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놀이 자기탐구일지 2010

놀이터라는 건, 꼭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서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수시 입시가 끝나고 한가한 예비 대학생들도, 그저 잉여 대학생 1인도, 싸우는 연인도, 동네 주민과 산책 나온 치와와도 모두 함께 어우러졌다. 오랜만에 타 보는 그네는 어지러웠지만 기분만은 날아갈 것 같았다.

놀이터에는 꼭 그네가 있어야 한다. 그네가 없는 곳은 놀이터가 아니라 공원일 따름이다. 나란히 앉아서 수다 떨고 병맥주를 들이키고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담배도 한 대씩 나누어 피는 그네가 있는 곳만이 놀이터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우린 그런 곳에서만 놀이터놀이를 한다.

언제였던가? 놀이터놀이를 마지막으로 해 본 것이. 기억나는 건, 몇 달은 지난 것 같은데, 친구의 스쿠터를 타고 친구집 근처에 있는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 KGB를 마시던 장면이다. 우리는 카페나 학교나 공원에서도 늘 비슷하게 마시고 숨쉬고 떠드는 행동들을 했는데 명백하게 놀이터라고 부를 수 있는 놀이터에서 놀았던 건 그 때 일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밤이 늦었고 우린 집에 가기 싫었으며,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그 친구와는 한 달 전 사소한 일로 다투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글쎄, 우리가 다시 그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 듯싶다.)

오늘의 놀이터놀이는 재미있었다. 그네도 시소도 치맥을 먹던 아이들도. 놀이터는 아이들의 아지트였다. 일정한 공간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생활을 별로 해보지 못한 나는 이 아지트 개념의 놀이터가 좋았다. 미소가 선량하고 천진한 호의를 품은 아이들은 스스럼이 없었다. 거리낄 것도 없었다. 아직은 놀이터 주변을 공전하며, 곧 스스로의 궤도를 만들기 시작할 이 푸릇한 소행성들이 大學이라는 프레스에 비뚤게 짓눈려 구깃구깃, 해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또, 놀이터놀이하러 가야지. :)


덧글

  • 징징이 2010/10/20 00:10 # 삭제 답글

    나도 대학이 우리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함.ㅋㅋ아마 바꾸겟지?ㅋㅋ
  • 미운오리 2010/10/21 23:03 #

    난 엄청 바뀌었지 ㅋㅋ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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