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Voice] 이상한 오빠들의 나라 대학내일

아이유가 훅 갔다. ‘훅 갔다’는 말의 용례를 이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있을까. 여고생 디바에서 국민여동생, 재능이 출중한 싱어송라이터 등 스무 살 여자 연예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오빠가 좋은걸’ 노래하던 아이유였다. 귀여운 외모와 순수한 이미지로 삼촌 팬들의 편애를 한 몸에 받는 것은 물론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수많은 작곡가와 프로듀서, 선배 가수들의 애정까지 독차지해온 그녀였다. 그런 아이유가, 새벽녘 잘못 조잘거린 사진 한 장으로 훅 간 것이다. 아이유의 소속사 측은 수습을 한답시고 “은혁이 아이유의 병문안을 왔을 때 찍은 사진”이라고 해명했으나 어쭙잖은 대응은 오히려 화를 키웠다. 사진 속 아이유는 잠옷 차림이었고 은혁은 상의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평범한 병문안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사진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추측은 단순한 열애설을 넘어섰고, 두 사람이 동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아진요(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까지 생겼다.


결혼정보

회사에서

여성회원

들의

등급을

매길 때도

여대를

나왔으면

점수가

높다고

한다


연예인은 사생활이 있는지 없는지, 연예인의 이미지에는 사생활도 포함된다느니 이미지는 다 만들어지는 거라느니 따위의 결론 안 나는 논쟁은 각설하고, 은혁이 옷을 입고 있었는지 아닌지, 두 사람이 진짜 연애를 했는지 잠을 잤는지도 다 제쳐두자. 어차피 ‘순결한 아이유’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네티즌들의 상상력이 진실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미 타블로 사태를 통해 배운 바 있다. 하지만 이미지로 먹고 사는 게 연예인 아닌가. 더 이상 국민여동생 아이유는 삼촌 팬들의 마음 속에 없다. '배신'당했다는 생각 속에 애정이 미움으로 돌변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삼촌 팬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이유 본인과 소속사가 부단히 쌓아올린 국민여동생 이미지 탓이 크다. 애초에 아이유가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이었나. 연예인의 이미지가 상품이라면, 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많았다. 순결한 소녀, ‘무결점 국민여동생’의 환상은 무척이나 잘 팔리는 인기 상품이었다. 국민여동생이란 뭘까. 즉,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여성상이란 어떤 것인가. 원조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있었고, <과속스캔들>의 박보영, <건축학개론> 이후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미쓰에이 수지가 있다. 김연아, 손연재 같은 스포츠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같이 앳되고 깨끗한 이미지의 소녀들이다. 남성들이 이런 여성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여성의 순결 즉 처녀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불러온 롤리타 콤플렉스다. 이 일그러진 심리를 “여동생 같아서 그래”라는 국민여동생론으로 포장해온 것이다. “여동생 같아서 그래”라는 말, 성추행 상습범들의 고정 대사 아니었나? 불편한 오버랩에 나는 찜찜하다.


‘여대생’이라는 이미지도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농담 같은 소리지만, 중매쟁이들이 여대 졸업앨범을 선호한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에서 여성 회원들의 등급을 매길 때도 여대를 나왔으면 점수가 더 높다고 한다. 남자를 많이 만나보지 않았을 거라는, 그래서 더 ‘순결’할 거라는 환상 때문일까. 우스운 건 여성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경험이 있으면 점수가 낮아지며, 인식도 좋지 않단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동거하는 커플이 많아서란다. 왜 똑같이 워홀을 다녀왔어도 남성은 괜찮고 여성에 대한 인식만 나빠지는지는 화가 나지만, 21세기에도 처녀막 재생수술이 성행하는 나라인데 어련하겠어요.


이번 사건 이후로 제2의 아이유라는 주니엘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단다. 하지만 주니엘의 ‘여동생 수명’은 얼마나 갈까? 국민여동생이라는 왜곡된 이미지 장사가 흥행하는 한, 제2, 제3의 아이유도 훅 가는 건 시간문제다. 비뚤어진 마음의 눈들부터 갈아 끼우는 게 순서일 것이다.


박솔희

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다. 스물한 살 때 직접 출판사 문을 두드려 기차여행 가이드북「청춘, 내일로」를 세상에 내놓았다. 스물둘에는 국내 최초 20대 헌정 방송 ‘나는 껌수다’를 진행했다. 스물셋,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쓴 교환학생 가이드북 「교환학생 완전정복」을 막 펴낸 참이다.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4학년 재학 중.


본 칼럼 내용은 대학내일의 전체 의견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획 편집 정문정 기자 moon@naeil.com




덧글

  • 피그말리온 2012/11/25 23:44 # 답글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아이유가 이영현보다 노래를 잘 불러서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게 아니지 않느냐고. 결국 그런 이미지, 그것이 무엇에서부터 왔든 그런 이미지로 흥하고, 이미지로 망하고, 그러면 다시 다른 이미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그것이 연예계가 아닐까 합니다. 연예인들은 그것을 알든 모르든 화려함에 끌려오는 것일테고요.
  • 알토리아 2012/11/26 07:24 # 답글

    여기가 이슬람 국가도 아니고... 처녀성에 대한 집착만큼 무의미한 것도 많지 않지요.
  • 백범 2012/11/26 12:12 # 답글

    그냥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면 안되나? 당당하게...

    굳이 결혼정보업체 같은데 자신을 상품으로 내놓고, 내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내 가격을 돈으로 매기고 싶을까? 자기 할 것 하고, 여행도 다니고, 취미도 갖고, 즐길 것 즐기면서 혼자 사는 것이 그렇게 힘든가 봅니다.
  • 백범 2012/11/26 13:54 # 답글

    그리고... 연예인은 어디까지나 자기 이미지를 팔아서 먹고 사는 것이지, 연예인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개인입니다. 연예인 이전에 자기 개인 사생활이라는게 있는데, 어떤 바보 머저리들은 연예인 개인의 사생활은 존중하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연예인이 뭐 자기 한사람을 위해 나온 존재인가? 그리고, 누가 자기들 음란물 보거나 이상한 짓 하는것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하려 들면 기분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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