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기차여행으로 청춘을 화려하게 수놓다 about <청춘, 내일로>

기차여행으로 청춘을 화려하게 수놓다


김주형 기자 = 코레일이 만 25세 이하 여행자를 위해 선보인 자유여행 패스 '내일로'를 이용해 전국을 수차례 일주한 박솔희 씨. kjhpress@yna.co.kr<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성배 기자 = 청춘은 대체로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열정과 방황과 고민이 뒤섞인 시간이 광속으로 흐른다. 박솔희(24)의 청춘은 예외적이다. 덧없이 흐르지 않는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들어선 덕분에 자신만의 색깔과 속도로 청춘을 수놓고 있다. 내일로 가는 그녀의 청춘열차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기세다.

박솔희(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4학년)는 내로라하는 기차여행 전문가다. 전국 어디나 레일이 놓인 곳에는 그녀의 푸른 숨결이 깃들어 있다. 기차여행 마니아 사이에서 성지로 꼽히는 곳에선 더욱 그러하다. 중앙선 제천역 앞 24시간 칼국수집 ‘보령식당’ 벽면에서, 전라선 여수엑스포역에 내려 찾아가는 ‘카페 달콤’의 냅킨 글귀에서 그녀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박솔희의 청춘열차는 올여름 나라 밖으로 질주했다. 어학연수 차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동방대학’에 머물면서 백두산 여행을 위해 옌볜조선족자치주 안투(安圖)까지 가는 기차의 침대칸을 이용했다.

“중국은 기차 등급이 푹신한 침대, 딱딱한 침대, 푹신한 의자, 딱딱한 의자, 입석으로 나뉘어요. 3층 구조의 딱딱한 침대 티켓을 끊었는데 잠을 엄청 잘 잤어요. 2년 전 둔황(敦煌)에서 란저우(蘭州)까지 17시간 동안 기차 침대칸으로 이동한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객실도 쾌적했어요.”

해외 기차여행은 이전에도 종종 경험했다. 지난해 교환학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생활하면서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기차를 수차례 이용했다. 전체 노선이 2천㎞가 넘는 코스트 스타라이트(Coast Starlight)의 일부 구간으로 매번 일몰 시간대를 선택했다.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어 기차를 탈 때마다 감동에 젖을 수 있었다.

“미국은 기차가 육상 크루즈로 불릴 만큼 고급 교통수단이라 요금이 비싸요. 거의 다 이층 구조이고 시설이나 서비스도 뛰어나죠. 언제일지 모르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올리언스까지 미국 남부를 가로지르는 선셋 리미티드(Sunset Limited, 3천211㎞)를 타보고 싶어요.”

박솔희가 ‘기차여행자’라는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내일로’이다. ‘내일로’는 코레일이 2007년 선보인 만 25세 이하 여행자를 위한 자유여행 패스다. 새마을호, 누리로, 무궁화호, 통근 열차(KTX, ITX-청춘, V-트레인, O-트레인 등 제외)를 7일 동안 자유석이나 입석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매년 방학 기간을 중심으로(6월 1일~9월초, 12월 1일~3월초) 운영되는데 올 여름방학 때 가격은 5만6천500원이었다.

박솔희는 전국 ‘내일로’ 최다 이용객 톱(Top) 10에 속한다. 대학에 들어간 2008년부터 최근까지 ‘내일로’ 이용 횟수가 20회에 육박한다. 처음엔 집이 있는 충남 계룡시에서 서울을 오가는 알뜰 교통수단으로 이용했다. 호남선을 타고 계룡역에서 서울 용산역까지 두 번 왕복하면 ‘본전’을 뽑았다. ‘내일로’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 건 2010년이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후 독서와 잠, 홍차 마시기와 자전거 타기로 유유자적하던 어느 날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주형 기자 = 박솔희 씨는 기차여행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생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kjhpress@yna.co.kr<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해 여름 내내 기차 안에 있었어요. ‘내일로’를 다섯 번 연속으로 끊어 전국을 누볐으니까요. 무슨 계획이나 목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첫 여행지는 고향인 충남 대천이었다. 해수욕장 개장 전이라 해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백사장에 누워 하늘을 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리 멀지 않은데 왜 그동안 찾지 못했을까? 귀향 여행 후 집으로 돌아와 지도를 꺼내 놓고 기차여행 코스를 짰다. 강릉, 안동, 부산, 여수, 목포 등 기차로 가보고 싶은 도시들이 지도 위에서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처음부터 전국 일주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제주도 빼고 다 돌았어요. 계룡시 집을 베이스캠프 삼아 가까운 곳은 당일치기로, 먼 곳은 1박이나 2박 일정으로 여행했어요. 잠은 주로 찜질방에서 해결했는데 하룻밤에 7천 원 정도였어요.”

휴학생에게 7천 원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 여행 경비 절감을 위해 ‘내일로 플러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내일로 플러스’는 특정 역에서 ‘내일로’를 발권할 경우 주어지는 혜택이다. 역 주변 식당이나 숙박시설과 연계된 할인, 자전거 대여, 사은품 증정 등 종류가 다양하다. 2010년 여름에는 일부 역에서 사용하지 않는 관사나 객차를 개조해 ‘내일로 여행자’들에게 무료 숙박 서비스를 제공했다. 박솔희는 중앙선 단양역, 경전선 삼랑진역, 태백선 민둥산역 등지에서 ‘내일로 플러스’를 이용해 숙박을 해결하고 관광지 할인 혜택을 받았다. 마음씨가 너그럽고 다정한 역무원들과 추억도 쌓을 수 있었다.

빛나는 스물한 살 여름에 기차여행을 통해 만난 세상은 눈부셨다. 무한 경쟁의 대학 입시와 취업용 스펙 쌓기에 대한 거부감이 유난히 컸던 탓인지 혼자 떠난 자유여행은 순도 100%의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부족한 기차여행 정보였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국내보다 유럽 기차여행 정보가 훨씬 더 많았다. 특히 ‘내일로 여행자’를 위한 맞춤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누군가 정리해 줄 필요가 있었다.

스물한 살 겨울에는 내일로 가이드북 제작을 목표로 기차여행을 떠났다. 반년가량 전국 곳곳을 누비며 자료를 준비해 2011년 여름 ‘내일로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청춘, 내일로’를 세상에 내놓았다. 스물두 살 여대생이 펴낸 두툼한(440쪽) 가이드북은 곧바로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지난 6월 출간한 개정판까지 총 1만6천여 권이 판매됐다. 국내 기차여행 가이드북이 1만 권 이상 판매된 것은 매우 드문 기록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른 친구들도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청춘, 내일로’를 썼어요. 스펙 쌓기는 뒷전인 채 기차여행을 다녔지만 지금 생각해도 옳은 선택이라고 믿어요. 삶이란 하나의 긴 여행이고, 삶을 배우기에 여행만 한 게 없으니까요.”

up@yna.c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225&aid=000001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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