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를 재생하다가, 전주만 듣고서 꺼버렸다. 더 이상 들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친구의 책꽂이에서 내가 빌려줬던 기형도 전집을 보고도 뽑아들지 않았던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였다.
괜한 신파는 찍고 싶지 않다.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니라 상황이 나쁜 거다. 모르지 않기에 화내지도 미워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금 슬프다.
'또야?' 라는 생각에 조금 비참하다.
꼬여 돌아가는 상황에 얻어맞은 강펀치, 그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이건 좀 너무하다.
비참하고 괴롭다, 그저 조금.
그래서 조금 외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단지 그 뿐이다.
맥주 한 캔짜리 슬픔일 뿐이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