변도 가리지 못하는 아내의 병수발을,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묵묵히 해내는 오상무의 모습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병든 아내를 보살피는 남편의 모습을 비춘 영화 <아무르>를 연상하게도 한다.

▲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의 병수발을 묵묵히 해내는 오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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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무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모든 것은 단지 책임감이었을까? 그렇다면 오상무는 추은주를 사랑했을까? 단지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는 질문을 던지지만 사실 주된 초점은 '욕망'에 맞추고 있다.

욕망과 책임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 그는 전립선비대증으로 기구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소변을 보지 못한다. 배설욕구조차 스스로 풀어내지 못하는 남자는 양복 바지 속에 소변주머니를 숨기듯 자기 욕망을 감춘다. 한편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여자가 있어 대비를 이룬다. 여자는 아프다고 울부짖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오열하기도 하고, 말도 많이 한다.

영화는 수미상관적으로 상상 속의 장례 행렬을 비추며 끝난다. <서편제>와 <취화선>을 만든 임권택 감독의 스타일이 잘 녹아있는 장면이다.

영화는 2004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김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만들었다. 거장의 연출력뿐만 아니라 원작의 힘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다. 러닝타임 93분, 국내 개봉 10월 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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