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1 20 <토탈 이클립스> 영화 리뷰 - 내 인생의 영화들

토탈 이클립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데이빗 듈리스,로만느 보링거 / 아그네츠카 홀란드
나의 점수 : ★★★★

찬란하게 빛나는 죄악, 지옥의 계절


2시. 홍은원영상자료관



제목에서 별로 느낌이 안 와서 딱히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디카프리오가 나와서 흐뭇하게 봤다. '완전한 일식'. 다 보고 나서도 아직도 감은 안 온다. '태양과 바다가 뒤섞인다'는 얘긴가? 모든 게 그렇지만 제목이 참 중요한데...

아무튼 개 난장판인 영화였는데... 상징이나 데자뷔라든지, 잘 만들긴 했다. 하지만 제멋대로고 예의, 배려라고는 눈곱만치도 모르는 랭보 때문에 영 정신없는 111분이었다. 아니, 도대체 천재가 뭐길래.

베를렌느가 랭보를 원망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충분히 원망하고도 남았을텐데. 아니, 애초에 그런 파괴적인 사랑을 시작하지도 않았겠지. 가여운 마틸다, 어린 아내를 두고.

그러니까 사랑이고 뭐고 간에 항상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단순히 손해보지 않겠다는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라 더 큰 사랑을 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저밖에 모르고 철딱서니없는 랭보 같은 사람을 힘껏 사랑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다 널 위해서였어'라는 호소, '내가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이만큼 했으니 내 곁에 있어줘' 따위의 구걸은 소용이 없는 것이다. 제3자의 눈에는 베를렌느가 바보 멍청이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랭보를, 그리고 자기 삶을 충분히 사랑했고, 그 시절을 찬란하게 회고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면 괜찮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그리고나서 '너 때문에 내 인생을 바쳤는데' 어쩌구 드립 치면서 서로 피곤하게 만들 거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랭보의 삶이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어릴 적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베를렌느에게 집착하게 됐을 거라는 분석이 있다. 베를렌느와 헤어진 후 고향 로쉬로 돌아간 랭보는 그 시절을 추억하며 '지옥의 계절'이라는 시를 썼다. 베를렌느는 그 시절을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압생트, 둘!"
홀로 앉아 랭보를 위한 독주를 주문하는 베를렌느의 뒷모습은 꽤나 충만해 보인다.


덧글

  • chokey 2011/01/20 21:37 # 답글

    저는 이 영화.. 어.. 뭐지?? 했지만 그래도 아름답던 시절의 레오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만족했습니다.
    하하하하 ^^
  • 미운오리 2011/01/20 22:57 #

    ㅇㅇㅇㅇㅇㅇㅇㅇㅇ
    아름답던 시절의 레오. ㅠㅠ 타이타닉보다도 먼저임. 16세로 나옴. ㅠㅠㅠ (사실 별점을 후하게 매긴 것도 그런 이유가...)
  • 루디안 2011/01/21 00:48 # 답글

    랭보의 뒤태가 참 아리따웠죠...
    요즘 레오만 본 사람들은 상상못할 멋진 모습....

    압생트가 인상 깊어서 나중에 칵테일 전문점에서 주문하려고 하니 마약 성분이 있어서 이젠 못 먹는 술이라고 하더군요...

    덧 : 제목은 '개기일식'이란 뜻입니다. 완전한 변혁을 뜻하는 랭보의 시에서 따온 제목이죠
  • 미운오리 2011/01/21 01:12 #

    아하!! 그러고보면 그렇군요 완전한 일식이 개기일식 ㅋㅋㅋ 그러나 여전히 제목만으론 감이 안와요 좀더 섹시하게 달았으면 좋았을텐데 ㅠㅠ

    압생트 소문난 독주죠 ㅋㅋㅋ 옛날엔 그거 잘못먹고 눈이 먼 사람도 있고 그랬다던데. 술이 센편이 아니라 시도해본적은 없는데 이제 우리나라 시중에선 아예 구하지도 못하는 건가요 ㄷㄷ
  • 연조 2011/01/23 12:09 # 삭제 답글

    홍은원 영상자료실에서 이번엔 토탈 이클립스를 상영했군요! 브라보!

    토탈 이클립스. 처음엔 레오의 리즈시절(?ㅎㅎ)과 빛나는 외모에 이끌려 찾게 된 영화였건만, 보고 나서는 오히려 치명적인 랭보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어요. 나름 비운의 천재였던 랭보. 베를렌느로서는 순수하게 랭보의 천부적인 재능을 동경하고 열망하지만 결코 자신이 그것을 소유할 수는 없었죠. 그래서 그런지, 베를렌느를 보고 있자면 <아마데우스>에서의 살리에르가 생각나더라고요(완전히 다른 유형이지만).

    10대 중후반에서 20대의 도입부에 이르기까지 5~6년의 길지 않은 기간동안 불꽃같은 시들을 남기다, 너무나도 일찍 절필을 한 랭보가 안타까워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나는 천재로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 영화 마지막 즈음이었나요? 하얀 날개와도 같은 깃발을 들고,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하얗게 웃으면서 돌아보는 랭보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굉장히 짠하면서 인상적이었어요.

    덧붙이자면, 토탈 이클립스를 보고 한동안 이클립스(eclipse, 일식)라고 닉네임을 만든 적이 있었답니다ㅋㅋ (P.S. 저... 리제에요 아 이제는 북흐럽네요-///- 이제 그만 닉네임 굳히려고요. 티스토리에서는 연조라고 하고 싶어도 이미 중복이더라고요 옛날부터 흑흐규ㅠ)
  • 미운오리 2011/01/26 00:31 #

    ㅋㅋㅋ 글만 봐도 리제인줄 알았어여 ㅋㅋ 그럼 연와임 연조임?ㅋㅋㅋㅋㅋ
    홍은원영상자료관 정말 깨알같지 않아요? 저학년 땐 잘 몰랐는데 삼학년 넘고 영화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 하면서 가능한 매주 가고 있어요. 어디 가서 못 보는 것들 틀어주니까, 헤헤. 다음주에 '시' 틀어준다는데 못봐서 아쉬움 ㅠ 여행가거든요 ㅠ_ㅠㅋ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612
57
487525

교환학생 완전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