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6 <아포칼립토> 영화 리뷰 - 내 인생의 영화들

아포칼립토
루디 영블러드,달리아 헤르난데즈,조나단 브리워 / 멜 깁슨
나의 점수 : ★★★★

리얼리티에 충실한 영화. 생소한 문화를 그리고 있지만 꽤나 공정하게 복원한 듯하다.


2010. 10. 16.
1시. 학교 도서관. 홍은원영상자료관에서


내 취향대로 엄밀하게 굴자면 별은 세 개 반만 주고 싶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는 결코 아니고, 전반부는 상당히 지루하기까지 했다. 표범 발의 추격전이 시작될 때부터는 좀 흥미진진해지기는 한다.

그러니까 빵으로 비유하자면 부드러운 흰 빵이 아니라 딱딱한 통밀 빵이다. 별로 씹지 않아도 술술 목구멍 너머로 흘러가 쉽게 소화되는 그런 인스턴트 빵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오래 씹어야 하는, 그래야만 맛이 느껴지고 소화가 되는 딱딱한 빵 말이다. 때로는 턱이 아플 정도로 열심히 씹어야 먹을 수 있는 통밀 빵은 그러나 더욱 든든하다. 건강에도 좋다지 않던가.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보기 시작했더니 영화가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주제의식이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어려웠다. 그래서 표범 발의 눈에 집중했다. 아내를 구덩이에 감출 때, 두려워하던 아내에게 "내 눈을 보"라던 그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그 맑은, 때로 두려운, 그러나 대체로 당차던 그 눈빛에 빠져들며 집중할 수 있었다.

피가 난무하는 영화는 싫어하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닌 만큼 보기 힘들 정도의 미쟝센은 아니었고, 적절하게 리얼리티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소한 원시 문명(마야문명이라고 한다)을 묘사하고 있지만 과장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리뷰를 쓰면서 검색을 해 보니 이 영화에 대해서 비판도 상당히 있는데, 이는 멜 깁슨 감독의 인종우월주의적인 시각 때문이라나. 영화 시작 전에 제시되었던 ‘문명은 정복당하지 않는다. 스스로 멸망할 뿐. W. 듀랑’ 이라는 문구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한 스페인 함대의 모습에서, 감독은 서구인들이 고대 문명을 정복하고 파괴한 것이 아니라 내분 등으로 인해 스스로 멸망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워낙 백인우월주의적 시각을 지닌 영화들이 많다 보니 나도 약간 의심을 품고 본 것은 사실인데, 오히려 나는 감독의 시각에 공정성이 있다고 느꼈다. 진정한 문화상대주의라면 단순히 서구 문명이 파괴적이고 원시 문명은 평화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분명 원시 부족은 전쟁을 했을 것이고 살인도 했을 것이고... 이들도 같은 사람인데 언제나 마음 속에 평화와 사랑만 넘치겠는가? 내 눈에는 오히려 이 편이 더 솔직하고 리얼해 보였다. 누구나의 마음에는 천사도 악마도 다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의 역사에서 백인들이 저질러온 과오에 면죄부를 주자면 안 될 말이겠지만. 멜 깁슨 감독의 진짜 의도가 뭐였는지는 또 모를 일이지만.)

영화의 제목<아포칼립토>는 '계시'를 뜻한다고 한다.



덧글

  • 2010/10/16 17: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운오리 2010/10/16 19:24 #

    우와, 칭찬 고맙습니다. ^ ^ 간혹 이렇게 칭찬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근근이 이글루질하고 있어요 ㅠㅠㅠ ㅋㅋㅋ 전 오히려 그림그리는 재주가 부러운데! 블로그 이웃 한분이 유럽여행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데, 굉장히 좋아보이더라구요. 그림은 만인공통이잖아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과 그림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이더라구요!! 전 그림에는 소질이 없거든요 ㅠㅗㅠ ㅋ

    여행기도 사실은 끝난건 아니고 이어가야 할텐데ㅋㅋ 글쓰는데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서(이 짧은 리뷰가 한 시간 이상 ㅠㅋㅋ) 장기 보류중이에요 흙흙 ㅋㅋ
  • 2010/10/16 20: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612
57
487525

교환학생 완전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