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6 02 <일곱집매> 공연 리뷰

2013-06-02 연우무대 연극 <일곱집매> w JG

연극을 보러 가자고는 했는데 요즘 뭘 보면 좋을지 마땅치 않던 터에 오플린님께! 추천받아 보게 된 작품. 평택의 기지촌 문제를 다루는데 너무 무겁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정확한 수작이었다. 2막이 다소 설명적이고 늘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았다. 무엇보다 연극답게 재미가 있었고.

1막 공연 중 극장 안이 더워서 객석 여기저기서 부채질을 하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단지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좀 더운 것도 괜찮다고,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극중 상황도 한여름에, 배우들의 대사도 덥다, 덥다 하는 얘기들이었기 때문. 몸으로 느끼는 연극이랄까.

연극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논문을 쓰러 기지촌을 방문한 미국 박사 준비생이, 어렵게 마음을 연 할머니가 인터뷰 도중 담배를 피우자 '저도 한 대 주세요'라며 같이 담배를 피우려고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담배는 사실주의적이게도 에쎄. 할머니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담배를 건네고, 여자는 몇 번의 헛손질 끝에 부싯돌 라이터를 켜고 담뱃불을 붙여 입에 물었지만 한 모금 빨더니 이내 콜록콜록,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머쓱하게 내려놓는다.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담배를 피우려고 시도하는 그 가상함이란 정말. 어차피 그 둘 사이의 거리란 극중의 대사처럼 Impossible Distance, 좁혀질 수 없는 불가능한 거리다. 경험도 국적도 세대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거 아닐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냥 그 노력이 예쁜 거다. 아름다운 거다.

그리고 그녀의 그 시도는, 평택에 가본 일도, 기지촌이나 쪽방촌에서의 삶을 경험해본 일도 없는, 결국은 화이트칼라 지식노동자가 될 것이며 약간의 종잇밥과 아빠의 신용카드로 큰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는 여대생으로서 내가 기울이는 노력과도 닮았다. 어차피 안 된다. 알아. 소용 없다는 거. 오히려 방해만 되는 걸지도, 남의 삶에 끼어드는 걸지도, 혹은 재수없는 허세일 뿐인지도 몰라. 그래도, 그저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거야. 최선을 다해 보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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