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티켓 주면 연극 볼 줄 알았죠? 안 봐요" - A.O.A 인터뷰 OhmyNews

"공짜 티켓 주면 연극 볼 줄 알았죠? 안 봐요"
[세상을 바꾸는 1천 개의 직업①] 모두가 누리는 예술 꿈꾸는 A.O.A
10.09.08 16:16 ㅣ최종 업데이트 10.09.08 16:16 박솔희 (jamila)
 
모금전문회사, 문화전파사업, 지역화폐 운동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상상이 가십니까? 다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업을 구할 때 다른 꿈을 꾸며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오는 11일 '세상을 바꾸는 1천 개의 직업'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엽니다. 다른 꿈을 꾸며 다른 길을 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행사에 앞서 1천 개의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말>
  
A.O.A(Art Owned by All)의 주요 일꾼들
ⓒ 박솔희

반 년 이상 충청도 본가에 내려가서 지내다가 서울에 돌아오던 날, 새로운 보금자리에 짐을 부려놓은 뒤 기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서울에 있을 때 틈만 나면 서울시립미술관이나 예술의 전당을 찾고, 연극이나 공연 관람도 즐기던 기자. 하지만 공연장, 미술관은커녕 제대로 된 영화관 하나 없는 본가 동네 형편상 부득이 '문화 소외'를 느껴야 했다.

본가에 내려가 있을 때 어머니는 "괜찮은 공연이 있으면 아줌마들이랑 보러 가게 예매 좀 해 다오"라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대학로를 위시한 수많은 공연장에서 날마다 펼쳐지던 것을 충청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전무했다.

나름 광역시라는 대전 역시 형편은 별로 좋지 않아서, 서울에서는 일 년씩 오픈런으로 하던 공연이 하루나 이틀, 길어야 몇 주 동안 내려오는 게 전부다. 그나마 올 여름에는 납량특집으로 스릴러 연극만 몇 편 내려오는 바람에 어머니는 공연 한 편 보지 못하고 무미건조한 휴가를 보냈다.

서울에만 집중된 문화시설, 문화적 '왕따' 당하는 지역민들

기자의 어머니처럼 많은 이들이 주변 여건상, 혹은 경제적 형편상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삶을 보다 풍요롭게 가꾸어주는 문화예술은 모두가 향유할 자격과 가치가 충분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 탄생한 'A.O.A(아오아, Art Owned by All)'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팀이다.

A.O.A는 오는 11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희망제작소 '세상을 바꾸는 1천 개의 직업' 행사에도 참여하는 사회혁신기업이다. 우예진(24), 우예림(29), 문소원(23), 장효정(24)씨 등 네 명의 A.O.A 주축 멤버들을 만나봤다. 팀장을 맡고 있는 우예진씨는 동양화를, 친언니인 우예림씨는 연극을 각각 전공해 A.O.A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연극을 전공했고, 극단 생활을 하기도 했던 우예림(29) 씨
ⓒ 박솔희

- A.O.A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에 원래 관심이 많았나?

우예림 : "동생 예진이와 함께 A.O.A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나는 본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고등학교 때 우연히 연극을 접하고 그로부터 굉장한 희열을 느끼면서 이게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극단에 들어가는 등 연극을 계속 했고,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성격도 더 밝아지는 경험을 했다.

그런데 막상 좋은 공연이 있어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하면 공짜 티켓을 줘도 생각보다 잘 보러 오지 않더라.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나 혼자만 보기는 아까워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A.O.A와 같은 문화 전파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우예진 :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사업을 하고 싶었고 주변에도 많이 말하고 다녔다. 지금 함께하는 소원이나 효정이도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로 예전부터 이런 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내 얘기를 계속 들어서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언니와 비슷하게 나 역시 동양화를 전공해 예술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데 여러 여건상 이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

- A.O.A의 주요 활동 내용은 무엇인가?

우예진 : "A.O.A는 2009년 6월 작은 예술 스터디 모임의 형태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희망제작소에서 '희망별동대'라는 청년 사회혁신기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을 알고 지원했다. 희망별동대로 선발되어 종잣돈 마련이나 자문, 섭외 등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 2일 인천 터미널에서 '터미네이터'라는 행사를 했다.

'터미네이터'는 터미널(Terminal)과 크리에이터(Creator)를 합친 말이다.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도록 하고 한편으로는 인천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터미널에서 미술 전시, 밴드 공연, 티셔츠 그리기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기대 이상으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제 희망별동대로서의 활동은 끝났지만 A.O.A는 계속해서 터미네이터를 이어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고, 앞으로는 인천 외에 다른 터미널에서도 터미네이터를 하고 싶다."

