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1 <레드 채플린>, 연희단거리패 공연 리뷰

오세혁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알음알음 모인 블로거 집단을 통해서였다. 그의 닉네임은 '오플린'. 누가 봐도 찰리 채플린을 사랑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나, 술자리에서나, 그는 자주 채플린을 말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죽고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그런 그가 미치지 않을 방법은 그저 웃는 것 뿐이었다고... 잘 웃고 남도 잘 웃기는 그는 여러 모로 찰리 채플린을 닮아있었다. 웃음은 무척 힘이 세단 걸 나는 주로 그에게서 배웠다.

그런 그가 '빨간' 채플린을 연기한다. 그날 공연이 잘 안 됐다고 세혁님은 아쉬워하셨지만 어쨌거나 나로서는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을 뿐이었다. 도무지 쓰지 않던 공연 리뷰를 짧게나마 남기는 것은 나의 깊은 감명을 방증한다! 세혁님 자신에게 채플린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에 연극이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우연히도 공연을 같이 보게 된 후배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생을 많이 했던 친구다. 어떤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희망을 갖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씩씩하다. 나는 그 이유를, 삶에 대한 애정이 없는만큼 아무런 기대도, 욕심도 없어서 그저 '살아지는 것'이라고 추측해보았다. 혹은, 단지 미치지 않기 위해서였는지도.

초반에는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중반 이후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나면서 울림을 주었다. 웃긴 것을 웃기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세상,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히 하는 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 세상. 좌우가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 지독한 권위주의, 엄숙주의, 위선과 흑백논리가 싫다. <레드 채플린>은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극이다.

믿고 보는 오세혁 작의 <레드 채플린>. 내년 1월 12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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