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한강 자기탐구일지 2013

한강을 걸은 건 무척 오랜만이다. 초여름 밤 여덟 시, 저물녘 한강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어쩜 이렇게 예쁘지. 일출보다는 일몰이 더 예쁘다고는 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아, 이런 풍경 앞에서는 그저 할 말이 없어진다.

사실 한강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많이 없었다. 151 버스를 타고 노들섬 즈음을 지날 때나 중앙선 전철, 무궁화호 열차 따위를 타고 철교를 건널 때 멀리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표면. 한강이 아름답다면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왔다. 가까이 들여다본 한강 물은 더럽고 냄새 나고 쓰레기 투성이. 전혀 낭만적이지 못하기는 하지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한강의 오염 문제는 심각한 이슈였다. 그런 문제를 알고 마주하는 한강은 아쉽지만 별로 아름답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의 한강은... 그동안 그런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아름다웠다. 안개 낀 초여름 저녁 산들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한강은... 칠월의 뉴욕, 배터리 파크에서 바라봤던 허드슨 강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내가 센트럴 파크보다 배터리 파크를 훨씬 좋아했던 건 순전히 그 청록빛 허드슨 강 때문이었는데.

치맥을 먹었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에 감자튀김과 맥주까지 푸짐하게.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치킨 배달 전단지들을 쥐어주더라. 어쩌면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조금 귀찮긴 해도 그런 게 싫지 않다. 生에의 노고, 라고 적으면 좀 과한 느낌이고 경제가 어려우니까, 라고 쓰면 좀 팍팍하게 들리고, 아무튼 한강 하면 치맥이 아닌가. 치킨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파는 사람들 선전하는 사람들 배달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초여름 밤 여의나루 한강공원의 풍경을 만드는 것이니까.

부산의 수변공원에서 먹었던 오징어회가 떠올랐다. 여름이었나 겨울이었나, 계절도 뚜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처럼 은빛 돗자리를 깔고서 회랑 소주랑 먹는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여기저기서 치킨 배달,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도착하고... 특히 무슨 옛날 CF처럼 '짜장면 시키신 분'을 찾는 (그것도 부산 사투리로) 광경에는 생소한 서울 처녀들 거의 자지러질 뻔 했다는...!

올 여름, 자주 한강에 나가야겠다. 그 물빛도 보고 바람도 맞고 맥주도 한 잔씩 홀짝이러. 가끔은 치킨도 먹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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