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건강 ②] 점장도 서서 일하는데... 감히 알바생이 앉겠다고? OhmyFreedom 대학생기자단

염증 때문에 깁스 했지만... 그래도 서서 일해?
['알바'에게도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②] 서비스업 알바 중 다친 대학생들과 집담회
11.08.30 13:41 ㅣ최종 업데이트 11.08.30 14:54 박솔희 (jamila) / 박의연 (sinbe1120) / 류소연 (buty89)
 

하수구 청소, 대형 마트 물류 알바… 시급은 최저임금인 4320원보다 높지만 위험한 정도도 그만큼 높은 일들이다. 대학생들이 흔히 하는 아르바이트는 분명 아니다. 피자 배달이나 냉동기 점검도 그렇다. 올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숨진 피자 배달원이나 냉동기 점검 알바생의 죽음이 그저 안타까운 '일부'의 사례로 치부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부의 위험한 알바를 제외한다면,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노동은 충분히 안전한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학생들이 흔히 일하는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 의류 매장 등에서도 생각보다 사고가 잦다. 특별히 위험한 환경이 아닌 단순 서비스업 아르바이트 현장. 하지만 그곳에서도 인력 부족, 안전시설 미비 등의 원인으로 수많은 노동 건강권의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프리덤'은 서울 신촌에 있는 한 카페에서, 대학생들이 흔히 하는 서비스업 알바 도중 크고 작은 상해를 입은 대학생들을 만났다. 김민수(21), 신희망(23), 강명중(20)씨. 이하는 오마이프리덤과 집담회 참가자들 간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7일 신촌의 한 카페에 모여 집담회를 진행했다.
ⓒ 류소연

- 각자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사고를 당하셨는지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김민수(이하 김) "현재 A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다. 카페에서 오븐에 데어 1도 화상을 입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뜨거운 집기에 델 일이 많다. 특히 내가 일하는 카페는 '카페계의 김밥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종류의 메뉴가 있다. 때문에 바 공간이 똑같아도 집기가 많아서 공간이 좁다. 공간은 협소한데 물건이 많다보니 자주 데인다. 뜨거운 물에도 데고 와플 기계에 찍힌 적도 있고 여러 번 다쳤다."

강명중
(이하 강) :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B 음식점에서 일하다가 2도 화상을 입었다. 내가 일하던 매장의 주방은 사람이 지나가기에 길이 좀 좁다. 때문에 지나갈 때마다 '지나가겠습니다' 하고 말을 하고 지나가는 게 규칙이다. 하지만 점심 시간에는 워낙 손님이 밀려들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때 말을 못 하고 지나가는데 앞에 있던 사람이 뜨거운 밥솥을 들고 있다가 갑자기 돌면서 내가 거기에 데었다."

신용선(이하 신) : "C 대형 의류 매장에서 한 달간 일했다. 나 같은 경우는 특별히 사고가 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새로 개장하는 매장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매장 안에 에어컨 등의 시설이 갖춰지기 전이었다. 매장 안이 너무 더워서 참기 힘든 상황이었다. 섭씨 28도가 넘는 실외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땀띠가 났다.

게다가 계속 공사 중인 매장이다보니까 미세먼지가 많아서 기관지가 나빠졌다. 원래 기관지가 튼튼한 편인데 이렇게 가래가 끓고 목이 아파본 적이 없다.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목이 더 아프다. 심한 경우 성대 결절에 걸린 사람도 봤다. 또 하루에 아홉 시간 이상 계속 서 있다보니 다리가 심하게 부어 치료를 받기도 했다."

"카페에서 화상 연고는 상비약...팔뚝은 온통 크고 작은 흉터들"

- 상해를 입고 난 후 조치는 어떻게 취했나. 업주의 반응은 어땠나.
 :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원래 아침 10시까지 출근을 했는데 사고 후 일주일 정도는 출근 시간을 늦춰 주셔서 일하기 전에 병원에 다녀올 수 있었다. 비용은 사장님이 다 주셨다. 내가 일하던 매장은 워낙에 뜨거운 냄비나 밥솥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이 심심찮게 다치곤 한다. 그래서 오래 일하신 분들이 알려주는 대로 해서 치료하고 산재 처리도 다 했다."

: "나 같은 1도 화상의 경우 그 자리에서 조치를 취한다. 카페 내에서 화상 연고, 두통약, 진통제 같은 것들은 거의 상비약 수준이다. 2도 화상은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나고 하는 정도라 병원에 꼭 가야 하지만 1도 화상은 그 정도는 아니라서 가게에서 약 바르는 정도로 해결했다."

: "매장에서 특별히 조치를 취해준 것은 전혀 없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물론이고 점장님까지 땀띠가 나는 등 고생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평할 수도 없었다. 오래 서 있는 것 때문에 다리가 심하게 부어 정맥 마사지를 받은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했다."

