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 Play] 금방 사랑에 빠지고 금방 정리해요 대학내일


임경선 칼럼니스트 catwoman.pe.kr ILLUST BY  김병철

Q 금사빠 여대생이에요.  어, 이 사람 매력 있네, 하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려요. 그런데 좀 대시를 해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또 쉽게 정리를 해요. 그리곤 금세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옮겨가고요. 하도 이러다 보니 이제는 내가 정말 사랑을 하고 있는 건가 싶어요. 상처를 받게 될 것 같은 기미가 조금만 보여도 마음을 접어버리는 태도는 아무래도 방어기제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너무 강하다 보니 될 사랑도 더 안 되는 거 같고요. 이제는 좀 안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데, 막상 누군가를 제대로 사귀기로 하면 또 금방 질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저, 이래가지고 연애할 수 있나요?

A 우선, 누군가를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성격은 결코 나쁜 건 아닌 것 같아. 왜냐하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상대 남자의 장점을 귀신처럼 찾아낼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거든. 어떤 금사빠들은 도저히 평범한 사람들이 찾기 힘든 ‘나만이 발견한 그의 장점’을 참 잘도 뽑아내곤 하지. 그리고 그 장점들에만 집중하니 그는 ‘사랑할 만한’사람이 되고 여타 대부분의 단점들은 흘려 보낼 수 있는 대인배가 되는 거야.

하지만 두 가지 우려점이 있어. 첫째는, 사랑하는 건 좋은데 주로 그게 짝사랑으로 예열되다가 끝나고 만다는 게 아쉬워. 이 남자 저 남자 문란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걸 반복하는 게 차라리 납득이 가지, 혼자서만 가슴앓이 하다가 끝나는 것은 사실 연애라고 할 수도 없잖아. 둘째, 내가 짝사랑을 연애로 안 치는 이유는 사실 짝사랑이라는 게 대부분 나 혼자만의 공상에 의한 거니 가장 상대를 내 멋대로 이상화시켜 좋아하는 것일 공산이 크다는 거. 심지어는 상대에 대한 감정이라기보다 ‘사랑에 빠져 있는 나’에 대해 푹 빠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며 좋아한다기보다 내가 이상화시킨 상대에 대해 설레하는 그 ‘뜬’ 상태를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아직 상대가 나를 내치기 전이라면 아직 상처받지도 않고 내 사랑은 상상 속에서 너무나 안전하니 내 멋대로 애틋한 연애 감정을 충분히 즐길 수가 있는 것이겠지. 마지막 우려점은 내가 그 상대와 서로를 서서히 알아가기도 전에 먼저 상대를 나의 이상형으로 머릿속으로 추앙하면서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접하게 되면 상대는 그 후끈 달아 오른 분위기에 델까 봐 당신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뒷걸음질 치고 싶어지지. 상대가 나에 대해 뜨거운 감정을 드러낸다 한들 ‘넌 진짜 나에 대해 알기나 해?’같은 마음이 들 수가 있지. 그 남자가 나를 살짝 거부하거나 상처 입히려고 하면 이내 마음을 접어버리고 “아님 말고요”라며 도망쳐버리는 행동 역시도 상대방이 보기에는 “쟨 나를 진짜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봐. 즉, 상대를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게 아니라면, 이런 금세 달아오르는 습성은 현실적으로 상대를 쫓아버리는 악수라고 봐. 금사빠들의 특징이 또 연애에서 뭔가가 내 맘대로 안 풀리고 어긋나면 스스로를 ‘피해자’ ‘약자’라며 ‘내가 미쳤지, 쟤를 좋아하다니’식으로 상황을 합리화시킨다는 거야.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당신은 지금 막상 누군가를 제대로 사귀면 금세 질려버릴 것을 걱정하다니, 진짜 연애를 하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는 형국. 자, 정리하자면 스스로를 ‘금사빠’라 일컬으며 꽤 개방적인 날라리가 아닐까 걱정하는 것처럼 포장해보지만 실상은 사랑이 아직 뭔지 직면하기가 두려운, 사랑의 달콤한 부분만 맛보려고 하는 겁쟁이 관계기피증! 자, 처음에도 말했듯이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게 되는 습성, 그건 나쁘지 않아. 그렇다면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부디 이번에는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남자를 좋아하기’ 신공을 펼쳐보면 어떨까. ‘나를 좋아할 것 같은 남자를 골라서 좋아하게 되는’ 참 행복한 습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 나에겐 어떤 매력적인 점들이 있는가. 어떤 사람들이 그 매력적인 지점들을 이해하고 좋아하고 고마워해줄까’라는 것을 알아야만 가능해. 한마디로, ‘나와 제대로 통하는’ 남자를 한눈에 알아본다는 거지. 그게 진짜배기 연애 능력이라고!

임경선의 페어플레이Fair Play 상담실에 사연을 보내주세요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어떤 날 그녀들이’의 저자인 칼럼니스트 임경선 씨가 청춘의 인간관계 고민에 대해 조언해드립니다. 풀리지 않는 남자친구와의 연애, 어머니와의 불화, 선후배와의 미묘한 신경전, 친구에 대한 질투 등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세요. 사연은 tiger@naeil.com으로 보내주시거나 대학내일 홈페이지 해당 게시판에 써주시면 됩니다.

http://www.naeilshot.co.kr/Articles/RecentView.aspx?p=xzcfuWy~plus~u6feYxsmX5Z2eARdlN56inB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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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4 17: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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