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기획] 대학기업화, 방향을 묻다 대학내일

- 대학기업화, 방향을 묻다540호



고려대의 경영진단 발주 소식에 학내가 시끄럽다. 대학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 지부는 기획예산처장과의 면담 후, 고려대 경영진단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경영진단은 2010년 10월 1일부터 2011년 2월 28일까지 5개월에 걸쳐 경영컨설팅 기업을 통해 실시된다. 8억여 원을 들여 의뢰한 외부 컨설팅 업체인 ㅇ사는 2009년 구조조정으로 한바탕 소란을 겪은 중앙대가 조직 진단을 맡긴 업체다. 기획예산처는 “외부기관에서 평가를 받으면 자가진단과는 다르게 객관적으로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며 경영진단 실시 이유를 밝혔다. 경영진단의 방향은 크게 ▲학문 단위 경쟁력 진단 ▲행정조직운영체제 개선 및 인사시스템 개혁 ▲차세대 정보 시스템 구축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력’ 위해 대학을 컨설팅, 법인화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문단위 경쟁력 진단’의 결과로, 고려대도 중앙대처럼 학문분야 개편으로 인한 학과 통 폐합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의 추측이 돌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에는 인문학의 위기와 더불어 문과대학의 학과 통폐합에 대한 근심어린 글들이 올라왔다.
고려대의 경영진단 추진 소식에 학생들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었다. 유지영씨(정치외교학 06)는 대자보를 통해 “돈 되는 학문만 육성하려는 학교의 일방적인 경영 컨설팅에 대해 학내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영주씨(경영학 05)는 “경영진단이 꼭 학과 통폐합과 관련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경영 진단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서울대 단과대학 학장 및 전문대학원장 등 학장단 12명은 지난 15일 국회를 방문해 서울대 법인화 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정부가 2009년 12월 11일 제출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본회의 이전 단계인 상임위원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다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대학을 법인화하자는 논의는 1987년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추진 의지가 드러난 것은 현 정부가 대선 공약에서부터 이를 내세우면서부터다. 국립대학 법인화의 논지는 대학 경쟁력 강화에 있다. ‘획일적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대학의 자율권을 훼손하면서, 교육의 질과 대학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교육부에 예속적인 국립대학의 인사 및 재정운영에 자율성 부여를 통해, 교육의 개방성과 유연성, 효율성을 제고하기 시킨다는 것이 국립대를 법인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이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매번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었다. 국립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국립대학의 설치 근거를 질문한다. ‘국립대학은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설치한 정부의 부속기관으로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인데, 이를 법인화하면 정부의 대학 운영에 대한 재정지원이 축소됨에 따라 등록금이 인상되고 대학이 수익사업에 골몰하면서 교육의 질 제고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기업인재 만드는 대학, 나쁘지 않다? 
삼성그룹이 학교재단인 성균관대의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이하 반도체공학)은 ‘삼성 취업으로 이어지는 관문’으로 인기가 높다. 반도체공학은 과학인재 40명, 논술 통한 일반학생 40명 등 수시에서 80여명, 정시전형에서 일반전형으로만 총 39명을 선발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 학생에 따르면, 선발된 인재는 1학 때 수학, 물리, 화학, 양자역학,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공부하고, 2학년 때 회로설계, 프로그래밍 심화(알고리즘, 자료구조), 반도체 기본을 배우게 된다.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통한 반도체 설계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교수 lab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4학년은 3학년의 연속인 동시에 졸업 작품으로 시스템 반도체(핸드폰CPU, 디지털TV 수신칩 등)같은 본인이 설계한 졸업 작품이나, 논문을 준비하며 석사 급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는 ‘삼성과 학부에 대한 오해는 이곳에서 발생한다’고 얘기했다. 이러한 커리큘럼을 마친 인재가 삼성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인재를 만들기 위한 학부’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가 설명하는 반도체공학의 혜택의 진실은 이렇다.
“입학하는 학생은 삼성이 아닌, 국가로부터 ‘이공계장학금’을 받으며, 연구지원비로 2학년 수료 시까지 매달 50만원씩 지원을 받는다. 2학년 과정을 마치고, 삼성 입사를 선택하면, 해당자는 추가로 월 8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삼성 입사를 거부하고, 다른 진로를 공부해도 된다. 실제로 입사를 희망하지 않고, 의전원이나 다른 진로를 공부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단, 삼성 입사를 선택할 경우 졸업 후에는 2년간 의무적으로 삼성전자를 다녀야 하며, 전공 관련 대학원 진학은 삼성이 연계해준 미국 대학원, 삼성전자 사내대학원, 성대 반도체 대학원으로 가야하는 조건이 붙는다. 또한 삼성 입사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그동안 받은 지원금을 물어줘야 한다.”
한편 두산그룹은 2년 전 중앙대 학교재단으로 들어서면서 학생들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학과 통폐합에 반대해 천막농성과 고공 시위를 했던 독문과 노영수 학생이 퇴학처리되는 일도 있었다. 내부에는 아직까지도 기업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 교지 회수 사건을 겪은 강남규 중앙문화 편집장(정치외교학 09)은 “대학은 기본적으로 열린 학문을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낸다는 교육 방침에 대해 “본질적인 학문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는 폭력적인 요구”라고 일갈했다. 구조조정 등 일련의 개혁 조치가 일단락된 현재 중앙대 내 여론의 중지는 “학교 발전을 위한 과도기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경 경영학과 학생 두 명의 이름으로 법학관에 붙은 대자보에는 ‘비효율적인 학문단위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했던 부분이며, 중앙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학교-재단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겨 있었고 그 여백에는 ‘공감!!’ ‘멋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자치권 축소에 따른 불안감은 있지만 재정 확충이라는 반대급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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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희, 양상준, 전혜지 학생리포터 l jamila@daum.net ㅣ 2010-11-27 (18:33:48)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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