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chSurfing USA] 어린왕자와 함께 휘파람을 불다 CouchSurfing USA


스스로의 여정에 나선 19세 스트릿 아티스트 테일러
[ EPISODE 3 ]

1.
장난꾸러기 테일러 2. 거리 공연 중인 테일러의 모습 3. 테일러와 나 4. 난간만 보면 타오르고 싶어하던 소년 테일러


덴버 일정은 길지 않았다. 새크라멘토에서 뉴올리언스 가는 직항이 없어서 거쳐 가는 길, 하루 밤과 하루 낮의 체류였다. 이번 이야기는 나를 재워준 카우치 호스트 샘보다는, 샘과 함께 머물던 다른 카우치서퍼 테일러에 대한 것이다.

내 이름은 TAY to LOR
테일러는 ‘스스로의 여정’에 나선 열아홉 살짜리 스트릿 아티스트다. 피아노, 기타는 기본이고 우쿨렐레, 젬베 등 각종 악기를 가지고 길거리 공연을 하며 여행 중이었다. 고향은 아이다호 남파라는, 미국에서도 깡촌에 속하는 시골. 한 달 전 집을 떠나 솔트레이크 시티를 거쳐, 덴버에 온 건 자기도 이틀밖에 안 됐단다. 그는 스스로 만든 곡 ‘TAYLOR’를 비롯 달콤한 노래들을 반주와 함께 들려주었다. “이 노래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여자애한테 고백할 때 불렀던 거야”라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샘과 나는 “도대체 그 복 터진 여자는 누규?!”라며 음악 속에 깊이깊이 빠져들었다.

‘순수’라는 단어와 썩 어울리지는 않는 나라 미국에서, 테일러야말로 내가 만난 가장 순수한 미국인이었다. 휘파람 불기, 광속으로 눈알 움직이기, 징검다리 뛰어넘기, 손가락 부딪혀 딱 소리 내기, 담벼락 기어오르기……. 어른들은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테일러는 자기 안의 어린아이를 간직하는 게 좋다고 했다. 짧은 여행길의 감성에 취했을까, 나도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우리는 ‘예술은 루저들의 무기’라는 데도 동의했다. 사실 이런 유의 이야기들은 같은 한국말 쓰는 한국인들끼리도 잘 못한다. 이 지구상에 마음 통하는 친구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다.

이렇게 귀여운 남동생 같은 테일러가 여행을 계속 잘 할는지 조금은 걱정이 됐다. 세상은 그처럼 순수한 영혼에게는 다소 험한 곳이니까. 그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건네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한 번은 어떤 홈리스가 “강도를 당해서 신분증조차 없는데, 돈이 없어 재발급을 못 받는다”는 식의 뻔한 수법으로 접근을 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던 나와는 달리 그는 지갑에 있는 단 2달러뿐인 현금을 죄다 건네며 “이거밖에 없어서 미안하다”는 게 아닌가! 홈리스가 사라진 후 내가 “너 저 사람이 하는 말 믿어?”라고 묻자 테일러는 어찌 보면 참 답답도 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도 거리 공연을 하면서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잖아. 그리고 나도 가난한 처지다 보니 저 사람의 어려움이 이해가 가.” 걱정은 되지만, 그렇다고 이 어린왕자에게 때 묻은 일장연설을 늘어놓아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의 현실을 깨우치는 건 너무 가혹한 짓 같았다.

두어 주쯤 지난 뒤 그와 채팅을 했는데, 웬걸 역시나, 돈이 떨어져서 고향으로 돌아가 있단다. 그리고 또한, “아이다호가 싫어서 떠나고 싶었던 것도 있었는데, 사실 내가 이곳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라는 성숙한 소리를 해대며 당분간은 지역에서 음악을 하겠다고 한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많은 미국 대학생들을 만나봤지만 너만큼 생각이 깊은 친구를 못 봤다”는 내 말에 그는 “나이나 학력은 아무 의미도 없다”며 “어린이들 중에서 나보다 성숙한 애들을 많이 봤는걸”이라고 말해 나로 하여금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박솔희는 누구?
내일로 세대가 직접 쓴 기차여행 가이드북 「청춘, 내일로」로 대학가에 돌풍을 일으킨 90년생 저자. 캘리포니아에서 교환학생 후 7월 귀국 전 22일간 카우치서핑으로 미 전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대학내일 학생리포터 역임.
미국=박솔희 프리랜서 jamil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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