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퇴하고 신촌에 '기생집' 차렸습니다 - 강드림 인터뷰 OhmyNews

"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
- UV, <이태원 프리덤> 중

1990년대 문화의 진원지였던 신촌. 지금은 옛 명성을 잃고 "뭔가 부족한" 유흥가가 돼 버렸다. 비슷비슷한 술집과 고깃집이 즐비한 신촌의 한 골목에 심상치 않은 간판이 내걸렸다.

'인간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이하 인실패)'

빨간 바탕에 궁서체로 새긴 글씨만으로도 존재감이 강렬하건만, '본격 제3세계 민속악기 전문 연주 기생집'이라는 설명은 한술 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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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의 수상한 술집 '인간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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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군단 희대의 관심병사 전역. 2010, 2011, 2012 신춘문예 내리 낙선. 2012, 2013 KBS 공채 개그맨 시험 연속 탈락. 2012 총선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경선 1차 탈락.'

독특한 '주인장 약력' 또한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개업 후 '신촌의 수상한 술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인실패의 강드림 사장을 만나봤다.

신촌의 수상한 술집 '인간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

인실패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다. 술도 팔지만, 사장과 손님을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모의와 꿍꿍이들을 펼쳐낼 수 있는 대안문화공간이다. 사장 강드림(30)씨는 이곳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글도 쓴다. 즉흥적으로 춤판이 벌어지기도 하고, 농담과 패러디가 가게 곳곳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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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분위기의 내관을 갖춘 인실패의 모습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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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가게로 들어서면 강 사장은 환영의 뜻으로 티벳의 타악기 '팅샤'를 연주해준다. 하나의 퍼포먼스와도 같이 독특한 접객이다. 이어서 가게 운영 방침이 안내된다. 술은 알아서 가져다 먹으면 되고, 안주는 그날 되는 것 한 가지 뿐이다. 원하는 안주가 있으면 사다 먹어도 되고 시켜 먹어도 된다. 메뉴판도 따로 없다.

메뉴판이 따로 없는 이유에 대해서 강 사장은 "일을 일처럼 하기 싫어서"라고 말한다.

"메뉴를 고정해 놓으면 매일 똑같은 걸 해야 되고, 재미없잖아요. 그날 그날 시장을 보고 느낌 따라 만들어요. 매일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거예요."

표준화된 메뉴는 아니지만 강 사장의 요리 실력은 수준급이다. 매생이볶음, 고구마퓨레 파스타 등 신기한 요리들을 뚝딱 만들어 내놓는다. 요리사는 강 사장의 또다른 직업이다. 심지어 'tvn 마스터셰프 코리아3'에도 출전 준비중이라고.

그 외에도 강 사장의 직업은 많다. 술집 사장이 본업이고 요리사, 기생(?!), 음악치료사, 탭댄서, 여행가이드, 동대문 옷장사, 미용사, 유치원 상상력 선생님, 소설가, 굴착기 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여러 직업을 경험한 이유에 대해서 강씨는 "재밌으니까"라고 말한다. 재밌겠다 싶은 건 다 해봤다. 그리고 재미가 없어지면 곧 그만뒀다. 홍대에 있었던 인실패 1호점을 닫은 이유도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국일주 스쿠터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신촌에 가게를 열었다.

"전국의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살았는데, 거기서 하는 짓이 제가 술집에서 하는 짓이랑 똑같더라고요. 악기 연주하고 노래하고. 그래서 나는 천상 기생 팔자구나, 술집 할 팔자구나 싶었죠."

꿈꾸듯 살고 싶어... 스스로 지은 이름 '드림'

강 사장이 처음 인실패를 연 건 2011년이었다. 개점을 앞두고 이름을 '드림'으로 개명했다. 꿈꾸듯 살자는 의미였다. 실제로 인실패는 강씨의 꿈이 실현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강씨의 또다른 직업은 소설가. 인실패는 강씨가 소설로 썼던 상상의 공간을 현실화한 곳이다.

'조선의 온갖 미친놈들이 모여들어 매일매일 즐겁게 노니는 곳.'

상상이 현실이 된다니. 이것만으로도 꿈같다. 그 현실에 또 상상이 덧붙는다. 가게가 독특하니 자연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조선의 모든 '인간실격'과 '잉여'들이 단골이다. 인실패에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진다. 일상이 시트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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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의 강드림 사장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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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실패에는 사회적 퍼포먼스라는 의미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 어릴 적부터 결코 평범하다 할 수 없는 길을 걸어온 강 사장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다. 

