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김혜나 책 리뷰

제리
김혜나 지음 / 민음사
나의 점수 : ★★★★

씁쓸했다. 하지만 연신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더 슬펐다.



워낙에 화제작이라 안 보고 넘어갈 수 없던 책이다. 진작에 도서관에서 빌려놓았는데, 바빠서 못 읽고 있다가 반납일이 오늘이라서 어젯밤 펴 들고는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200쪽 정도로 얇은 책이고 쉽게 술술 읽히는 문체이긴 하지만 책 한 권을 통째로 읽어내린 것, 무진장 오랜만이다. 책을 읽느라고 잠을 잊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난 오늘 아침밥을 포기해야 했지만, 도저히 중간에서 덮어지지가 않는 책이었다.

그렇게 벼락치기하듯 다 읽고 났는데, 시원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하고 찝찝한 느낌이다. 왜일까? 분명 소설은, 주인공의 앞날에 비쳐들 일말의 희망을 암시하며 결론맺었다. ...하지만 제리는? 아마 그 애가 맘에 걸렸나보다. 눈을 떠 보니 보이지 않던 그 애.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잡히지 않는, 꿈꾸지 못하는 그 애.

우연히도, 오늘 학교에서 성매매 근절을 위한 영상회가 열려서 잠깐 구경할 수 있었다. 30분짜리 짧은 다큐멘터리인 <오래된 거짓말>은 성매매 여성들이 일종의 '덫'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아니, 그 선택 역시 대개는 진실로 자발적이지 못하다. 애당초 선택지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제리의 삶도 비슷하다. 그는 스스로 호스트가 되기를 '선택'했으나 그 선택은 충분히 자유로운 바탕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소설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스스로 꿈도 없이, 술이나 마시며, 고통스럽게 사는 일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진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강요된 자발성이란 참으로 무서운 폭력이다.


덧글

  • 구루마 2010/10/05 20:30 # 답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광고를 워낙 요란하게 하길래 단숨에 사 읽었던 책이로군요. 제리가 혼자 주절거리는 조언이 너무 뜬금 없어서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하기사 이 책은 그 녀석의 투박한 조언이 주는 메시지보다도, 이 세상 젊은이들, 그것도 밑바닥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 미운오리 2010/10/06 21:47 #

    음, 좀 뜬금없긴 하더라구요 ㅋㅋ 실제로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 이럴까? 싶기도 했고... 근데 배경이 되는 지역이 인천이라고 하니까 좀더 개연성이 생기는 거 같았어요. 진짜 강남에 있는 고급 바에서 일하는, 책에서 말하는 '에이스'들은 좀 다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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