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김사과, 문학동네 문장 훔치기

143p.


나도 내 얘기가 바보 같다는 거 알아. 그게 뭐가 아름다워. 한심한 소리라는 거 나도 알아.


근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바보같이 살면 좀 안 돼? 꼭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해? 그냥 꿈속에서 살면 좀 안 돼? 어떤 건 그냥 아름답다고 하면 안 돼? 아름다운 거 맞잖아? 느껴지잖아? 거짓말이 아니잖아? 그런 삶이 정말 그렇게 나쁜 거야? 그렇게 살면, 사람들 말대로 정말 비참하게 살다가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거야? 무서워.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 무서워. 도대체 왜 하나같이 똑같은 말만 하는 거야? 정말 그런 거니까? 하지만 좀 지겹지 않아? 그래. 정말 그렇다고 쳐. 맞다고 쳐. 그렇지만. 삶이 그렇게 단순한 거라면 그건 너무 슬프잖아. 살아남는 게 전부라면. 그렇지만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야 하지? 누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왜 인간은 아름답다는 말을 갖고 있지? 그건 삼천만원짜리 핸드백이나 아니면 덴마크의 왕자가 사는 성에나 어울리는 말인 거야? 그런 데에만 써야 하는 말인 거야? 그래? 그렇다면 너무 시시하잖아. 나도 알아. 아름다운 것들은 박물관과 백화점에 있지. 하지만 말이야,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어. 박물관이나 백화점은 절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못해. 단지 아름다운 것들을 가져다놓은 것뿐이야. 단지 그것뿐이잖아. 하지만 그 사람들은 말이야. 그때 내가 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가진 아름다움은 어디선가 훔쳐온 게 아니었어. 그 아름다움은 그 사람들 속에서 태어난 거였어.


난 말이야, 만약 모든 게 끝장나버리면, 더이상 희망도 잃고 웃을 수도 없고 모든 게 슬퍼지면 말이야, 엘에이로 가서 거지가 될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되게 편해져. 이상하지? 근데 정말, 그래.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져. 어, 이게 내가 엘에이에서 살고 싶은 이유야. 어때? 한심하지? 나도 알아. 하지만 이런 바보 같은 꿈을 하나쯤은 갖고 싶어. 정말 모든 게 끝장나버렸을 때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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