  
강명중씨의 팔에 남은 2도 화상의 흔적
ⓒ 박솔희

- 서비스 계통에서 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많이 서 있게 된다. 하지만 꼭 서 있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앉아서 해도 되지 않나? 일하는 동안 전혀 앉을 수 없었나?
: "알바생뿐만 아니라 직책이 높은 점장까지 모두 다 서서 일을 한다. 때문에 알바생이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충분히 앉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앉아 있으면 몸이 둔해진다고 서서 하라는 분위기다. 오래 일한 사람들의 경우 다리에 염증이 생겨 깁스를 한 사례도 있지만 매장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 "카페에서도 많이 서 있게 된다. 매장 분위기에 따라서 한가한 시간에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바쁘기 때문이다. 바쁠 때는 심지어 식사도 거른다. 카페가 바쁜 시즌에는 한 달 정도 일하면서 거의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계산, 서빙, 설거지, 음식 제조까지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정신 없이 바쁘다. 때문에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점장님도 서서 일하는데...알바생이 감히 앉을 수가 없죠"

-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매장에서 교육을 잘 시켜주었나? 위험 요소에 대해서 미리 인지하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덜 다칠 수 있을 것 같은데.
: "카페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뻔하다. 가령 베이커리가 오븐에 들어가면 뜨거우니 조심해야 된다는 등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물론 언질은 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위험하다는 걸 알아도 감당이 안 될 때다. 내가 일하던 카페는 본사 직영 매장이어서 상대적으로 인력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맹 매장 같은 경우는 사업주가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알바생을 적게 뽑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면 일손이 부족해서 위험한 걸 알면서도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고, 상해를 입을 확률도 더 높아진다. 바쁘다보니까 위험한 요소에 대해 교육도 제대로 받기 힘들다. 매장 측에서 교육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빠 죽겠는데 일일이 알바생들 교육시킬 여유가 어딨냐는 식이다."

: "맞는 말이다. 뜨거운 것, 위험한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육은 잘 받았다. 하지만 위험한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바빠서 옆에 밥솥이 있는지 볼 겨를이 없었다."

 

  
김민수씨의 팔에 남은 1도 화상의 흔적. 민수씨의 팔 곳곳에 이런 흉터들이 여럿 남아 있다.
ⓒ 박솔희

- 주변에서 알바를 하다가 다친 사례들이 또 있나.
: "카페에서 같이 일하던 매니저가 하지정맥류에 걸렸다. 작년 가을쯤 종로에 있는 D 카페에서 심야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심야 수당과 주휴 수당을 더하니 보수가 나쁘지 않기에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일손이 턱없이 모자랐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심야 일을 두 명이서 다 했다.

심야 시간이다보니 취객이 많아 감당이 안 되는 데다가 접객과 동시에 익일 영업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그때 같이 일하던 매니저가 하지정맥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페 일을 2년 정도 한 사람인데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가 돼서 일도 그만두게 됐다."

: "내 친구도 편의점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는데 하지정맥류에 걸렸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 겨울에 눈썰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영하의 온도에서 8시간 정도 서 있는 일이었다. 일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동상을 앓았다. 그때 같이 일하던 언니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겨울마다 발이 시려 고생한다."

최선의 안전 설비는 '사람'

- 일을 할 때 어떤 안전 설비가 있으면 상해의 위험성이 줄어들 수 있을까.
: "무엇보다도 사람이 제일 필요하다. 인력 부족을 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겨울에 피자 배달을 하던 대학생이 사고가 난 것도 그렇지만, 알바생이 부족해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할 배달의 건수가 많기 때문에 급하게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게 아닌가 싶다. 특히나 비가 오는 날에는 배달 건수가 많아지고 더 위험한데 알바생은 부족하니까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 "같은 생각이다. 내가 일하는 매장의 경우 무진장 넓은 매장의 한 층 전체를 두 명이서 청소한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하라고 하는 일은 너무 많다. 일하면서 압박을 많이 느끼게 된다."

: "밥솥에 데는 직원들이 많은데, 뜨거운 것 보호할 수 있게 싸놓았으면 좋겠다. 즉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알바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려면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
: "메뉴를 미리 정확하게 정하고 나서 직원을 불러 주면 도움이 된다. 무엇을 주문할지 결정하지 않고 나서 직원을 부르면 그렇잖아도 바쁜 시간에 더 마음이 급해진다. 미리 골라놓고 주문을 하면 알바생에겐 시간도 절약되고 덜 바빠지니 다칠 일도 줄어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류소연·박솔희·박의연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염증 때문에 깁스 했지만... 그래도 서서 일해? - 오마이뉴스

* 알바 건강권 기획 두번째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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