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쇼핑 리스트 - 네가 쓰는 돈이 너를 말해 준다 자기탐구일지 2010

개장 뒤 처음 가본 광화문 교보 빌딩에는 이런 글귀가 나붙어 있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말은 '네가 쓰는 돈이 너를 말해 준다'라는 이야기로 치환할 수 있을 듯하다. 옷을 별로 사지 않기로 결심한 뒤 나는 옷에 쓰던 돈을 다른 데 많이 쓰고 있다. 매번 자신이 구입하는 품목들, 그 선택적 소비의 사희문화적 속성이 재미나서 매번 흥미진진하게 관찰하는 중이다. 오늘 나의 쇼핑 리스트는?

크래커유어워드로브, 위클리경향, 할인판매하던 노트들, 플래티넘 만년필, 박노해 시인 사진전 도록

만년필을 사기로 하고 광화문 교보에 갔다. 재개장한 뒤 처음 가보는 거라 구경만 좀 하려고 했지만 크래커유어워드로브를 교보에서 만나니 반가워 집어들고 말았고 그 옆에 있던 위클리경향은 커버스토리가 마음에 들어 샀다. 지금 집에 도서관에서 빌려다놓은 책이 거의 열 권이나 되는데 언제 읽을지 걱정이지만 ;_; 오늘은 종일 쉬면서 책 읽는 날로 정해뒀으니까 일단 구입.

만년필 매장 쪽으로 가다가 핫트랙스에서 50% 세일하는 노트를 질렀다. 으하하. 노트는 사 두면 언젠가 쓰는데 예쁜 노트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라서 두 세트를 구입했다.

다음은 만년필. 워낙에 글씨를 못 쓰는데다 요즘 만년필 같은 고급 문구가 트렌드를 타는 듯해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아직 멀기는 했지만 언시에서 손으로 논술 쓸 걱정도 되었고. <대학내일>에서 읽었던 관련 기사를 오려 갔는데 기사에서 추천한 라미와 플래티넘 매대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둘 중 고민하다 플래티넘의 프레피 만년필로 골랐다. 4만원대의 라미 사파리 만년필이 예쁘고 평도 좋았지만 아직 만년필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3천원짜리 프레피 만년필과 사용감에 있어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싸서 만년필 맞냐, 고 묻기도 했는데 매장 언니 얘기가 만년필이 비싼 건 촉의 재질(14K라든지) 때문이고 이 제품은 촉이 별로 좋은 재질이 아니라 저렴한 거라고. 아직은 만년필을 잘 모르니까 일단 싼 것으로 연습해 보기로 하고 손에 익으면 나중에 사파리 만년필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교보문고를 나와 길을 건넜다. 광화문 광장에는 언제나처럼 사람이 많았다. 날씨가 참 좋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타면 학교까지 한 번에 간다. 버스를 타러 가다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알림판이 눈에 띄어 들렀다. 박노해 사진전. 물론 박노해라는 이름에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겠지만,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그저 주말의 오후를 소요하고자 들린 것 뿐이었는데 낯익은 얼굴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인사했다. 반갑게. 명함도 카메라도 없이 가서 아쉬움이 좀 있었지만 사진전은 기대대로 훌륭해 도록까지 사 게 되었다. 도록의 수익금은 박노해 시인의 평화활동에 쓰인다고 했다.

전시는 대개가 흑백 사진이었다. 화려한 컬러 사진이 주는 위압감이나 시선을 빼앗는 매력은 없었지만 잔잔하게 스며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입장료는 3천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어쩌면 다시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 예전에 미술전문잡지에서 보고 오려두었던 페이지들을 훑어봤다. 덕수궁 미술관의 아시아 리얼리즘전이 오늘까지였다. 보고 싶었던 건데, 들렀으면 좋았을 걸. (하지만 이미 너무 피곤해서 무리였겠지 싶다. 요즘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는데 조금만 활동해도 쉬이 피곤해진다.)

오늘 나의 소비 패턴은, 꽤 마음에 들었다. 잡지와 노트, 만년필, 사진전 입장료와 도록 구입. '쓸데없는 데 돈 썼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드니까! (사실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도록 쓸데있는 데만 돈 써도 돈은 항상 모자라긴 하지만...ㅋㅋㅋ)

'나눔문화 생각'은 따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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