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락스타 웹진 별나다]『청춘, 내일로』의 저자 박솔희를 만나다 about <청춘, 내일로>

 

20대에게는 언제나 스펙과 취업이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특히 방학은 그 3종 세트가 가장 빛을발하는데, 스펙이나 취업이 아닌 것들에 두근대는 심장은 토익 학원의 에어컨 바람에 빠르게 식어버리기 일쑤다. ‘취업’을 향해 난 여러 갈래의 길을 모두가 걸어나가고 있을 때, 누군가 조용히 떨어져 나와 작은 오솔길을 내었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스펙이 아닌 기차 티켓을 손에 들고 전국을 누볐다. 오솔길은 점점 다져졌고 가끔 사람이 드나들기도 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이 켜켜이 쌓인 책을 세상에 내밀었을 때, 마침내 길은 완성되었다. ‘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되는 것’을 믿는 사람, 『청춘, 내일로』의 저자 박솔희 씨를 만났다.

 

 

박솔희수영: 박솔희 씨는 삶의 목적을 ‘떠남’에 주로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이곳 저곳으로 많이 떠나는 데, 그렇게 많은 ‘떠남’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솔희: 이번에 카우치 호스트를 했어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온 친구와 함께 했는데 그 친구가 자기는 여행을 하나의 새로운 삶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대요. 자신이 모스크바에 있으면 모스크바에서의 나, 서울에서의 나, 런던에서의 나… 이렇게 새로운 삶들을 가지는 거라고 말하는 데 거기에 굉장히 공감 했어요. 어떻게 보면 사실 여행은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아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뭔가 마음이 들지 않아서 좀 떠나보고 싶다. 그런 마음? 저도 역시 그런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싶어서, 그래서 저는 내일로를 갔었고 카우치 서핑을 갔었어요. 다른 도시에서의 또 다른 나로 살면서 새로운 추억도 많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 이유에서 자꾸 떠나게 되는 것 같아요.

민정: 그 ‘카우치 서핑’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좀 낯선데요. 미국 교환학생 시절부터의 ‘카우치 서핑’과 ‘내일로’를 비교해본다면 무엇이 다른가요?

솔희: 둘 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여행에 있어서 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우선 ‘내일로’가 좀 더 대중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카우치 서핑’은 대학생들의 여행 방법 중 ‘끝판왕’이라고 할 만큼 고난도인 것 같아요. ‘내일로’는 아무나 쉽게 7일 동안 기차를 타면서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여행이지만, ‘카우치 서핑’은 직접 숙소를 제공해줄 호스트와 연락도 해야 하고, 과정도 복잡해서 여행 초보자들에게는 아마 어려운 시스템인 것 같아요.

민정: 지금까지 내일로를 스무 번 정도 다녀오셨는데, 아마 첫 내일로 여행이 솔희씨에게 내일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처음으로 ‘내일로’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솔희: 제 고향은 ‘충남 계룡’이에요.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가끔 고향을 내려갈 때면 기차를 자주 이용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2009년, 기차역에서 ‘내일로’에 대한 존재를 인지하게 되면서 한번 가봐야겠다! 하고 마음먹었어요. 사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요금 정도 밖에 안 되는 돈으로 일주일 동안 다른 지역도 갈 수 있다니, 본전을 뽑고도 남죠! 그리고 그 때는 2학년 마친 뒤였는데요. 당시 심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고 책을 좀 많이 읽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휴학도 했겠다 바로 떠났었죠. 사실, 여행은 뭔가 현재 상황이 고달플 때 도피라고 하면 너무 극단적이지만 쉬고 싶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하하.

 

 

수영: 직접 내일로에 관련한 책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어떤 계기에서 시작되었나요?

솔희: 사실 책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했던 것이 아니라 여행을 다니다가 내일로에 관한 올가이드북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만 25세 이하의 여행작가가 내일로에 관련한 여행책을 낼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출판사를 찾아갔어요.

수영: 이번에 『청춘, 내일로』의 개정판이 나왔는데, 기존의 책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솔희: 처음에는 책을 포켓북 형태로 만들었는데 이번 개정판에는 판형을 더 키웠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여행에 대해 다룬 책이다 보니깐 여행 정보나 가격 같은 부분에서 변동이 있는 사항들을 다듬었고, 여행 지역 같은 경우도 많이 추가를 했어요. 또 내일로가 2007년부터 시행됐는데 지금까지의 역사와 진화과정을 실었어요. 이전의 책에는 찜질방 위주의 숙소 소개가 주로 실려있는데 이번 책에서는 게스트하우스 라든지 다른 형태의 숙소에 대해서도 추가했어요.

수영: 여행을 다니시면서 혼자서 여행할 때와 함께할 때의 차이점이 궁금해요.

솔희: 먼저 혼자서 여행을 다니게 되면 아무래도 나를 잘 알 수 있는 여행을 하는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기니깐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나의 행동이나 태도를 통해 나에 대한 또 다른 발견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문득문득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하죠.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그 사람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간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그대신 잘 맞는 사람과 가는 것이 중요하고, 갈등 조절 능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민정: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것에 대한 아무 거부감이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사교성이 좋으신 것 같아요. 특별히 노하우가 있나요?

