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약 자기탐구일지 2010

우연히도 그것은 작년 오늘, 12월 20일의 일이었다. 막연히 언제나 꿈꾸었으나 너무나 꿈만 같아서 수이 입 밖에 꺼내지 못했던 그 꿈이 어쩌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은 것은. 누군가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고 누군가는 너무나 쉽게 하는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부차적인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건 본질이고 중심이었다. 깨어질까 두려워 함부로 불러보지도 못하는 사랑의 이름처럼 그 꿈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내 안에 있었지만 가볍게 내뱉어 흘려보내기 싫은 기분에 차마 꿈조차 맘놓고 못 꾸었다.

하지만 꿈결 같은 김칫국을 배불리 들이키고 난 뒤 나는 거울을 보았다. 욕망은 점철돼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나는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하고 싶다고 다 되거나 바란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언제나 아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고 치밀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다시금 지독한 상사병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나는 거울속의 아해를 보며 화를 냈고 뒤돌아 바다를 보러 떠났다.

고향의 바닷가에서 실컷 울고 난 뒤 부은 눈을 떠 보니 거기에는 또 새로운 꿈의 씨앗이 있었다. 참, 나답게도 회복이 빨랐다. 쉽지는 않았지만 열정을 내 보았다. 어느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설익은 첫 시도(그것을 '실패'라는 식으로 명명하고 싶지는 않다) 끝에 얻은 교훈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건 내 안에서 생겨난 씨앗이었다. 어느 누구의 부추김이나 입김이나 제안 같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했고 스스로 그 싹을 틔워낼 수 있겠다고 판단이 됐다. 막연하게나마 그림이 그려졌으니까. 이거, 되겠다, 라고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조금쯤은 요행히도 오늘, 작은 도약을 해냈다. 나는 여전히 설익었고 미숙하고, 그래서 이 조그만 성공이 내 성장의 증거라기보다는, 내게 잘 맞는 메이크업을 찾아낸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바라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또 나에게 잘 어울리는. 남들이 한 게 예뻐보인다고 무턱대고 할 줄도 모르는 볼터치 작렬에 핑크섀도 뒤범벅 해봤자 나한테 안 어울리면 그건 망하는 거니까.(한 가지는 성장했다고 볼 수 있겠다. 나에게 안 맞는 메이크업이 뭔지 정도는 이제 아니까)

이제 시작이고, 어느 정도는 불안하기도 한, 그런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게을러지지만 말자, 라고 생각한다. 괜한 초조감이나 성급함 따위는 치워버리고. 무엇보다도 여기까지 혼자서 씩씩하게 잘 찾아왔으니까, 남은 길도 그 근성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가져 본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너무나 좋은 분들과 함께 걸어가게 되어서 진짜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거침없이 보완해주실 것이다. 서로 잘 할 수 있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훌륭한 상호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한다.

아,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행복한데 된바람 불어 이 구름이 흩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덧글

  • 2010/12/21 11: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12/22 16:33 #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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