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편한테 '가산점' 주는 존재일 뿐? OhmyFreedom 대학생기자단

여자는 남편한테 '가산점' 주는 존재일 뿐?
공주시, 백제문화제서 성차별적 홍보대사 선발기준 논란
11.09.29 15:55 ㅣ최종 업데이트 11.09.29 17:28 박솔희 (jamila)
 

57회 백제문화제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일원에서 펼쳐지는 백제문화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축제다. 백제의 왕도였던 두 지역의 풍부한 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매년 수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백제문화제 개막을 앞두고 공주시가 실시하는 '백제 무령왕·왕비 선발대회'가 성차별적으로 진행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무령왕 선발에 왕비는 당연직, 여자는 내조만 하라는 격?

공주시는 지난 8월 말 백제 무령왕·왕비 선발대회를 공고하고 무령왕, 왕비, 왕자, 공주 네 개 부문에서 대상자를 모집했다. 해당자로 선발될 경우 백제문화제 기간 중 개막식 행사와 웅진성 퍼레이드 등에 참여하고 행사 후에도 1년간 공주시 관광홍보대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응모자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무령왕으로 응모할 수 있는 자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만 30세 이상의 심신이 건강한 남자'라고 되어 있는데, 무령왕비의 경우는 '무령왕으로 선발된 자의 배우자'일 뿐인 것이다. 무령왕은 배우자와 동반 출연을 해야 하고, 그 선발 결과에 따라서 무령왕비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공주시가 홈페이지에 공고한 <백제 무령왕·왕비 선발대회>의 응모자격
ⓒ 공주시 홈페이지 캡쳐

이러한 응모자격은 여성에게 남성 의존적인 태도를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성이 스스로 대외활동을 할 수 없고 남편을 앞세워야만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인 것이다. 백제 시대의 문화를 재현한다고 해서 그 기준조차도 천오백년 전의 과거에 맞추는 것인가?

또한 심사기준을 들여다보면 '무령왕 후보자의 경우 배우자 점수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여성의 '내조'에 따라서 남편의 활동이 빛을 발하게 된다는 낡은 관념으로 보인다. 여성이 무령왕비 후보에 지원하고 남편의 '외조'에 따라 가산점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심사기준이 더욱 '삐딱하게' 보이는 이유다.

단지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공주시 홈페이지
ⓒ 공주시 홈페이지 캡쳐

무령왕비를 독립적으로 선발하지 않고 무령왕 선발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이유에 대해 공주시 백제문화제 집행위원회 측은 "기존에도 무령왕·왕비를 뽑아 백제문화제에 참여하게 했지만 서로 관계없는 사람들을 뽑아놓고 보니 자연스러운 연출이 어려웠다"며 "부부로 선발하는 경우 왕과 왕비라는 컨셉에 맞추어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해지고, 차후 해외 자매도시와의 교류 등 행사에 참석할 때 일정을 잡기에 편리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여성은 스스로는 지원할 수 없고 남편을 앞세워야만 지원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이벤트성' 행사임을 강조했다. 또한 "왕비의 경우도 지원서를 따로 제출해야 하고, 선발자에게 주는 상금도 왕과 왕비에게 각각 지급한다"며 성차별적 대회라는 의혹에 항변했다.

대개 이런 지역축제 선발대회의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의 참여 의욕이 높다. 이 점에서 백제 무령왕·왕비 선발대회의 성차별적 선발기준이 대회의 풍성함마저 반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백제 무령왕·왕비 선발대회의 서류심사 합격자 명단 공고를 보면 알 수 있다.

만 16세~29세로 기준 연령이 정해진 왕자와 공주 부문에는 각각 6명과 50명이 서류심사에 합격했다. 백제문화제 집행위원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왕자 부문에는 지원자가 6명뿐이었고 공주 부문에는 55명이 지원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9배 이상 많이 지원한 것이다.

한편 왕·왕비 부문에는 단 6명이 응모해 모두 서류심사에 합격했다. 왕·왕비라고 공지하기는 하였지만 명단에는 무령왕 후보자에 해당하는 남성의 이름만 표기되었다. 여성이 남편의 이름 뒤에 숨지 않고 스스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지원자가 적었을까?

 

  
<백제 무령왕·왕비 선발대회>의 서류심사 합격자 명단. 공주 부문에 응모한 여성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 공주시 홈페이지 캡쳐

여성이 나오고 싶으면 남편을 설득하면 된다?

백제문화제 집행위원회는 "여성이 대회에 나가고 싶으면 남편을 설득해서 같이 나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여성이 남편의 이름을 빌려 대회에 나가는 것과 스스로의 이름으로 출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여경씨는 "공주시 측은 부부 동반 출연의 취지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남성 중심으로만 선발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취지가 흐려진다"며 "왕비와 왕 모두 신청할 수 있도록 기준을 수정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충남도청 여성가족정책관실의 이정순 과장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며 "확인해보겠다"는 대답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박솔희 기자는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여자는 남편한테 '가산점' 주는 존재일 뿐? - 오마이뉴스



*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고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자녀가 아버지의 성뿐 아니라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원할 경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무령왕과 왕비를 선발할 때 남편만 기준 삼을 것이 아니라, 아내가 원할 경우 자신의 이름을 걸고-남편 점수에 따라 가산점도 받으면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응모자격이 수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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