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보편적 진리 추구’는 어디에 있나 (중앙대 김누리 교수님 인터뷰) 대학내일


- 지금, 여기, ‘보편적 진리 추구’는 어디에 있나540호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실패한 미국 이데올로기 재생산한 한국 대학 최악의 위기
기업화 대학의 정체성 포기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
자유 아닌 자기부정, 노예화 - 취업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라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 소장과 독일 브레멘 대학교 독일문화연구소 상임연구원 등을 역임한 김누리 교수는 두산그룹이 중앙대에 재단으로 들어온 이후 추진한 학문단위 재조정과 진중권 전 겸임교수 임용 철회 등의 사안에서 학교 당국과 재단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최근 중앙대에서 열린 ‘자유인문캠프’에서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기업 논리에 포석되어 있는 우리나라 대학 환경을 강연했던 그에게, 대학의 기업화의 문제점이 뭔지를 물었다. 그는 “대학에서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고 있다”며 대학의 기업화에 일침을 가했다.


Q. 지난달 고려대가 외부 컨설팅 업체에 경영 평가를 의뢰하면서 ‘기업화의 수순을 밟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앙대는 작년에 같은 업체에서 경영 평가를 받고 학문단위 재조정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노영수 학생은 ‘기업식 구조조정 저지’ ‘이사회의결저지’ ‘학생징계 무효’를 외치며, 고공 시위를 진행하다 퇴학을 당하기도 하는 등 갈등이 격했던 걸로 안다. 비단 기업 재단이 아닌 학교에서도 대학 운영 전반에 기업 논리가 개입돼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서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기업화는 이미 기정사실인 듯한데,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A. 대학 기업화는 1980년대 미국에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의 전파와 함께 급속도로 확산된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대학의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학문공동체가 와해되고 대학의 가치가 훼손돼 왔다. 대학 교수들이 강의보다도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적 연구에 몰두하면서 교육의 질이 저하되었고, 기초학문보다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바이오공학 등 산업 관련 분야만 집중 육성되는 경향이 있다. 교수는 불편부당한 전문가가 아니라 기능인으로 전락했고 대학은 도덕적으로 타락했는데, 교수들이 담배 회사를 옹호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놓고 ‘For-Profit University'라고 부르며 주식시장에 상장까지 하는 영리 목적의 대학도 있는 등 이미 캠퍼스가 자본축적의 장소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은 이러한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있다. 대학 교수들의 대다수가 미국 박사고, 유럽 등 그 밖의 국가나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우는 소수에 속한다. 이렇게 미국문화에 지극히 예속적인 한국 대학들이 미국 대학들의 기업화 경향을 마치 선진기법인 양 받아들여 그 전철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게 사립대 비율이 높아서 고등교육 분야에서 공공성의 위기가 더 심각하게 대두된다. 미국도 사립대 비율은 20% 정도고 주립대와 공립대가 많아 기업화의 물살에서 벗어날 출구가 남아 있는 셈인데, 한국에서는 전체 대학의 80% 이상이 사립대라서 대부분 대학이 꼼짝 없이 기업화의 영향력을 받게 된다.
정리하자면 미국발 기업화의 경향이 한국에 내재된 고등교육기관의 파행적 구조와 결합되면서 최악의 위기가 초래된 것이다.

Q. 그런데 대학에 기업 재단이 들어오는 것을 꼭 위기로만 볼 수 있나. 기업이 대학의 연구 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지원할 수 있고, 조직 운영에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중앙대의 경우도 기존 재단이 부실해 재정난이 심각했고, 두산이 새 재단으로 들어올 때는 우려보다 기대감이 더 크지 않았나.
A. 실제로 두산이 처음 학교에 들어올 때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기업 재단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대학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도 기업이 대학을 지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막상 두산이 들어온 이후, 나를 포함한 일각의 우려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심각한 형태로 나타났다. 기업에 의해서 대학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다. 기업과 대학은 지배구조와 존재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이 상명하달식의 기업논리로 운영되는 상황이 펼쳐졌고, 보편적 진리를 추구해야 할 곳에서 취업에 필요한 전문 지식 전수에 집중하는 상황이 되었다.

Q.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대학이 과거처럼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혹은 유효할 수 있을까? 실제로 커리큘럼이 취업 중심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학생들도 많고, 기초학문이 사장되는 것 역시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려는 이유부터가 참된 학문의 추구보다는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은데, 구성원들에게 그런 요구가 있다면 이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대학의 의무가 아닐까?
A. 대학의 기능이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상적으로 기업화는 대학의 정체성 포기로서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본래 ‘University’라는 말은 보편성을 뜻한다. 대학은 보편성의 이름으로 진리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곳이지, 취업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전달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곳이 아니다. 그런 일은 직업전문학교에서 할 일이지 대학의 역할이 아니다.
또한 취업에 대해서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취업을 위한 교육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보편적 인식과 전문적 식견을 배우다 보면 그 결과로 취업이 되는 것이다. 취업 문제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은 무조건 취업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기보다는 그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되어야 한다. 본래 독일어에서 ‘일(arbeit)’은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적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을 뜻한다. 대학은 어떤 일이 자기 잠재력을 실현하고 더 자유로운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지,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노예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곳이다. 그게 빠져 있기 때문에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많은 불행들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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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희 학생리포터 l jamila@daum.net ㅣ 2010-11-27 (18:36:59)

원문링크
http://www.naeilshot.co.kr/news_yuninews.asp?id=yuninews&mode=view&idx=363&page=1

* 사진은 윤성민 학생리포터. 바이라인이 빠졌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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