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ISSUE] 미국 대학 학생회도 등투를 하나요? 대학내일

1. ASUCD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열었던 플리마켓 행사

열두 개의 위원회, 지자체도 따라 하는 버스 운영, 학생 자치의 천국 UC 데이비스
[ USA ]


등록금 투쟁, 오큐파이 시위…
미국 학생회도 다 한다!

미국=박솔희 프리랜서 jamila@daum.net

학생이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학교 이름이 새겨진 후드티를 입고 캠퍼스 안팎을 활보할 때.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연대감으로 똘똘 뭉쳐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때. 그리고 학교를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투표에 참여할 때! UC 데이비스에서는 매년 가을과 겨울 두 번에 걸쳐 한국으로 치면 총학생회라고 할 수 있는 ASUCD(Associated Students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임원들을 선출한다. 교환학생이라 투표권이 없지만 선거 과정을 지켜보는 건 꽤나 흥미로웠다. UC 데이비스는 지난해 학내 오큐파이 시위 중 경찰이 학생들에게 최루액을 분사한 사건으로 큰 국제적 이슈가 됐던 학교. 그래서 선거철 풍경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치열한 선거 캠페인, 지지 호소, 때로는 흑색선전과 색깔론, 심지어 부정선거로 얼룩지며 기성 정치를 방불케 하는 한국 대학가의 선거와 달리, 온라인 투표로 이루어지는 미국 대학의 그것은 훨씬 조용했다. 미국 대학에서 총학생회란 어떤 의미일까? 고액 등록금으로 악명 높은 미국 대학에서도 등록금 투쟁을 한다는 것, 한 학기 내내 이어지던 오큐파이 시위 등 일련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이들의 학내 정치가 궁금해졌다. 총학생회를 찾아가 얘기를 들어봤다.

삼권분립과 상호 견제, 10여 개의 위원회 갖춘 민주적 총학생회

UC 데이비스 총학생회 구성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명확한 ‘삼권분립’ 구조다. 행정, 입법, 사법을 분리해 상호 견제하는 민주주의 국가 체제처럼 총학생회를 3부서로 나누어놓은 것이다. 행정부(Executive Branch) 안에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학내 자치 언론과 축제위원회, 총학생회에서 직영하는 커피하우스와 복사실, 중고용품 가게, 편의점 등이 들어와 있다. 총학생회가 카페테리아와 복사실, 자전거 수리점, 심지어 16개의 버스 노선을 직영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입법부(Legislative Branch)의 존재다. 의회에 해당하는 입법부는 12 명의 세네이터(senator,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미 의회에서 senator는 상원의원을 지칭함)으로 구성된 원(ASUCD Senate, Senate는 미 상원을 말함) 이하 10개가 넘는 위원회를 두고 있다. 위원회는 내부 규정을 검토하고 학칙을 수정해 나가는 내무 위원회(Internal Affairs Commission)나 예산을 심의하고 관리하는 재정 위원회(Business and Finance Commission)에서부터 자체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장학금 위원회(ASUCD Scholarship Committee), 젠더 및 성 위원회(Gender and Sexuality Commission), 학생 - 경찰 관계 위원회(Student-Police Relations Committee) 등 굉장히 포괄적이다. 사법부(Judical Branch)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학생 법정(Student Court)을 갖추고 있다. 이로써 총학생회가 완전한 행정, 입법, 사법 체제를 완성하는 셈이다.

복지, 복지, 오로지 학생 권익을 위해!

한국의 총학생회가 해당 학교의 정치적 입장을 상징하는 대표로서의 느낌이 강하다면, 미국의 총학생회는 재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에 가깝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외에 12명의 세네이터들도 모두 투표로 선출한다. 세네이터 선거는 가을 학기와 겨울 학기에 각각 6명씩 나눠 뽑아서 인수인계를 하고 업무 공백이 없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총학 선거 결과에 따라서 업무 방식이나 효율성에 편차가 크다. 총학생회가 일을 잘 못 하면 일 년이 갑갑하기 십상. 하지만 회장단과 별개로 선출하여 개개인이 책임감 있게 일하는 세네이터들이 있기에 미국 총학생회는 대체로 원활히 돌아가는 편이다. 저조한 투표율로 골머리를 앓는 한국의 총학 선거처럼, 미국에서도 투표율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투표에는 유권자의 약 20% 정도가 참여한다고. 그러나 대표성보다는 봉사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인지, 투표율을 이유로 투표 기간을 연장하거나 투표율이 안 나와서 결국 선거가 무산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낮은 투표율이 보여주듯, 재학생들이 총학생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지난 선거철에는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총학생회가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달린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세네이터 브래들리(2학년, 공공정치학 및 조직사회학 전공)는 “총학 업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총학에서는 치적 홍보보다는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편”이라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총학생회가 하고 있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연 예산으로 따져도 1100백만(한화 약 125억원)달러라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커피하우스라고 하는 학생식당의 운영이다. 한국 대학에는 간혹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학생식당이 있지만 대개는 대학 본부에서 맡고 있고, 최근에는 그나마도 외주 업체에 위탁 운영 하는 경우가 많다. UC 데이비스 커피하우스에서는 커피와 음료는 물론이고 피자, 샌드위치, 파스타, 멕시코 음식, 일식, 베트남 쌀국수 등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대에 제공한다.

