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chSurfing USA] 도대체 왜 모르는 사람을 재워주는 건데? CouchSurfing USA

1. 피자를 만들고 있는 제넬, 조니 2.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레즈비언 커플 조니와 제넬과 함께 3. 함께 마셨던 포틀랜드 맥주4. 행복한 조니, 제넬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레즈비언 커플, 조니와 제넬
[ EPISODE 2 ]

카우치서핑에 대해 던질 수 있는 의혹과 질문들은 끝이 없지만, 아무래도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이거다.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여행자를 데려다 재워?” 조니와 제넬처럼 믿을 수 없을 만치 따뜻한 호스트를 만날 때면 나 역시 질문을 던지고 한다. “우리 지금 처음 만나는 거 맞지?”

불통의 병을 고치는 카우치서핑, 그리고 따스한 포옹
포틀랜드행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한 시간이 넘게 연착됐고, 장시간 주행의 피로와 허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진 상태로 조니와 제넬을 만났다. 미국인들이 캐주얼한 인사로 포옹을 하긴 하지만, 보통 처음 만날 때는 악수를 하는 게 보통이고 조금 친해진 다음에 가벼운 포옹을 한다. 하지만 조니는 십년 지기 친구라도 만난 듯이 나를 놀랍도록 ‘꼬옥’ 반갑게 끌어안았고, 나는 속으로 안도하면서도 조금은 놀란 게 사실이었다. 그 길로 우리가 하러 간 것은 피자 만들기! 유기농 마트에서 피자 도우와 햄 등을 사서 집에서 직접 피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맛있는 것에 놀랐다! (이렇게 간단히 만들 수 있는 피자를 왜 한 판에 20불씩 주고 사 먹었던가!)

조니와 제넬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레즈비언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또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소수자로서의 이중고를 겪는다. 남성 게이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열해보자. 미소년, 패션, 여자들의 가장 좋은 친구? 수많은 미드와 영화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게이들에 비해 레즈비언들은 아직도 편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조니와 제넬, 이 귀여운 레즈비언 커플을 만난다면 그 편견들은 눈 녹듯 사라지리라.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는 인상에, 5분에 한 번씩 “Awesome!”을 연발하던 조니, 제넬과 함께 나는 포틀랜드 새터데이 마켓을 구경하고, 제넬이 일하는 모자 가게에서 온갖 모자들을 써보고, 맥주 시음장에서 산 다양한 지역 생산 맥주를 맛보며 이박삼일을 보냈다. 조니는 스물두 살의 아티스트다. 갤러리에서 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솔로 앨범을 발매한 뮤지션이기도 하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함께 조니의 앨범을 들었다. 조니 스스로 ‘비행기용 음악’이라고 칭하는, 여행에 딱인 달콤한 노랫가락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높아져갔다.

나는 초면에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은 오히려 경계하는 편이다. 과장된 친절의 탈을 쓰고 나중에 뒤통수를 치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니와 제넬로부터 너무나 따뜻한 대접을 받고 나서는 뭐랄까, 무장해제라도 된 듯 마음이 헤 풀어져버렸다. 포틀랜드를 떠난 뒤, 조니에게 문자를 보내 물어봤다. “있지, 어떻게 그때 날 그렇게 꼭 안았어? 처음 만나는 사이였는데?” 그녀는 “정말 예쁜 질문이네”라면서 장문의 답을 보내왔다. “내 생각에 요즘 우리 사회는 불통이라는 병에 걸려 있는 거 같아. 서로를 오해하고, 전쟁을 시작하기도 하지. 우리 가족만 해도 별로 의미 있는 얘기를 하지 않아. 난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는데, 절대 날씨 얘기를 하지 않는 거야. (물론 날씨가 정말 좋을 때는 빼고!) 이 사회의 병을 고치는 방법은 카우치서핑이나, 낯선 사람을 포옹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떠나기 전 나는 피자 자르는 칼을 사서 카드와 함께 남겨두었다. “이 칼로 많은많은많은 피자를 만들렴!” 조니와 제넬이 너무나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박솔희는 누구?
내일로 세대가 직접 쓴 기차여행 가이드북 「청춘, 내일로」로 대학가에 돌풍을 일으킨 90년생 저자. 캘리포니아에서 교환학생 후 7월 중순 귀국을 앞두고, 22일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카우치서핑으로 미 전역을 여행하고 있다.
미국=박솔희 프리랜서 jamil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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