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카페에서 키보드를 한참 두들기고 있었는데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이란 재즈가 들렸고 그 순간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그 순간은."
소설가 천명관의 이야기를, 봄소식을 담은 편지 속에 받았다.
글을 쓰면 행복하다... 여행을 하면 행복하다... 책을 읽으면 행복하다...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사실은 다 순간순간의 감상에 이끌리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for some sentimental reasons. 하지만 그러면 뭐 어떠랴. 적어놓고 보니 이 글도 무척이나 감상적이다.
내게는 이상하게도 잔인한 삼월이라서, 작년에도 이맘때가 무척 힘겨웠다. 죽고마저 싶었다. 어쨌거나 난 살아남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여러 극단의 세계에서 널 뛰듯 사느라 무척 버겁다. 활동가인 나, 텍스트 노동자인 나, 연구자인 나... 다 욕심이다, 욕심 때문이다.
나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게 내 길이다. 몇 개의 나라, 몇 개의 도시를 다녔다거나 몇 권의 책을 냈다거나 몇 번의 강연을 했다거나 하는 숫자는 더이상 내게 의미가 없다.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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