"대기업 가지 않아도, 공무원 시험 보지 않아도, 남들 눈치 보고 흉내 내며 살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는 걸까? 사람이 자기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것일까? 강 사장은 이런 생각이 "통념"임을 지적한다.

"사람이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냐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왜 싫어하는 일을 해가면서까지 굳이 살아야 하죠?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 아닌가요? 매사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만 찾아서 해도 시간이 너무 없는 걸요."

작은 주점을 운영해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강 사장은 불경기에도 불안한 기색이 없다.

"여기가 망하도록 사람들이 절 가만 놓아두지 않을 거예요. 조선시대 각설이 있죠. 각설이가 없으면 마을이 너무 조용해서 재미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가난한 시절에도 가가호호 갹출해서 각설이를 먹여 살린 거예요. 오늘날로 따지면 예술가고 민중 아티스트죠."

21세기형 각설이? 기생?... "경쟁 대신 꿈 좇을 뿐"

'21세기형 각설이'이자 '자칭 기생' 강드림 사장. 한때는 강남 8학군 고등학교 출신으로 어엿한 대학의 경영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 공부는 도무지 "재미가 없어" 한 학기 만에 자퇴한다. 그 뒤 여러 직업을 거쳐 인실패를 차린 것.

인실패의 상호명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었다.

"보통 저같이 사회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세상에서는 실격이라고 하잖아요. 패배자, 루저, 심지어는 아예 자격조차도 없는 '인간실격'이라고요. 외제차가 있으면 행복하다는 게 정답일까요? 저는 외제차는 몰지 못하지만 이쁜 키티 스쿠터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죠. 외제차를 사서 행복하다는 건 사회가 만들어놓은 답이잖아요. 저는 저만의 답을 찾아왔어요.

'지금 열심히 참고 견뎌야 나중에 행복해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지금을 재밌게 살아야 행복한 미래도 오는 거거든요. 지금 재밌게 사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기회가 계속 오고, 그걸 자양분으로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행복은 절대 적금이 아니에요."

대학을 그만둔 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혼자서 집 근처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책을 읽었다. 사회과학과 철학, 경제, 예술을 새로 공부했다. 부모님에 대한 도리로 대학 졸업장도 땄다. 방통대의 독학사와 학점은행 제도를 이용해 2년 6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혼자 공부하면서 어떻게 살지를 고민했다.

"사실 인실패의 키워드는 '인간실격'이 아니라 '부전승'에 있어요. 남들은 저를 인간실격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저는 부전승자인거죠. 싸우고 싶지 않고, 피터지는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아요. 애초에 경쟁할 필요가 없고,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거예요.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좋으니 나의 흐름과 나의 호흡에 맞춰서 살 수 있는 공간을 꿈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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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의 강드림 사장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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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하면 돼.' 

늘 즐거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면서 살아온 강드림 사장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2월에는 이십대 둘과 함께 청년들의 고민을 대신 짊어져 주는 '청춘지게꾼' 전국투어를 떠나고요. 돌아와서는 차기 지방선거에 출마합니다. 서대문 구의원에 나갈 생각이에요."

뜬금없이 정치라니? "선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겠나"라는 물음에는 "삶이 사실 정치"라는 바른말과 함께 일리 있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걸 제가 뿌리 뽑겠다는 거죠. 구의원 선거에 보통 2000만 원 정도 쓰거든요? 공탁금이 200만 원이고, 나머지 선거 비용은 득표율 15%가 넘으면 돌려받고요. 그런데 국가 입장에서는 구의원 하나를 만들기 위해 2000만 원을 쓰는 거잖아요? 얼마나 큰 낭비예요?

저는 이번에 선거 비용을 300만 원 정도 생각해요. 공탁금이랑 벽보비 정도. 이런 제가 당선되면 당선되자마자 혈세를 1700만 원이나 아끼게 됩니다. 구정에 큰 일을 하는 거죠. 당선 자체가 의미로운 일이 되는 거예요!"

기존 정치진영에 대한 염증, 회의를 깔고 있으면서 묘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강드림 예비후보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다음과 같다.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체념과 혹시의 한 표, 서대문의 헛꿈 강드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5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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