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뭘 자기탐구일지 2013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소용도 의미도 없는 말들을 잔뜩 쏟아내고 난 속이 허하다. 서촌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한 시간. 대학원에 가서 희곡을 전공하고 싶다는 친구와 희곡이니 문학이니 글이니 문체니 서사니 영화니 하는 얘기들을 나누다가 그녀가 최고의 영화로 500일의 썸머 그리고 비포 시리즈를 꼽았고 순간 내 말들은 갑자기 밤공기와 뒤섞이며 찐득해진다. 그 영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사람들 때문에.

흘러간 사랑 얘기 따위 무엇 때문에 떠들어댔을까. 외로워서였을까. 나란히 걸으며 살짝살짝 스치는 손가락이나 그 온기 같은게 그리웠을까. 집에 돌아와, 빈 방에서 혼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자니 문득 춥다. 어떤 달콤한 수다도 나를 안아주지는 못해. 다 지나간 일. 이제 와서 뭘.

최고의 로맨스라면 너를 떠올리겠지만 그게 최고의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너에게 내가 최고의 로맨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너도 나를 잊지는 못할 거다. Before Sunrise, 동이 트기 전에 떠나간 너. 내가 그 영화를 조금 더 일찍 봤다면, 그래서 그걸로 끝냈으면 더 좋았을지도. 하지만 다 지나간 일. 이제 와서 뭘.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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