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 : 패러디 고수 Elliott 대학내일

  • -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

     

    패러디 고수 Elliott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04)

     

     ‘보온병 포탄’이 한창 유행했을 때, 엘리엇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보온병에 지나지 않았다’며 포탄의 존재 의의를 설명하고, 유명한 마그리트의 파이프 그림을 빌어 ‘이것은 보온병이 아니다’라고 풍자했다. 모 일간지는 그에게 ‘인기 패러디스트’라는 칭호를 붙여줬고, 고재열, 진중권 등 논객들은 그의 작품을 거론하며 통쾌해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실명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는다. 심지어 기사가 나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끊임없이 “되게 재미없겠는데? 이 아이템 킬하세요”라며 휴일 오후를 몽땅 내주고도 쿨한 태도를 보였다. 달리 숨을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인터뷰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

     

     

    패러디 = 웃고 있는 사람 간지럼 태우기
    대학내일(이하 내일)  보온병 패러디가 굉장했는데. 언론도 많이 타고 유명 논객들도 많이 언급하고. 기분이 어떻던가?
    엘리엇  트위터에서 화제가 될 거라 예상했다. 트위터라는 공간은 조금만 좋은 내용으로 찔러 주면 금방 퍼지니까. 고재열씨처럼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 ‘리트윗’ 한 번 해 주면 그게 또 다시 수 백 번 리트윗이 되고, 그럼 또 몇 만 명이 보는 거니까. 그런데 언론 보도까지는 생각 못 했다. 트위터에서는 아무리 이슈가 되도 그 안에서만 돌려 볼 뿐인데, 그걸 언론에서 가져다 쓰니 그때부터 파급효과는 또 달라지더라.
    내일 워낙 재밌게 잘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퍼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혹시 천재인가?
    엘리엇 천재는 무슨. 사실 하나도 안 어렵다. 그냥 막 던져 주니까 생각할 것도 없다. 노무현 정부 때는 패러디를 하려면 정부와 두뇌 싸움을 엄청나게 해야 했다. 내가 어떻게 꼬아야 비판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요즘은 자기들이 패러디 하세요, 이렇게 막 앞에다 내밀어 준다니까. 왜냐면 자기들 논리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단어 하나 바꾸고 순서 하나 틀어 버리면 모순인 거잖아. 보온병 같은 건도 알아서 ‘뻘짓’해 준 경우고. 자기들이 제 발 찍는 거지.
    내일 알아서 떠밀려 넘어져줬다는 의미인가?
    엘리엇 그렇지. 나는 발로 한 번 툭 건드린 것뿐이다. 숟가락 얹은 거지. 이런 패러디는 나 아닌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거다. 나는 다만 그날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신문을 봤을 뿐이고 그걸 포토샵으로 작업해서 트위터에 올렸을 뿐인거다.
    내일 겸손하긴. 원래 그 아무것도 아닌 게 어려운 거다.
    엘리엇 주변에서 소재 제공을 해 주기도 한다. 마그리트 그림 패러디 같은 경우는 여자친구(boramu) 아이디어였다. 밥 먹으며 얘기하던 내용을 그냥 만들어 본거고, 만들고 나니 좀 쉬운 것도 한 번 찾아볼까 해서 김춘수의 ‘꽃’ 이 떠올랐었고, ‘종편 도입 후 예상되는 TV 편성표’ 같은 것도 과 사람들이랑 술 먹다가 얘기 나와서 하게 된 거다.
    내일 창의적인 발상이 쉬운 것이 아니다. 그 외에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엘리엇 책이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특히 단편 같은 경우는, 호흡이 긴 장편과 달리 한 방에 끝나거든. 한 방에 찌르는 소재나 아이디어 같은 걸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런 거 보다가 재밌다 싶으면 메모해놓기도 하고. 웹툰도 많이 본다. 긴 거 말고 한 방에 빵 터지는 거. 진짜 재밌거든.

     

     

