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rry] 사람을 죽이기에는, 절반도 너무 많다 대학내일

 

람을 죽이기에는, 절반도 너무 많다
박솔희 프리랜서 jamila@daum.net

발걸음이 무거웠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버스를 타고 또 이십여 분.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 차려진 故 황승원 학우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황씨는 지난 2일 새벽 이마트 탄현점에서 터보냉동기 점검 작업을 하다가 냉매 때문에 질식사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것으로 알려져 세인의 안타까움을 샀다.

황씨의 가정은 형편이 어려웠다. 고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쳐서 대학에 진학했다. 어려운 환경도 그의 학구열을 꺾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 합격했다고 해서 갑자기 집안 살림이 피는 것은 아니었다. 등록금은커녕 생활비도 없었다. 대출을 받아 한 학기를 간신히 다녔지만, 결국 2학기는 등록하지 못하고 군에 입대했다. 담배도 안 피우며 모은 군대 월급은 ‘필요한 곳에 쓰시라’며 어머니께 드렸다. 제대하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월 150만원. 대학생 알바 치고는 적지 않은 돈을 받기 위해서 그가 뛰어든 일은 냉동기 수리. 또래 대학생이 흔히 하는 일은 분명 아니었다.

반값도 너무 비쌌다

황씨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일해서 벌고자 했던 등록금은 얼마였을까. 그가 다녔던 서울시립대 경제학부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2백만원이다. 여타 사립대학 등록금의 절반 수준이다. 반값 등록금인 셈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기에는, 반값도 너무 비쌌다. 고인은 수업 태도가 단정하고 성적도 우수한 모범생이었지만 MT나 술자리 등의 과 활동에 적극적인 학생은 아니었다.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아르바이트하러 가기 바빴던 탓이다. 일부러 피한 측면도 있었다. 모임에 나가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돈을 쓰게 된다. 그에게는 그 정도의 작은 사치를 부릴 여유조차 없었다.

남 같지 않은 또래 대학생의 죽음…
다음은 누구일까

예의도 제대로 갖출 줄 모르면서 부조를 하고, 방명록을 쓰고, 너무나 앳된 얼굴의 영정 사진 앞에 절을 두 번 했다. 사진 속의 오빠와 똑 닮은 여동생이 황망하게 “어디서 오셨나” 묻고 “와 주셔서 감사하다”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취재진이 법석을 떨고……. 어린 친구가 겪었을 혼란과 어리둥절함이 전해졌다.

“조심히 가세요” 하는 여동생의 인사를 뒤로 빈소를 나서는데, 그만 눈물이 쏟아지고 만다. 생전에 아무런 연고는커녕 일면식도 없던 그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져서다.

고인은 꿈꿨을 거다. 열심히 등록금 벌어 학교 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난히 졸업해서 좋은 직장 얻어 자립하고, 동생 용돈도 주고……. 이 땅의 대학생 누구나 가질 법한 소박한 바람. 그러나 우리의 꿈은 높기만 한 등록금의 벽 앞에 힘없이 쓰러지고 만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차창 밖으로 밤늦게까지 환히 불 밝힌 이마트가 보였다. 이마트 측은 여태껏 사과는커녕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다. 황승원 학우를 비롯해 사망한 근로자들이 자사 직원이 아니므로 가능한 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다음은 누구일까? 반값도 너무 비싼데. 아니, 청춘들의 목숨값으로는 두 배도 싼 건가.

우리, 얼마나 더 많은 접시를 닦아야 졸업할 수 있을까?

http://www.naeilshot.co.kr/Articles/RecentView.aspx?p=XU4bC2%2FuNy8jgrjig~plus~WrT5eFDhwnPvLN3l7PyVUHKC0pEXr0nQXFKA%3D%3D


덧글

  • 네야 2011/07/22 02:05 # 답글

    저도 대출받고 다니는 처지에 마음이 안타깝네요.

    등록금이 어떠한 연유에서든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유가 되었다면 그건 이미 말 다 한 거라고 봐요.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교수님은 해외의 대학생들은 다 자기가 돈 벌어 다닌다고 드립하기도 하는데 해외에서 일해보니 알바만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겠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알바만 하고 산다고 하면 딱 굶어죽기 좋을텐데 말이에요...
  • 미운오리 2011/07/22 02:09 #

    ㅇㅇㅇㅇ 최저임금 자체가 다르고, 물가나 여러가지 사회보장 등 생활 여건이 너무너무 다르니까요. ㅠㅗㅠ 이번에 사고당한 학생 일도 그렇고, 단순 생활고로 치부할 수는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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