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09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공연 리뷰


좋은 글이란 역시 삶을 관통해야만 나오는 것이다.
그걸 일깨워준 공연이었다. 잘 생긴 남자들 얼굴이 커다랗게 프린트된 광고판, 그리고 어딘지 어설프고 추상적인 제목. 그저 가벼운 상업 뮤지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울면서 나왔다. 울림은 크고 길었다.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며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유난히 울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포인트에서 많이 울었다.

뮤지컬은 남자배우 두 사람이 등장하는 이인극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스와 서점 주인 앨빈은 죽마고우다. 이야기는 앨빈의 자살, 그리고 어린 시절 약속대로 그의 송덕문을 쓰는 토마스의 고민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함께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둘이 함께 만든 이야기들을 원천으로 하여 쓴 소설들로 토마스는 대학에 가고, 앨빈은 아버지의 서점을 이어받으며 동네에 남게 된다. 앨빈은 작가로서 승승장구하며 여러 상을 휩쓸고 이름을 날리게 되지만, 앨빈은 변함 없이 순박한 시골 책방 주인으로서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앨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앨빈은 토마스가 그의 송덕문을 써주기를 바랐다. 토마스 역시 소중한 친구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송덕문을 마련하지만, 그것은 그가 쓴 글이 아니라 유명한 시를 인용한 것이었다. 앨빈은 자기 아버지에 대해 토마스가 직접 쓴 글을 원하지만, 토마스는 '이처럼 훌륭한 시가 있는데 왜 다른 글을 쓰라는 것이냐, 촌부의 삶에 비해 이 유명한 시는 차라리 과분하다'며 성을 낸다. 앨빈은 실망하며 토마스의 송덕문 대신 직접 말문을 연다. "저희 아버지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앨빈의 죽음 뒤에 그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토마스는 결국, 종이와 펜을 치워버린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찾아온 하객들을 향해 담담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 가장 소중한 친구 앨빈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어떠한 미사여구도, 현란한 경구도, 삶에서 나오지 않은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화려한 겉치레는 잠시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다. 진심은 아주 힘이 세다. 삶으로 쓰는 글만이 진짜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소설들도 결국은 자전소설일 수밖에 없다.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에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물론 그런 기교와 표현상의 세련미 역시 글쓰기에서는, 화법에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형식미에 집착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반성했다. 돌이켜보면, 그저 매끄러운 글을 썼을 때는 칭찬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진심을 담고 내 삶을 녹여 쓴 글에 대한 피드백은 눈물로 왔다. 진심을 사람을 울릴 수도, 웃길 수도 있었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진심은 아주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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