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숙박 On the Road - 22 겨울 여행

엊그제는 청도에서 밤을 보내야 했는데 이 동네, 엄청난 시골이어서 역 가까운 곳에 찜질방이 없었다. 아이폰으로 찾아서 여기 저기 전화를 해 봤는데 희한하게도 24시 영업을 안 한다. 외곽 쪽에 24시 하는 곳이 하나 있었는데 택시비가 더 들 것 같아서 결국 용암온천 인근 모텔에서 묵게 됐다. 관광안내도에서 보고 전화를 해 봤는데 숙박비가 25000원이라고 하기에(!!) 그곳으로 갔다. 막상 가보니 35000원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그냥 어차피 비수기고 방도 비었고 하니 싸게 부르신 듯하다.

그런데 모텔이란 위험한 곳인가? 나는 일 하면서 온갖 호텔과 모텔들을 다 다녀 봐가지고 별 거부감이 없으며... 아무래도 깔끔한 곳이 좋기야 하겠다만(이상한 그림 그려진 성냥갑 같은 거 없는) 사실 모텔이라는 이름만 가지고는 도저히 내부 사정을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이름은 같은 모텔이라도 관광호텔 수준으로 정갈한 곳도 있고 완전 여인숙인 곳도 있다) 그냥 묵게 되면 묵지, 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친구가 집에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무진장 걱정을 하시면서, 강력계 형사라는 외삼촌까지 전화를 하셔서 방의 몽타주(?)를 물으셨다. 그냥 돈을 더 내고 가까운 관광호텔로 옮길까 어쩌구 저쩌구 한참이나 설왕설래를 했다.(하도 그래서 나도 집에 전화해서 얘기해봤다... 아빠 왈 "문 꼭 잠그고 자면 되지 별 걱정을 다하네") 결국 화장대로 방문을 막아 놓고 자기에 이르렀는데 ㅋㅋㅋ

시내 쪽이 아니라 좀 외진 데다 보니까 걱정스러운 게 당연한 건가? 그래도 허가 받고 운영하는 숙박업소고 멀쩡한 영업장이 아닌가? 나 역시 일할 때 단체로 숙박한 것 외에 이렇게 여자 한둘이 요로코롬 허름한 모텔에 묵어 본 적은 없어서 처음엔 친구 얘기에 약간 불안했던 게 사실. 그러면서 여자 혼자 여행 다니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억울하다 등등 ㅋㅋㅋ 생각도 했다. 그러면서 TV도 보고(마침 무릎팍도사 공지영 편. 별 재미는 없었지만 팬심으로 시청ㅋㅋ) 아주 깨끗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찜질방의 딱딱한 매트에 비하면 엄청나게 푹신한 침대(다만 동그랬던 게 문제)에서 스르르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자 숙면 덕분에 매우 개운했고, 우리는 화장대를 원 위치에 돌려놓은 뒤 비바모텔 208호를 나섰다. 환할 때 보는 모텔 외관은 꽤나 예쁜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우리가 우려한 시나리오들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졌다. 주변 분위기도, 용암온천을 중심으로 약간의 식당가가 조성돼 있고 교회도 있고 가정집도 있고... 전날 밤의 걱정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안전한 곳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덧글

  • 2011/02/12 08: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1/02/12 22:32 #

    혼자 여행하면서 책 읽고 글 쓰는 것도, 친구랑 다니면서 조잘조잘대는 것도 재밌더라구요 :D
  • ARX08 2011/02/12 09:37 # 답글

    댓글3개중 2개가 스팸...........
  • 미운오리 2011/02/12 21:39 #

    그니까요 ㅠㅠ GG 요즘 이글루에 유난히 스팸이 많음 ㅠㅡㅠ
  • 유나네꼬 2011/02/12 11:39 # 답글

    생각보다 모텔은 여행지에서 쓸만한 선택이더군요;;
    특히 밀집촌[;;]에서는 경쟁이 일어나서 가격도 저렴해지고 시설도 좋아지는걸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거대 TV도있고; 월풀욕조도 있고; 컴도 빵빵하고 말 입니다....
  • 미운오리 2011/02/12 22:56 #

