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3 12 <하얀 리본> 영화 리뷰 - 내 인생의 영화들

하얀리본
미카엘 하네케 감독, 에른스트 야코비 외 출연 / 덕슨미디어
나의 점수 : ★★★★

하얀리본의 주홍글씨

오후 1시 홍은원영상자료관
10분쯤 늦게 갔는데도 아무도 없어서 상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인턴 언니한테 틀어달라고 해서 혼자 내 집 안방인 양 편하게 봤네.

흑백의 화면 위에 독일어가 나오기에 엄청 옛날 영화인가 싶었는데 2009년에 제작된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는 2010년에 개봉했었다고. 그러고보면 화면도 굉장히 선명하고 카메라 기법도 세련되어, 막 오래된 영화 같지는 않다.

1913년, 전쟁 전의 독일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스릴러라고 하면 맞을 영화다. 부러 잔혹한 장면을 '이것 좀 봐라' 하면서 보여주지도 않는데다가 흑백이다보니까 막 소스라칠만한 미쟝센은 그려지지 않는다.(다행이다!!) 이런 저런 심란스런 사건들이 생기는데 범인은 잡히지 않고, 그 와중에 내레이션 하는 교사 양반은 에바라는 처녀와 사랑에 빠져 러브러브하고 있고, 이 집 저 집 불륜에, 아이들은 엄격한 훈육 속에 비뚤어져가고...

핵심적인 소감 두 가지를 정리하자면,
1. 역시 애들은 사랑받고 자라야 한다.
2. 단란한 마을 공동체의 로망은 대체로 로망에 그친다.

도시라고 뭐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것은 아니겠으나, 마을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사람들이 겉으로는 위하는 체 하면서 사실은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죽이고 경멸하는 모습들을 보니 역겨웠다.

평론을 보니 전쟁 전의 긴장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맞는 것 같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황태자가 살해됐다는 뉴스가 날아오고 국가들끼리 선전포고를 하며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교사도 징집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결국은 범인이 누군지 시원스레 밝혀지지도 않고(짐작만 할 뿐), 이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는 언제나처럼 주일 예배를 드리며 영화가 끝나게 된다. 아버지의 새를 죽이고 지기를 연못에 빠뜨렸던, 순수의 상징인 하얀 리본을 달았던 아이들은 고운 목소리로 성가를 합창하고, 교사를 감옥에 집어넣네 어쩌네 하던 목사님은 엄숙하게 회당 안으로 입장하며, 아이들을 의심하는 교사는 성가대를 지휘한다. 서로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면서도 그들은 함께 주기도문을 외울 테지.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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