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509호 -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달라졌어요 대학내일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달라졌어요

지난겨울, 숙명여대는 ‘학적부 스크랩 파일 유출’ 사건으로 술렁였다. 학교 게시판에 촛불 집회나 용산 참사와 관련된 글을 올린 학우들의 신상정보가 스크랩 된 파일이 학생회관에서 발견된 것이다. 조용히 묻어갈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건 피해학우 중 한 명인 박솔희(숙명여대 정보방송학 08)씨가 용기 있게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학생회만
목소리 내란 법 있나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솔희씨는 자신이 겪은 이 사건을 직접 기사로 작성했고, 이는 인터넷 포탈 3사 메인에 걸리게 됐다. “처음엔 망설였다. 어찌 됐든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글의 힘을 믿었다. “나는 글의 힘, 언론의 힘을 믿었다. 비록 타인에게 지금 잠깐 안 좋은 시선으로 비춰지더라도 안에서 썩는 것보다 드러내서 고쳐지는 것이 훨씬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그녀처럼,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내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교와 사회의 부당한 점을 이야기하거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이 과거에는 학생회나 운동권 관련 학생들만의 영역처럼 생각됐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최근 이슈가 된 고려대 김예슬 학생 대자보 사건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기 시작한 요즘 대학생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데모’ 이외에, 새롭고 다양한 방식을 찾아 목소리를 내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2월 19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교육자율권의 상실을 애도하며 장례퍼포먼스를 벌였다. 같은 달 중앙대에서도 장례식을 치렀다. 학생들은 학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언론이 예산 삭감을 당한 일에 저항하며 ‘언론 자유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로 영정사진에 관까지 준비했다. 또한 지난 달 22일에는 ‘불통의 벽’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중앙대 본관 앞에서 이뤄진 이 퍼포먼스는 ‘불통의 벽을 넘어’라는 문구가 적힌 담벼락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였다. 대학본부가 학내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 학생들이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
주장하며 3보 1배

지난 달 24일 전남대에서는 학생들이 3보 1배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학 대표자들이 모여 진행한 3보 1배 행사는 경영대부터 제1학생회관까지 3번 걷고 한 번 절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달 25일 있었던 학생총회를 학생들에게 알리고,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고자 3보 1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 날에는 ‘우리를 억누르는 것을 뚫고 나오자!’라는 의미로 등록금, 청년실업 등의 단어가 적혀진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보면 ‘요즘 대학생은 죽었다’는 비난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회 이슈에는 의견을 내는 것조차 인색한 특유의 개인주의 또한 여전히 대학가를 지배하는 풍조다. 숙명여대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단과대 폐합 결정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색 시위를 열었다. 학교 내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뜻으로 검은 옷을 입고 등교하자는 취지로 3월 25일을 블랙데이로 지정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도는 낮았다. 김희경(국어국문학 07)씨는 “오늘이 블랙데이라는 것도 몰랐다. 대자보나 대대적인 홍보가 없고, 학생회가 나눠주는 전단지를 자세히 보지 않아 몰랐다”며 “막상 알았다고 해도 검은 옷을 일부러 입고 오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미(경제학 06)씨는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검은 코트를 입고 왔는데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학생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 대해 한희정 교수(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는 “자기성찰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무한한 경쟁 속에서 보내왔는데 대학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학생들이 용기 있게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라며 대학생들의 변화를 환영했다.
고영란 교수(수원대 영어영문학)는 “과거 익명성의 보장 아래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비난만 하던 미성숙한 온라인 문화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성인으로서 비판의식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를 표출하는 것 역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건 반드시 그에 맞는 책임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목소리를 냈던 솔희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손쉽고 빠르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체는 정작 별로 없다”면서 대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매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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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혜 황정호 최언회 최정수 학생리포터 l wooza90@naver.com ㅣ 2010-04-05 (17:41:07)
원문: http://www.naeilshot.co.kr/news_yuninews.asp?id=yuninews&mode=view&idx=289&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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