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의 사진은 행운이었다 - 코르다전 리뷰 여기저기 썼던 글들

“생텍쥐베리의 말처럼, 우리는 가슴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죠.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자신을 슬프게 하거나 즐겁게 하는 무언가를 보고 셔터를 누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사진작가입니다.” - 코르다(1928-2001)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모습을 담은 ‘게릴레로 에로이코(영웅적 게릴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복제된 이미지라고 한다. 그의 사진은 신문과 잡지에, 팸플릿에, 신문과 잡지에, 현수막과 티셔츠에 새겨져 세계 곳곳을 누빈다. 하지만 정작 그 사진을 찍은 작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지난 11월 24일부터 코엑스 1층 특별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체게바라와 쿠바 - 코르다 사진전>의 부제가 'Concido, Desconocido' 혹은 'Known, Unknown'인 것은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코르다 스스로 “체의 사진은 행운이었다”고 말했을 만큼 그는 작가로서 누구라도 욕심낼 만한 강렬한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그를 이미지를 창조한 작가가 아니라 피사체의 덕을 봤다는 프레임에 가둬버리기도 했다.

전시 제목에도 체게바라의 이름이 들어갈 만큼 사진작가 코르다에게 있어 체게바라의 사진은 중요한 작업이었고 오늘날까지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A관과 B관 둘로 나뉜 전시장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체게바라의 사진은 몇 점 되지 않는다. 체의 사진보다는 카스트로의 모습이 더 많은 듯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코르다는 카스트로와 유난한 친분으로 수 해에 걸쳐 그와 동행하며 가까이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링컨의 동상 앞에 선 피델의 모습에는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카스트로는 그 사진을 보고 흡족하여 코르다를 가까이 불러들였다고 한다.

농장을 순시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혁명가들, 체스를 두는 남자들, 아이스크림을 먹는 체……. 이러한 영웅들의 인간적 면모 외에 코르다는 혁명광장의 아이들, 청년들, 여자들도 렌즈에 담았다. 그런데 코르다는 광고사진작가로서 전문교육을 받고 도시에서 엘리트로 자랐다. 상업 작가로서도 잘 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가 다른 리얼리즘 사진가들처럼 민중을 촬영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르다에게 민중은 지도자와 다른 하층 계급의 비참한 사람들인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연장이었다. 혁명광장의 사람들은 체와 피델이 말하는 혁명 세상을 연호하고 환희에 찬 이들이다. 여자들은 군복을 입고 아름다운 눈썹을 가졌다. 남자들은 가난하지만 돈키호테마냥 호기로 들떠 있다.

그 외에도 코르다는 다른 많은 사진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여성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그가 찍은 노르카나 노르마의 패션/광고 사진들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손색없게 세련됐다. 또한 그는 바다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해저로 들어가 수중촬영을 했다. 이는 사진에 대한 그의 지평이 얼마나 넓고 깊었는가를 알게 해 준다. Known, Unknown. ‘게릴레로 에로이코’만이 낯익은 우리는 코르다를 아는 듯 알지 못했던 것이다.

- 평일 11시, 2시, 3시 30분, 5시에 도슨트 설명이 있다. 운이 좋게도 시간을 맞춰 가서 들을 수 있었는데, 시원치는 않다. 그래도 안 듣는 것 보단 듣는 게 나으니까.

- 전시 url http://www.kordaphoto.co.kr/

- 본 글은 '사진영상제작' 과목의 과제물로 작성했다.


덧글

  • 2010/12/14 06: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12/14 10:38 #

    저 어제 시험 끝났어요 ㅋㅋ 짱이죠 (급 열심히 포스팅을 하는걸 보면 아시겠죠)
    실습과목 많이 듣다보니 과제 대체가 많아서요. 이따가 가서 사진 포트폴리오 내고, 다음주까지 기획기사 제출 정도? ㅋㅋ
    저 철학토크쇼 가면 버디님 뵐수있는거예요?ㅋㅋ 선약이 있지만 끌리기는 하는데 ㅋㅋ 부러 신사동에서 한다는 도발성이 특히!! ㅋㅋㅋ
  • 2010/12/14 11: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12/15 01:37 #

    히히, 갈래요! 일요일에 봬요, 연락드릴게요 :D
  • 2010/12/19 09: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12/19 10:31 #

    ㅇㅇ 동의해요. 의외로 체게바라의 사진이 많지 않았다, 는 얘기가 그런 맥락... 광고는 체게바라로 신나게 때려놓고 막상 체게바라 사진은 별로 없어서... 코르다라는 작가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홍보하다보니 그렇게 한 것 같죠, 아무래도? 저도 전시 보면서 이거뭐.. 낚였다, 싶긴 했는데, 다른 사진들이 좋고 알려지지 않은 사진들도 볼 수 있어서 제 입장에서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긴 했어요.ㅋ
  • 2010/12/19 11: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12/20 00:00 #

    그쵸? 코엑스 대관료도 엄청날텐데 ㅋㅋㅋ 게다가 무려 입장료도 만원, 이었으니!! 주최측으로선 최선의 마케팅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뭐.

    저로서는 체 때문에 혹하기도 했지만 체를 막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라 그냥 좋은 낚임이었다, 정도 생각하고 말았지만- ㅋㅋ 분노를 이해할 수 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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