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자기탐구일지 2013

잔뜩 옹송그리고 지나보낸 겨울 동안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나 내가 무려 '여행'을 겁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퍽 좌절스럽거나 혹은 걱정스러웠다. 새해 벽두부터 내일로 여행을 다녀온 뒤 실컷 앓아버린 탓에 움츠러들었는지도 모르고, 겨울이어선지 유난했던 객창감에 사무쳐서 그랬던지도 모른다. 여행이 겁났다. 더이상 외국 나돌아다니지 말고 서울에 자리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듯이, 이제는 여행도 그만 다녀야되는걸까 싶었다. 당장 2월로 예정된 취재여행조차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개정판 작업에 착수하고, 옛 사진들을 뒤적거리고, 무엇보다 여행 일정과 동행을 얼추 정해뒀더니 퍽 마음이 놓이고 오히려 즐거워졌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니 나는 여행이 두려웠다기보다 혼자 떠나는 일이 두려웠던 것 같다. 좀더 어렸던 날에 나는 홀로 전국을 잘도 누비고 다녔으나 객수란 놈을 당하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그 날들에 나는 조금더 뺨이 붉었고 조금더 눈이 빛났고 조금더 세상을 몰랐기 때문에 짐짓 씩씩했다. 이제, 조금더 창백한 얼굴에 조금더 지친 표정을 띠고 조금더 세상을 배워버린 나는 혼자 길을 나서자니 생각만으로도 겁부터 난다.

사실 여행을 꼭 혼자 가는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오랜 동안 내게 여행이란 '혼자서, 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혼자가 더 편하고 자유로웠으니까. 하지만 더이상 동행하는 친구와 투닥거릴만큼 어리진 않다. 그래서 두런두런 실없는 소리도 지껄여대고, 1인분은 주문 안 되는 한정식도 같이 시켜먹고, 돌발상황에 몇 마디 상의라도 나눌 수 있는 동행이 있는 편이 이젠 더 좋아졌다.

어쩌면, 그래,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모른다. 같이 여행하고 싶은, 같이 여행하면 즐거울 친구들이 생겼다는 얘기니까. 그런 사람들을 많이 갖지 못했을 때 나는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고 여겼던 건지도. 짧은 세월이나마 흐른 만큼은 더 자랐고 좋은 사람들을 판별하는 눈도 생긴 것 같다.

인생에도 여행에도 역시 길동무는 필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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