    맞아요, 근데 문제는 밖에서 봐서는 알기 어렵다는 거예요 ㅠㅡㅠㅋㅋ 복불복!
  • 지나가다가 2011/02/12 12:32 # 삭제 답글

    각종 비지니스 트립이 많아서 고급호텔에서 부터 모텔까지 꽤 섭렵해 본 편인데요.
    혼자 1박 할거면 오히려 모텔이 나은거 같습니다. 인터넷도 쓸 수 있고, 음료도 공짜고...1000원이면 세면도구도 주죠.
    그에 비해 호텔은 대부분 인터넷, 음료(물 하나랑 커피믹스, 녹차제외), 등등 다 유료고, 조식의 경우도 제공되는 곳도 있고 사먹어야 하는 곳도 있으니 이점이라 할 수 없네요. 미팅룸 쓰는것도 어느정도 이상 클래스의 방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곳도 있고...
    결국 비지니스적인 목적과 자기만족 빼고는 호텔에서 묵어야 할 필요가 없는것 같아요.
  • 미운오리 2011/02/12 23:02 #

    맞아요, 호텔이라고 특별히 더 친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깨끗하기는 하지만 사소한 편의성까지 고려가 안 돼서... 메이커값, 때문에 비싼 것도 있고ㅋㅋ 요즘은 저렴하면서도 좋은 펜션 같은 데도 많고... 내 돈 주고 호텔 묵을 일은 잘 없는ㅋㅋ
  • widow7 2011/02/12 14:51 # 삭제 답글

    모텔이 그렇게 불안하다면 그토록 많은 불륜남녀들이 거기서 2단변신합체를 감히 할 엄두를 못냈을것임. 그리고 외진 곳일수록 주차장에는 고급차가 많은 법. .......근데 여행을 하다보면 간혹 '아 왜 여길 왔을까' 싶은 모텔이 좀 있긴 하죠. 침대 너머 구석진 곳에 눅눅한 화장지라든가, 피곤해 빨리 씻고 자고 싶다고 들어갔더니 주인장 하는 말, 여긴 숙박손님은 받지 않습니다, 그럼 왜 모텔을 하는건데?
  • 루아™ 2011/02/12 16:01 #

    아시면서....
  • 미운오리 2011/02/12 23:30 #

    ㅋㅋㅋ 그래도 여자끼리만 묵자니 좀 불안하기도 하더라고요ㅋ
  • a greedy girl 2011/02/12 15:50 # 답글

    청도가 설마 경북청도시면,, 거긴 찜질방이고 나발이고 24시간 자체가 전멸인 곳이에요;
    역앞에 여인숙 정도를 묵으시거나 정말로 용암온천장 같은데 가시는게..
  • 미운오리 2011/02/12 23:32 #

    경북 청도 맞습니다 ㅋㅋㅋ 저어쪽 왼쪽 끝에 한곳 24시 하긴 하던데 택시비가 더 들듯하여 ㅋㅋㅋ
  • 청풍 2011/02/13 00:58 # 답글

    처음엔 남자분인줄 알아서 그깟 모텔 하루 자고 가는게 뭐 어때서 ㅋㅋ 하고 봤는데 읽다보니 XX셨군요..
    사실 모텔이 건전한 연인들의 안전한 날밤지새우기 장소로 하도 애용되어서 그렇지, 거기서 자는게 불안할 이유야 없죠.. 오히려 아는 분은 찜질방에서 자다가 찜질방 열쇠를 손목에 안걸고 자서 돈을 털리기도 했던데...

    물론 저는 돈이 없으므로 어딜 가던 찜질방을 갑니다. ㅜㅜ 얼마전 광주에 갔을때는 지천에 널리고 깔린 모텔들 사이에 단 하나 있는 찜질방 찾아서 한시간 반을 새벽 2시에 헤매고 다녔고...
  • 미운오리 2011/02/13 10:21 #

    저도 돈이 없으므로 찜질방을 애용ㅋㅋㅋ 그래도 인원이 두셋쯤 되면 흥정 잘 해서 모텔에서 편히 묵을 수도 있게 되지요.ㅋㅋ
  • Carp3921 2017/02/03 04:46 # 삭제 답글

    비바모텔 비추합니다
    주인장갑질에 시설구리고 물도찬물나오고 어이가없는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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