또 한 가지 굉장히 중요한 것은 유니트랜스(Unitrans)라는 버스의 운영이다. 유니트랜스는 UC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출발해 데이비스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버스 서비스로 총 16개의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총학생회가 가끔 한두 개 노선의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는 해도, 이렇게 포괄적으로 도시 전역을 운행하는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미국에서도 UC 데이비스와 동부의 보스턴 대학뿐이라고 한다. 유니트랜스는 단순한 스쿨버스 차원을 넘어 시민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중교통의 성격을 띤다. 학생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탈 수 있지만(학부생은 등록금 납부 시 학생회비도 함께 납부하기 때문에 유니트랜스 운영비를 이미 낸 셈이다) 1달러의 차비를 내면 재학생이 아니라도 탑승 가능하다. 실제로 데이비스에는 유니트랜스 외에 다른 시내버스가 없다. 시에서 따로 버스 서비스를 운영하기보다는 유니트랜스에 재정을 보조하면서 서비스를 확장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이는 주민 인구의 대다수가 UC 데이비스 학생 내지는 관계자인 대학도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총학생회는 이 사업들을 통해 학생회비 외에 필요한 예산을 직접 확보하고, 재학생들의 일자리 창출한다. 재학생들은 학교 바깥보다는 시급이 더 높고 공강 시간을 활용해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교내 일자리를 선호한다. 때문에 총학생회에서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는 늘 지원자가 몰린다.

등록금 부담 해소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

미국 대학생들도 고액 등록금에 고통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 그에 대해서 총학생회는 재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취하고 있다. 재학생들이 국가나 주 차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총학생회 차원의 장학금을 제정해 필요한 학생에게 전달한다.

또한 우리나라로 치면 등록금심의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위원회(board of regions)에 학생 대표들이 참여하여 당당하게 목소리를 낸다. 우리나라에도 학교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갖춰지면 학생 참여가 배제된 채 밀실에서 등록금을 책정하지 못할 것이다. 지역 정치인들을 대하는 학생 대표들의 당당한 태도도 눈여겨볼 만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무시하는 일이 없는 미국 문화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2만 5천 명 재학생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왔다”는 자세로 발언하고 주눅 드는 법이 없었다.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이르는 등록금 투쟁 시즌에는 새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 청사에 UC 데이비스뿐 아니라 UC 버클리, UCLA 등 모든 UC 계열 대학생들이 모여 궐기를 한다. 이때도 학생 대표들은 격식 있는 태도와 복장을 갖추고 정식으로 재학생들의 요구안을 주 청사에 전달하는 등 프로페셔널한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무리한 방법으로 투쟁하지 않아도 어른들이 학생들을 존중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가능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미국 학생운동 죽었다? 진화한 것!

미국 학생운동은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반전·평화 운동과 결합된 UC 버클리의 자유 발언 운동(Free Speech Movement)을 중심으로 크게 부흥했다. 오늘날에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많은 문화적 유산을 남겨주고 있는 당시 상황에 비하면 오늘날 미국의 학생운동은 일견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브래들리는 “1960년대의 자유 발언 운동이 굉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학생 운동이 이용하고 있는 수단은 오히려 더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며 “학생운동은 변질된 것이 아니라 진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우리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권익과 복지 확대를 위해 정치적 압력을 포함해 다양한 수단을 채택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이 대학생들을 위한 법을 제정하도록 압력을 넣는 로비단(Lobby Corps)이 총학생회 내에 존재할 정도다. 나 역시 일대일 방문 로비나 의회 발언, 법안 작성을 돕는 일을 했다”는 것.

또한 “선거철이면 재학생들의 투표자 등록을 장려하고(미국에서는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돼도 따로 투표자 등록을 해야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포럼, 토론회 등을 열어 현명한 투표를 돕는다”며 “우리 총학생회는 자유 발언 운동의 시절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민주적 운영과 열정적인 일꾼이 부러운 미국 학생회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미국의 학생 사회가 정치적으로 한국보다 진보적이거나 더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탄탄한 구조 그리고 효율과 합리로 운영되는 총학생회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강한 책임감으로 일하는 임원들에게서 감명을 받았다. 총 40시간이 넘게 소요된 예산 공청회에 대해서 “지루한 일이었지만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 책정을 위해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대중 앞에서 한 줄 한 줄 검토했다”고 자부심 있게 말하는 게 UC 데이비스 총학생회의 세네이터들이었다.

젊고 참신한 후보로 기대 받던 청년이 민주적 절차에 대한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는 모습과 비교하며 진정한 젊음의 가치가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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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으로 치면 학생회관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얼 유니언4. ASUCD가 운영하는 커피하우스 5. 열정적인 세네이터 브래들리 6. 겨울학기 내내 계속됐던 오큐파이 시위 현장7. 재학생들이 직접 운전하는 유니트랜스 버스


http://www.naeilshot.co.kr/Articles/RecentView.aspx?p=3KBPc0gc7lq8O1WDhB6NVsdxQgdd2l%2FttL%2FOEjy1rL0FFy4gg9b7Mg%3D%3D

* 매년 선거 무산, 파행으로 치닫고 일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 총학들의 안타까운 현주소를 보면서 답이 안 나오곤 했다. 단행본에 넣을 요량으로 브래들리를 가볍게 인터뷰하고자 했으나 진심으로, 세네이터들이 열정적인 업무 태도와 탄탄히 갖춰진 총학생회 업무 분장 등에 큰 감명을 받고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를 해서 이 기사를 만들어냈다. 그 동안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기사라고 자부하는 바. 의미가 점점 흐려져가는 우리나라 총학의 쇄신책에도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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