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숙명여대 특강 <사람이 사람에게> 카타르시스 상자 - 응원

오늘, 학교에 김제동이 왔다 :D 마침 공강이어서, 당연히 강의를 들으러 갔다.
예상했던 바대로, 500석 규모의 중강당이 가득 차고 통로와 양 복도도 미어졌다. 나도 가운데 통로에 앉아서 들었다.
말 그대로 빵빵 터졌다. 억지웃음, 쓴웃음 짓게 만드는 예능프로그램들보다 백만 배는 더 즐거웠다. 이보다 더 건전한 웃음이 있을까. 안면근육이 이토록이나 이완되도록 통쾌하게 웃어본 게 도대체 언제였지? 간단하게 들은 내용을 갈무리해본다. 필기도구 따위는 필요 없이 들으라고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적어보았다.

애초에 공지된 주제는 <사람이 사람답게>여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진짜 궁금했는데, 본래 주제는 <사람이 사람에게>였단다. 특강 자리 마련하신 교수님과 미스커뮤니케이션이었단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알고서도 그 말이 그 말인 거 같아 굳이 고치지 않았단다. ㅋㅋㅋㅋㅋ 시작부터 빵~ 사람은 누구나의 인생 이야기가 있고, 누구나 자기 삶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는 거라고 했다. 그런 취지의 주제다. 단지 자기가 유명한 코미디언이기 때문에 특강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맥락. 겸손하다, 역시.

- 말을 잘 하는 법? 아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사람들에게 '아는 사람'으로 다가가는 것. 진심을 이야기하기. 정말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유머가 잘 안 되는 법이다.(ㅠㅠ)
그러나 굳이 말을 잘 할 필요 없다. 굳이 모두가 말 잘 하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부담 갖지 말아라.

- 웃음은 '혁명'이다. 일상적인 흐름을 벗어나는 일. 프레임을 깨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프레임을 아예 없애야 한다. 유머는 웃으면서 바닥에 그어진 금을 지워버리는 일이다. 제일 웃긴 사람은 손석희 교수다.

- 표가 있는 곳에 정책이 있다. 20대의 투표를 강조했다.

- 동부이촌동에 집 있고, 차 있고, 서래마을에 전셋집 있고, 독신으로 산다면 죽을 때까지 걱정은 안 해도 될 만큼은 벌어 놨다. 여기저기서 걱정을 많이 해 주니 미안하다고 했다.

- 20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정말 미안하다. 나는 운이 좋은 시대를 타고난 것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을 즐겨라.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라.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라.(캠퍼스 잔디밭에서 제멋대로 술 먹어라! 등록금 냈잖아! - 여기서 나는 마쓰모토 하지메를 떠올린다.ㅋㅋㅋㅋㅋ 아, 정말 매력적이군)
내 그림자를 쳐다보지 말고, 그림자를 끌고 올 수 있는 삶을 살아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중, 이상한 놈이 되어라. 역사는 이상한 놈들이 만들어 온 것이다.

- 틀을 어디까지 깨도 될까?
끝까지 가 보자. 나는 끝까지 가보고 싶다.
남이 이미 만들어놓은 다트판에 다트를 던질 게 아니라, 내멋대로 던지고 나서 다트판을 그려라.
젊음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다. 굳이 여러 의미를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중강당은 시종 폭소. 그러나 나중에는 조금 글썽이게도 되었다. 너무나 열정적인 강연이었고, 정말로 완소인 남자여서.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청중을 향한 배려와 애정이 뚝뚝 묻어나서. 특히 20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는 모두가 숙연해졌다. 또다른, 좋아하는 방송인 이금희 교수님이 오버랩됐다. 난 TV도 별로 안 보고, 방송에 큰 관심도 없지만 이런 훌륭한 방송인들을 볼 때면 괜히 유명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괜히 좌파네 운동가네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건전하고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다. 너무너무 본받을 게 많은 분들이다.

새삼 유머의 힘, 코미디의 힘을 절감한다. 요즘 너무 인상 쓰고 살았나보다.
그는 큰절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조금쯤은 따뜻해졌다.

* 오늘의 어록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니 안경도 벗으면 안 됩니까?"

김제동은 차도남 - 차이고 도로 위에 서 있는 남자

"이렇게 말하면 또 저보고 좌파라고 하겠죠. 제가 강의할 때 왼쪽을 많이 보면 좌파랍니다."

"그때 가서 아니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지금 내 생각은 이래! 어쩔래!"
('나중에 후회할건데'라는 꼰대들의 잔소리에 넘어가 청춘을 저당잡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정말로.)


덧글

  • 안정 2010/11/10 02:02 # 삭제 답글

    진짜 최고였어 그는! 역시 멋진 휴머니스트야.
  • 미운오리 2010/11/10 02:03 #

    그러니까! 동부이촌동에 집도 있고! ㅋㅋㅋㅋㅋㅋㅋ
  • 소박하고도 2010/11/10 09:50 # 답글

    그때 가서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아침부터 엉엉 이네요
    정말 멋진 분 :D
  • 미운오리 2010/11/10 23:23 #

    그러니까요! ㅠㅠ '후회할까봐'라는 노파심으로 현재를 포기해버리면, 정말 후회하게 되고 말 테니까요.!!
  • 닉네임따위 2010/11/11 14:51 # 답글

    오오, 나중에 후회할건데'라는 꼰대들의 잔소리에 넘어가 청춘을 저당잡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정말로.

    ,,
    저도 한번 강의 듣고 싶네요 :0 청춘! 에 있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 미운오리 2010/11/12 01:57 #

    그쵸, 강의 너무 좋았어요. 다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대학만 가면' '취직만 하면' '승진만 하면'... 등등, 유예하면서 살고 있잖아요. 행복은 꼭 미래에만 있는 건 아닐텐데요. 청춘, 힘차게 살아봅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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