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와 알파걸 (Soo;M 4호) 여기저기 썼던 글들


“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왜 많은 여자들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 앞에 사족처럼 이 말을 붙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1. 페미니스트이기 싫다. 거칠고 드센 페미니스트들이 싫고 그들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
2.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 스스로의 발언이 더 공정하고 설득적이게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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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싫다면, 요즘 도시여성들은 대체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단 말인가?


알파걸.
2006년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 댄 킨들러가 <새로운 여자의 탄생: 알파걸>을 출간한 이후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도 굉장한 알파걸 신드롬에 휩싸였다. 알파걸(Alpha Girl)은 학업 성취도는 물론이고 운동능력, 대인관계, 자신감,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탁월한 소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초의 연구는 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지만 ‘알파우먼’ ‘알파맘’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그 범위가 여성 전체로 넓어졌다. 유의어는 엄친딸. 이거나 저거나 다 무지 잘났다는 소리다.

단순히 잘났다는 점 외에 알파걸의 특징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아마 그건 그들이 잘났기 때문에 별 불리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우리 세대 전반의 특징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20세기의 유행이었다. 그 때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고등교육을 받은 백인 여자들이 여성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오늘날의 유행은? 신상 백을 사 모으고 킬힐 위에 올라 악녀, 엄친딸, 알파걸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이렇게 한 물 간 유행쯤으로만 여겨도 되는 걸까? 지나가고 나면 그 뿐일, 그리고 때가 되면 되돌아올 패션의 흐름 같은 그런 유행의 일부로 치부해버리고 우리는 오늘의 유행을 따르면 그만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샤넬이 없었다면 DKNY나 셀린느도 없었을 것처럼, 페미니스트가 없으면 알파걸도 없었다. 마크 제이콥스와 자일스 디컨이 샤넬에 대해 그러하듯이 21세기의 알파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페미니스트 선배들을 오마주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알파걸이든 엄친딸이든 아니면 화성인이든, 하고 싶은 거 해라. 다만 페미니스트가 ‘군가산점을 없애는 데 혈안이 된 이대생’이나 ‘이미 충분히 평등한 세상에서 뭐라도 더 얻어내려고 악다구니 쓰는 한심한 여자들’이 아니라는 것만 똑똑히 알아라. 댄 킨들러 교수조차 이 잘난 알파걸들의 미래를 걱정한 이유, 걸들은 아직 몰라도 사회 나가보면 알 일이다.


* Soo;M 4호의 주제는 '남자' 그리고 '여자'였다. 스스로 페미니스트이자 알파걸로서 쓴 짧은 칼럼.


덧글

  • 리제 2010/12/15 03:15 # 삭제 답글

    저 이 기사 정말 좋았어요 :D
  • 미운오리 2010/12/15 09:24 #

    히히, 고마워요. 역시 리제는 배운녀자야 :D ㅋㅋㅋㅋㅋ
  • umma55 2010/12/15 10:17 # 답글

    우리 사회는 더 많은 페미니스트가 필요합니다.
  • 미운오리 2010/12/15 15:38 #

    ㅇㅇ 그럼요. 아직도 균형이 얼추라도 맞으려면 한참 먼 듯...
  • 카큔 2010/12/15 10:45 # 답글

    그냥 권리에 따른 의무만 한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국내 페미니스트들이 공격받고 비난받는 것은 의무에 대해서는 입 딱 다물고 권리만 주장하는 모습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 미운오리 2010/12/15 15:35 #

    여기서 그 의무라는 건 무얼 말씀하시는 건지요? ㅇ_ㅇ?
  • 카큔 2010/12/15 16:37 #

    권리에 따른 의무입니다. 주장하는 바에 따른 책임을 진다면 뭐라고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 2010/12/15 22: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12/17 11:51 #

    페미니스트가 히피라면 알파걸은 여피ㅋㅋ 절묘한 비유인데요 ㅋㅋ 동의해요, 다만 저 글을 쓴 건 여성들 중에서도 페미니스트에 대해 근거없는 반감을 지나치게 갖거나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극력 주장하는 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안좋아서... 그런 알파걸 혹은 알파걸 워너비들이 꽤 많거든요, ㅋㅋㅋ 여대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제 번호 버디님 블로그에 비밀덧글로 달아둘게요, 답글은 어떻게 비밀로 달 수 없나. 할줄을 몰라서.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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