    실명 굳이 밝혀야 하나? ‘Elliott’이 나 자신인데
    내일 어째서 실명과 얼굴 공개를 꺼리나. 가면 구하느라 힘들었다.
    엘리엇 그럼 이름이랑 얼굴이 나가야 할 이유를 말해봐라. 이유가 없지.
    내일 인터뷰 기사고, 인물 사진이 나가기 때문이다.
    엘리엇 그게 되게 불편하다. 고작 이름이랑 얼굴 정도라고 해도.
    내일 정치적 부담감 때문인가?
    엘리엇 아무래도 정치적 메시지다보니까 부담감이 있지. 나는 조용히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있는데 그게 누구라고 탁 까발려지면 이래저래 부담이 된다. 그 다음에는 내가 뭘 하든 간에 멘트 자체가 약해지고 만다. 패러디를 하든 발언을 하든 하다못해 트위터에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위축돼 버린다는 거다. 내가 이름을 드러낸다고 해서 내 메시지가 강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혀 밝힐 이유가 없다.
    난 노무현 정권 때도 패러디를 만들었다. 대통령 얼굴도 넣고, 이건희씨 얼굴도 넣었다. 그 당시 분위기에서는 유명 정치인 얼굴이든 대기업 사장 얼굴이든 포스터에다 넣고 패러디를 해도 별 부담이 없었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툭하면 소송을 걸어버리니까 힘들지. 몇 달 전에 서울디자인을 패러디로 비판했던 ‘해치맨 프로젝트 팀’도 경찰 조사 받았고, G20 포스터에 쥐 그림 그렸던 사람도 구속될 뻔 했지 않나. 기자나 유명인도 아니고 일개 네티즌으로서 자기 이름 세 글자 드러내고 비판하기에는 당연히 부담스럽지.
    내일 그래도 사실 당신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다. 트위터에서 실명 걸고 활동하는 것도 봤다.
    엘리엇 그렇지. 맘먹고 찾으려면 내가 누군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굳이 나서서 ‘내가 OOO입니다’라고 말할 이유는 또 없어. 누가 날 찾아내서 ‘너 걔 맞지?’ 하면 거기다 대고 아니라고 할 이유도 없는 거고. 날 절대 못 찾도록 숨어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일 내가 알기로 이 지면에 이렇게 익명으로 나간 사람 당신이 처음이다.
    엘리엇 익명이라는 표현이 맞나? 엘리엇이라고 나가잖아. 난 그 아이디에 대해서 굉장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있는걸. 그 아이디가 나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듀나(영화평론가)’ 같은 사람 보면 전혀 실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아이디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이 있지 않나. 그러니까 굳이 실명만이 이데아고 아이디는 허상이고 뭐 그런 게 아니라는 거지.

     

    너무 가볍다고? 그럼 무겁게 해서 뭐가 됐는데?
    내일 패러디를 하는 이유라고 하면 뭔가?
    엘리엇 ‘아닌 건 아닌 거’니까 얘기하는 거다. 그런데 구호는 사람들이 다 똑같이 외치지 않나. ‘나는 독재에 반대하고 언론탄압에 반대하고…….’ 질리잖아. 한 번만 꼬면 똑같은 이야기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보는 사람들도 즐거운 걸. 촛불집회 당시 사람들이 재밌는 피켓 들고 다니면 좀 지치다가도 ‘어, 저거 재밌다’ 하면서 웃고……. 그런 거 있지 않았나?
    내일 맞다. 나도 그랬다.
    엘리엇 뭔가 내 편 더 생긴 거 같고, 그런 효과가 있다. 발랄한 게 좋잖아.
    내일 글도 재밌게 잘 쓰고 영상도 잘 만들던데, 굳이 이미지로 패러디를 하는 이유는 뭔가?
    엘리엇: 그건 장문을 쓸 수 없는 트위터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단문으로 촌철살인을 하지. 그런데 이미지를 띄우게 되면 글자 수 제한을 피할 수 있고 하니까, 현재의 매체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그림이 제일 낫다. 사이즈도 웬만하면 거기에 맞춰서 만들고 있고.
    내일 앞으로도 계속 패러디를 할 생각인가?
    엘리엇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학교 이야기도 좀 더 해야 될 거 같다. 전국적인 정치현안도 중요하지만 나는 학생이기도 하니까 학생 자치권 훼손 문제에 대해 좀 말해볼 생각이다.
    내일 마지막으로 식상한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나. 엘리엇에게 패러디란 무엇인가?
    엘리엇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다. 그래서 너무 심각해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또 사람들이 그냥 웃고 넘어가기만 해도 안 되긴 하지만 말이다.
    내일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다루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엘리엇 무겁게 다룬다고 해서 뭐가 되는 건 또 아니잖아. 난 지금은 발랄함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박솔희 학생리포터 jamila@daum.net 사진 윤성민 학생리포터

    http://www.naeilshot.co.kr/Articles/RecentView.aspx?p=qd1Xv5nyiJOrOQ8g5GGnLC6PlmYsA7sD


    * 대학내일에는 요런 개념 기사도 실립니다요! 재미있는 사진 많이 나왔는데 한 장만 나가서 조금 아쉽기도!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elliott님 감사! :D 브이 가면 빌려준 sky님도 감사!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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