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9 21 극단 미인 <자웅이체의 시대> 공연 리뷰


사실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나갈 정도의 여유는 전혀 없는 말도 안되는 스케줄을 살고 있는 요즘이지만... 공짜표가 생겼는데 안 갈 수가 없지 않나. ㅋㅋㅋ 누굴 줄 수도 있었겠지만, 마침 당첨 소식을 듣기 전날 룸메 언니랑 연극 보러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던 터라 당첨 문자를 받자마자 아 언니랑 가야겠다 싶었다. 나는 저녁나절의 작업과 휴식을 포기하고 언니는 선약을 취소하고 ㅋㅋㅋ 기분 좋은 행운을 누리러 대학로 키작은 소나무 극장으로 갔다.

좋은 극이었다. 이 연극의 가장 큰 결점을 꼽으라면 직관적이지 못한 제목이라고 하겠다. 언니가 연극 제목이 뭐야? 라고 물어보는데, 포스터를 몇 번이나 본 나 자신도 기억이 잘 안 날 뿐더러 뭔가 설명이 필요한 제목이라서 대충 말해주고 말았던 것이다. 컨텐츠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또한 제목의 기능이라고 생각하는데 제목을 보고 포스터를 봐도 영 감이 오지 않았다. 막상 본 연극은 오히려 그 덕분인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지만, 제목은 여전히 아쉽다고 생각한다.

시를 쓰지 못하는 시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늘 민폐만 끼치는, 그러나 망설임이나 막힘이 없이 하고 싶은 일들은 모조리 저지르며 사는 친구가 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친구를 부러워하고, 때로는 질투한다. 친구가 정자은행에서 받아온 정자로 임신을 하고서 축하해달라고 나타났을 때는, 최악이었다. 여자는 상황이 끔찍하다 말하며 친구를 밀어낸다. 밀어내도 밀려나지 않으며, 어차피 그녀가 다시 돌아오리란 것을 알면서도.

결국... 시인과 여자는 별거 끝에 이혼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연극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시인은 자기 말을 듣고 뜻도 모르는 시를 외워서 낭독해주는 다방아가씨와 재혼하고, 친구는 언제나처럼 천방지축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마구 하며 살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친구의 아이를 종종 혹은 자주 봐주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기른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 가는데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거나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관객에 눈에 비친 그녀는 이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이다.

절정에 달한 갈등이 클리어하게 정리된다기보다는 잔잔히 흩어지고 갈앉아버리는 느낌으로 해소된다. 그리고 그, 어쩌면 조금쯤 남루할 수도 있고 때로는 우습기도 한, 그런 삶이야말로 평범이며, 변함없는 인물들의 성격을 보며 인간은 결국 자기 하고 싶은 거 찾아가며 사는 거란 거, 결국은 그게 다 행복이란 거, 그런 얘기를 하는 거라 생각했다.

23일까지 대학로 키작은 소나무 극장에서, 단솔프로젝트라는 신예극단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연되고 있다. <자웅이체의 시대> 극단은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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