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 Play] 불안해요. 대학내일

  • 삶이 재밌지만 불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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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불안해요. 그래요, 사실 지금 제 생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대인관계도 좋고, 부모님과도 잘 지내죠. 쿨한 친구들을 만나 파티를 즐기고 끝도 없이 수다를 떨기도 하고, 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며 하는 일도 다 잘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최고로 즐겁고 재밌어요. 당장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요. 그런데 이상하죠? 불안해요. 분명 이건, 외로운 거랑은 달라요. 이런 완벽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을 하는 거예요. 바보 같다는 걸 알지만 떠오르는 생각은 어쩔 수 없는걸요. 지금 죽고 못 사는 이 친구와 10년 후에도 함께 웃을 수 있을까, 부모님이 덜컥 아프시기라도 하면 어쩌지, 갑자기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우울증이 몰려오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기우들 말이에요. 심리적인 불안감의 문제와 더불어, 현실적으로 궁금한 것도 있어요. 나이 들면 뭐하고 놀아야 되나요? 똑같은 파마 한 아줌마들끼리 동남아 몰려가서 크루즈 하면 재밌을까요? 나이 들어도 계속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나요? 선배들은 늘 취업하면 끝장이라고, 결혼정보회사가 괜히 돈 버는 게 아니라고 겁만 주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전 딱 서른다섯까지만 신나게 놀다가 픽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해요.

     

    A 지금의 상태가 정말 ‘완벽한’ 것일까? 이렇게 불안하다고 토로하는데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자는 배부른 고민 한다고, 왜 젊은 사람이 미리 사서 고민하냐고 뭐라고 할지도 몰라. 혹자는 병리학적으로 불안증의 주 증상인 ‘예기불안’을 앓기 시작했다고 지적할 지도 모르겠네.

    난 사실 당신이 ‘괜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불안할 만 해서 불안해하는 게 아닐까? 쿨한 친구들과 멋진 사교를 하고 일과 여행의 밸런스도 잘 잡혀있고 좋은 부모님 계시면 그게 ‘즐거운 나의 인생’이 자동적으로 되어주는 건 아니잖아. 취업하면 내 좋은 시절 끝나고,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면 여자로서의 내 가치가 끝난 것도 아닐 테고. 그것들은 남들이 내게 제시해주는 어떤 도식에 불과해. 내가 아직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이 제시해주는 좋고 나쁜 것에 대해 흔들리게 되고 그게 내 안에서 이제 태동되기 시작하는 자아와 충돌할 때 우리는 막연한 불안감을 더 느끼는 것 같아. 아직 가치관에 대한 내 중심이 단단히 서 있지를 않으니 쉽게 ‘업’되고 ‘다운’되기도 하는 것!

    서른다섯에 픽 가버리겠다고? 그때부터가 진짠데? 그 나이쯤 되면 최소한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것 중, 나에게 의미 있는 좋은 것들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 생겨. 어설픈 욕망은 정리되니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진짜 내가 추구하고 싶은 욕망은 더욱 깊어지니 사람 자체도 덩달아 재미있어지지. 물론 예전 친구랑 더 이상 안 만날 수도 있고 부모님은 확실하게 늙고 아프실 테고, 살다 지치면 우울증 따위 얼마든지 찾아오기도 해. 하지만 젊음을 제대로 살아낸 사람에게 그 세월은 보다 나를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예민한 촉과 집중력을 선물해주고 가지. 그러다 보니 나를 진심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놀이’는 나이에 따라 그때 그때 바뀌어도 이상할 거 하나 없다는 거야. 무엇이 나를 제대로 깊이 충족시켜주는지 그것을 차근차근 알아갈 수만 있다면 인생, 살 만하고, 새로운 ‘더 좋은’ 친구들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 오히려 쓸데없는 가지는 다 쳐낸 상태에서 만났기에 나중에 만난 친구들과 더 친밀해질 수도.

    ‘불안’이란 지금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야. 그러니 불안해하면서 ‘고민’하지 말고 ‘생각’을 해봐. 여기서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걸어나가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과 ‘고민하는 것’은 달라. 오랜 시간 고민해도 아무런 결론도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아. 여기서 그저 ‘고민’하는 것은 당신의 불안을 커지게 할 뿐이야. ‘생각’이 아닌 ‘상상’이 풍부하면 할수록 그 불안은 더 커질 뿐이고. 그때쯤 되면 불안은 ‘망상’이 되어가기도 하지. 하지만 ‘생각’을 진중히 하면 자신의 지향점이 다시 보이면서 의욕이 생길 거야.

 


덧글

  • 2011/04/25 21: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1/04/25 23:21 #

    헤헤, 좋아해주시니 감사해요! 임경선씨는 저렇게 풀어주긴 했지만, 사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일에 대해 불안한 것은 누구나 같을 거예요. 아무튼, 서른다섯이 넘어도 재밌는 일이 많을 수 있다니 다행이죠 크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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