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기탐구일지 2012

그간의 인권유린 돋는 삶의 질 ㅠㅠ 에 빡친 나머지 제대로 풀메이크업하고 한달간 못칠한 매니큐어도 칠하고 레이스 달린 퍼프 소매 블라우스도 꺼내 입고 룸메랑 갤러리아 콩코스로 쇼핑하러 갔다. 아빠카드+따순 겨울옷 사라는 엄마의 카드사용 봉인해제에 힘입어 사은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받을 정도(!)로 쇼핑하고 그걸로 베니건스 가서 저녁 먹었다. 디너라 비쌌지만 먹고 싶은 거 다 시키고 와인도 마셨다. 쇼핑과 탐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뻔한 현대인이 돼버린 스스로의 모습에 잠시 갈등했고 평소의 한달 생활비만큼 옷을 사버린 현 상황이 이성적인가 잠깐 회의를 느꼈지만 모르겠어 난 그간 너무 지쳤다구 ㅠㅠ 이따위 인증샷 찍어올리는 일도 싫어하지만 패밀리레스토랑 외식이 특별한 일이 될 만큼 요즘의 내 일상은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걍 내맘.

사진을 페북에 올렸더니 다들 예쁘대서 프로필 사진으로 걸었다. 그러고서 고민하고 있다. 이 사진을 예쁘다고 말하는 친구들의 포인트는 뭘까. '여성스러움', 그래 그것이겠지.

강사가 수업에 정장을 갖춰 입고 오는 것은 청중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교수님도 내 눈에는 쿨하고 소탈해 보여 좋기만 하다.

결혼식에서, 여성은 드레스를 남성은 턱시도를 입는 것이 예의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아름답다 여겨진다. 그러고보면 나도 어쩌다 결혼식 같은 델 갈 때면 드레스를 입고 구두를 신는다. 평소엔 청바지에 운동화래도 말이다.

올해 미스코리아가 된 친구가 있어서 팔자에 없이 페북에 올라오는 미스코리아 사진을 죽 훑어본 일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미스코리아라고 해서 뭐가 특별한지 모르겠더라. 요즘 안 예쁜 애가 어딨나. 솔직히 꾸밀 시간이 없거나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꾸밀 줄을 몰라서 그런거지, 화장 하면 다 예쁘다(내가 오늘 간만에 화장 빡시게 하고 나서 느낀 건데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서 2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삶의 가장 큰 부조리 중 하나이긴 하다). 내 친구는 일학년 때부터 키크고 늘씬해서 눈에 띄는 애였고 착하기까지 해서 '쟤는 모든 걸 가진건가' 생각도 하긴 했지만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서 '차라리 니가 더 예쁘다'고 말해준 친구도 있다.

그러고보면 결국 여자가 예쁘다는 얘기는 '여성스럽다'는 얘긴가 보다.

나는 여성스러워지고 싶은가?

사실 오늘 페미닌한 옷들을 산 이유는 강연이나 인터뷰 다닐 때 입을 옷이 없어서다. 겨울옷도 없어서 과 야구잠바 ㅋㅋㅋ 입고 다니던 처지였는데 외부 강연이나 약속 있을 때 학교 다닐 때처럼 미국대학교 후드티에 야구잠바나 뭐 이렇게 입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청춘, 내일로>는 배낭여행 관련 책이었고 출간이 여름이어서 인터뷰 때도 편하게 티셔츠에 반바지 입었고, 특강 할 때도 꽤나 히피 스타일로 입고 가서 내 멋대로 사는 모습을 한껏 자랑했다. 올해 특강에서 나는 꽤나 단정하게 블레이저까지 갖춰입었는데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다. 철이 든 걸까, 꼰대가 된 걸까. '진짜' 내 모습, 내 스타일은 뭘까.

느끼는 건데 사실 정장은 차라리 만만하다. 청바지를 입고도 강단에서 위축되지 않으려면 두 배, 세 배의 자신감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이힐, 명품백, 짙은 화장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뭘 입든 상관없다. 하지만 캐주얼하게 입고도 각 잡힌 정장을 입은 만큼의 자신감과 에너지를 내뿜는 건 웬만한 내공으로 쉽지 않다. 그러니 차라리 정장이 만만한 거다. 외적 조건은 결코 전부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내면의 반영이기도 하니까 간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첫 책을 내고서도 나는 여전히 망아지 같기만 했는데 두 번째 책은 신뢰를 줘야 하는 책이라 그런지 괜한 소포모어 증후군인지 나는 무척 긴장하고, 각을 잡고 있는 것 같다.

p.s. 어쨌거나 코코 샤넬 덕분에 정장 입을 때 코르셋은 안 갖춰도 되니 참으로 다행스런 세상이로다.



덧글

  • 네야 2012/11/11 02:18 # 답글

    와인잔이 참 앙증맞네요ㅋㅋㅋ
    청바지를 입고도 강단에서 위축되지 않으려면 그만큼의 아우라가 필요한 거 같아요. 동감-
  • 미운오리 2012/11/11 02:34 #

    그래서 다들 그냥 정장 입나봐요 ㅠㅠ 뭐 주절주절 고민하고 썼다지웠다 해놨지만 결국 정장 입을 예정 ㅋㅋ
  • 세잔느 2012/11/11 15:24 # 삭제 답글

    내 기준에서 예쁘다는건 색감하고 분위기가 본인한테 잘 어울린다-의 뜻이라서
    여성스럽기만 하다고 다 예쁘다고 해주진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사진은 화장이랑 옷이랑 분위기 등등 전체적인 스타일이 너랑 잘 어울려서 좋다고 한거입니당 :)
  • 미운오리 2012/11/11 19:07 #

    ㅋㅋㅋㅋㅋ 몰라 걍 당분간 이런st 추구할 작정인가봐 ㅋㅋㅋㅋㅋ
  • 가인 2012/11/11 16:07 # 삭제 답글

    내 사진이 왜 여기에? ㅡㅡ;
  • 미운오리 2012/11/11 19:08 #

    제 사진입니다만... 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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