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연극'의 가능성 시험하는 <아큐 - 어느 독재자의 고백> 리뷰 OhmyNews - review

명계남, "이 대본 문성근한테 먼저 보여줬지?"
연극 <아큐>, 전격 '후불제'로 1월 4일까지 대학로 소리아트홀에서
10.12.28 17:49 ㅣ최종 업데이트 10.12.28 17:50 박솔희 (jamila)
 
  
<아큐 - 어느 독재자의 고백> 포스터
ⓒ 아큐

울화가 치미는 현실이 꼴보기 싫어 노배우는 산으로 갔다. 화딱지가 나서 아무도 만나기가 싫었다. 그예 여균동이 찾아왔다. "이러지 말고 2년 반 동안 욕이나 실컷 하면서 지내자"고 했다.

맞는 말 같아 한다고는 했는데 이 노릇도 부아가 치밀기는 매일반이었다. 일단 역할이 맘에 안 들었다. 독재자. 기획을 맡은 탁현민은 "혹시 주인공의 모델에 대해서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관객이 있을까봐 오해가 없도록 확실히 말하겠다"고 했다. "복잡한 은유 따위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생각하시는 바로 그 사람, 맞습니다."

그러니 불만이다. "내가 왜 쥐새끼 역할을 해야 되냐"며 노배우는 역정을 냈다. "그리고, 그 인간이 뭐 이렇게 말을 멋있게 하냐?"

빙빙 돌릴 것 없이 직접 욕하는, '바로 그 사람' 얘기 <아큐>

  
<아큐 - 어느 독재자의 고백> 中
ⓒ 아큐

"캐릭터와의 혼연일치가 어렵다"며 극중에서도 여과 없는 분열성을 드러냈지만, 그렇게 노배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연을 펼쳤다. 지난 7일부터 대학로 소리아트홀에서 펼쳐지고 있는 연극 <아큐 - 어느 독재자의 고백> 얘기다. 배우 명계남이 주인공이고 영화감독 여균동이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여러 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기획·연출했던 탁현민 연출가가 기획을 담당했다.

주인공 아큐는 퇴임 후 동물학대죄로 감옥에 갇혀 있는 독재자로 설정돼 있다. 변기에서 삽과 보온병을 꺼내며 투옥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방향을 바꾸어 우매한 대중에게 조롱과 독설을 퍼붓는다.

"내가 부정선거 했어? 지들이 뽑아 놓고 지랄이야! 늬들이 만든 대통령 아냐!"

"이런다고 바뀔 거 같아? 노사모, 국민의명령, 민주당 아줌마모임... 어차피 다 우리 편. 우리 편끼리 모여서 떠든다고 뭐가 달라져? 이명박 대신 박근혜가 됐더라면, 노통이 안 죽었을 거 같애?"

상연시간 내내 관객의 심장을 뜨끔거리게 만드는 연극 <아큐>는 '소셜-폴리틱-인터렉티브-얼모스트-모노드라마'를 지향한다. 정치를 다루고 있지만 연극적 예술성, 완성도도 상당하다. 극은 대부분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루어지지만, 지루해질 만하면 연출자 여균동이 양념처럼 등장하여 극중인지 현실인지 헛갈리는 만담을 주고받는다.

"너 솔직히 이야기해 봐. 이 대본 나한테 들고 오기 전에 문성근이한테 먼저 갔어 안 갔어?"

배우의 표정과 대사에서는 익살이 느껴지지만 연극을 보는 기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찔리는 게 있어서 그렇고 그 암담함에 공감해서 또 그렇다. 이런 자리가 그저 '친노 세력의 재집결' 내지는 '우리 편끼리 모여서 떠드는' 일이 될까 염려가 드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일어서는 관객들의 숙연하되 침울하지 않은 표정들은 희망으로 읽힌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관객들은 다시 시민이 된다. 마냥 웃어젖히지도 조소하지도 않는다. 여기가 로도스임을, 이것은 연극이 아니라 현실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랄한 정치풍자극 <아큐>는 내년 1월 4일까지 이어진다. 예매 대신에 카페에서 사전예약만 받고 있으며 관람료는 '후불'이다. 연극이 끝난 후에 공연장에서 나눠주는 봉투 속에 넣고 싶은 만큼 돈을 넣어서 내면 된다. '공연에 대한 자신감'과 '제값도 못하는 문화콘텐츠들에 대한 조롱'이라는 취지다.

공연은 이미 지난 10월 홍대 소극장 예에서도 절찬리에 상연된 바 있다. 이번 대학로 공연이 앙코르인 셈이다. 내년 초 대학로 공연을 마치면 포항, 전주, 대전 등지에서도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카페에서 확인 가능. http://cafe.naver.com/aaahq

 

* 지난 23일 연극을 봤고, 리뷰 기사는 언제나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쓰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오마이뉴스에 관련 기사가 별로 없었던데다가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고심해서 썼다. 애초에 생각 않던 기사라 메모도 사진도 남겨놓은 게 없었고, 그저 머리만 쥐어짜고 혹사해가며 썼다.
GV 시간에 질문 했다고 노대통령 추모콘서트 DVD랑 P당 달력이랑 받았는데, 이 기사는 그에 대한 작은 보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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