청춘 내일로

 

솔희: 음, 특별히 노하우는 없는데요. 저랑 공통점이 잘 맞는 사람을 잘 찾는 것 같아요.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내일로에서 만난 사람 중에 아직도 연락하는 사람이 있고, 또 미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 중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람도 있어요.

민정: 부모님께서는 여자 혼자 오랜 시간 여행을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희: 저희 부모님께서는 개방적이신 것 같아요. 처음에만 살짝(?) “그거 괜찮은 거 맞니?”하시고는 아무렇지 않아 하세요. 제가 워낙 알아서 잘하니까 부모님께서 저를 믿어주시는 거죠.

수영: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시면서 만나는 레일러들과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솔희: 내일로를 통해서 얻은 좋은 추억들은 많아요.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보자면, 제천 역전시장에서의 일이 기억에 나네요. 역전시장에서 막걸리를 잔술로 사서 먹고 있었는데 주변 어른 분들이 아무래도 여자 혼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지시더라구요. 그래서 자리를 함께
하게 됐어요. 그분들께서 혼자 여행을 다니는 저를 걱정해주시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인상 깊어요. 그리고 내일로 여행을 하다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에 사진기를 건네 받았는데 얼굴을 보니 친구동생이라든지, 식의 에피소드도 많은 편이에요.

 

 

 

 

민정: 많은 20대 청춘들은 혼자 하는 여행, 특히 ‘기차’라는 공간에 대한 뭔가 환상과 설렘을 가지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부푼 마음으로 떠나는데요. 솔희씨는 내일로에서 ‘썸남’ 혹은 ‘심남’이 없었나요?

솔희: 아예 없었다고 부정은 하지 않을게요. ‘내일로’는 정말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특별한 인연들을 만나게 해줘요. ‘기차’라는 공간도 그렇지만, 요새는 내일로 때문에 많이 생겨난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그렇게 만남이 이루어진다면서요? (웃음)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영화라는 거예요. 그 영화에서 ‘셀린느’와 ‘제시’가 기차 안에서 만나는 것처럼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잊지 마세요.

수영: 내일로를 떠날 때 어느 정도의 계획을 세우시고 가는 편인가요?

솔희: 저는 내일로를 7일을 간다고 하면, 여섯 개 정도의 도시를 정한 다음, 기차시간과 루트만 체크하는 편이예요. 그리고 만약 게스트 하우스에 머문다면 예약을 확인하는 식이죠. 딱 이 정도의 계획만 세워요.

수영: 내일로를 떠나시면서 꼭 가지고 가시는 물건이나 플레이리스트가 있나요?

솔희: 저는 내일로를 갈 때 읽을 책과 노트는 꼭 챙겨요. 기차를 타면서 노트에 제 생각을 끄적이기도 하고 틈틈이 시간이 나면 책을 읽어요. 그리고 노래는 몽니의 <그대와 함께>와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몽니의 노래 가사에는 기차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그리고 <여수 밤바다>같은 경우에는 제목처럼, 반복되는 가사처럼 여수에서 들으면 제 맛이죠.

민정: 내일로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나 어플이 있나요?

솔희: 제가 진짜 강력 추천하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바이 트레인’이에요! 안동찜닭에서 1인분 시키기 어려울 때 ‘지금 안동에서 찜닭이랑 소주하실 분!’이라는 글을 올리면 실시간으로 연락이 와서 같이 찜닭을 시켜먹기도 하고, 택시 카풀 글도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내일로를 하게 되면 이 커뮤니티 가입은 필수인 것 같아요.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바이 트레인 짱짱맨! 그리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나 ‘코레일 공식 어플은 기본적인 지리적 정보를 얻기에 유용한 것 같아요.

민정: ‘내일로 전문가’의 입장으로, 특별히 20대 중 이런 사람은 꼭 갔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솔희: 두말하면 잔소리, 20대 특히 대학생들 전부 갔으면 좋겠어요. 경제적인 이유로도 그렇고 정말 일주일 간 경험으로 ‘내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들게 해주는 여행이 될 거에요.

수영: 마지막으로 당장 내일로를 떠나는 레일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솔희:  꼭! 지도를 보고 가세요. 기차노선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 지를 알고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큰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버스와 다르게 기차는 시간 체크가 중요해요. 하루에 몇 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 열차가 태반이거든요. 그리고 특히 기차역의 경우에는 버스처럼 직통으로 가는 교통편이 없을 수도 있어요. 빙- 돌아갈 수도 있고 노선이 없다고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환승역으로 검색하면 웬만한 역은 찾을 수 있어요. 떠나기 하루 전에 지도를 체크하는 것은 필수예요!

 

 

자신을 ‘힙스터’라고 칭하는 박솔희씨. 평범한 대학생 생활을 거부하며 지금까지 남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개척해오고 있다. 처음에 내일로를 위한, 만 25세 이하의 작가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청춘, 내일로>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꼭 이 책 대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따라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여행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주일 동안 배낭 하나에 기차에서 자고, 찜질방에서 자고 돌아다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녀는 이 ‘내일로 여행’이 성장하고 있는 모든 대학생 청춘들에게 방학 때 쌓는 어떤 스펙보다 더 값진 경험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http://www.kbrockstar.com/magazine/c_m2_1/6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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