모두가 예술을 누리지 못하는 아쉬움에서 시작된 A.O.A

 
  
A.O.A를 이끌고 있는 우예진(24) 대표
ⓒ 박솔희

- 왜 하필 인천, 그리고 터미널이었나? 인천 말고도 문화소외지역이 많은데.

우예진 : "일단 우리 넷 다, 집이 인천이다. 인천이 서울과 가깝기는 하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아주 달라서, 문화적으로 상당히 낙후돼 있다. 또, 터미널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장소이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은 곳이다. 실제로 터미널에 가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멍하니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 이런 유휴 시간 동안에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터미널에는 의무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에 써야 하는 예산이 배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낭비되는 예산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터미널 입장에서도 반길 일이라고 생각했다. 행사가 끝나면 터미널에서 비용을 지불받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 그런 예산이 편성돼 있나. 터미널 화장실 같은 곳에 별 감흥도 없는 그림이 여럿 걸려 있던 이유를 알겠다. 그런데 행사 준비와 아티스트 섭외에도 비용이 들어갈 텐데, 수익은 나고 있나? 수익이 난다면 금액을 어떻게 사용하나?

우예진 : "터미널에서 받는 돈이 있기 때문에 다행히도 적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수익이 나는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터미네이터를 계속 이어나가면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본다. 수익이 난다고 해도 영리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데 비용을 환원할 예정이다."

남는 시간, 공간, 예산까지 알뜰하게 활용하는 '터미네이터'

  
공학을 전공하는 문소원(23) 씨
ⓒ 박솔희

- 졸업한 우예림씨를 제외하면 모두 아직 대학생 신분이다. 주변 친구들은 다 스펙 쌓기나 취업 준비에 매진할 시간일 것 같은데, 불안하거나 걱정되지는 않나? 기자의 경우 "휴학하고 놀았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던데.

문소원 : "우리라고 왜 스펙을 쌓지 않겠나. A.O.A를 운영하고, 터미네이터 같은 행사를 준비하는 일들이 다 우리 나름대로의 '스펙'이다. 나는 오히려 목표없이 무의미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친구들에게 한 소리 해 준다. 참 걱정된다고, 그렇게 졸업하면 뭐 먹고 살 거냐고. 이미 나의 진로는 A.O.A로 뚜렷하게 결정돼 있기 때문에 막연한 미래로 인한 불안감은 느끼지 않는다."

- 부모님은 이해해 주시나? 대개 부모님들은 자녀가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시지, 사회 혁신 기업을 만들었다고 하면 마뜩잖아 하실 것 같은데.

우예림 : "이미 우리집은 내가 멋대로 경남 진주에 있는 극단에 들어가 버리는 등 놀라운(!) 사건을 많이 일으켜 놔서 이 정도로는 놀라지도 않으신다."

우예진 : "그렇지만 많은 어른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하지 못하시고 '데모'나 되는 양 생각하시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한 번은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터미네이터 때 공연한 밴드의 기타리스트 얘기다. 십 년이 넘게 음악을 해 왔지만 단 한 번도 부모님이 그걸 이해해 주시거나 공연을 보러 오신 적이 없었는데, 터미네이터를 할 때 터미널에 아버지가 공연을 보러 오셨다. 진정성이 있으면 머지않아 더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 아직 어린 20대이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우예진 : "대학생이고, 어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불리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 사업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나면 나이가 어리다는 점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계속 도전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도 나름대로 '스펙' 쌓고 있어요!
 

  
경영을 전공하고 있는 장효정(24) 씨
ⓒ 박솔희

-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장효정 : "우여곡절 끝에 터미네이터 행사를 무사히 진행하고, 천막 뒤에서 무대를 지켜봤다. 그런데 공연하는 무용수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아티스트들이 너무나 즐겁게 공연하고 관객들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고생한 일이 싹 잊혀지는 것 같더라. 행사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데, 다행히도 반응이 참 좋았다.

힘들었던 순간은 특별한 시점이 있다기보다는 아직 A.O.A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과도기의 진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난관에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장효정 : "인천 터미네이터를 정기적으로 지속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터미네이터를 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대부분의 영세 예술가들은 생계의 위협 때문에 예술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술가들이 예술을 전업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또 일이 많아지다 보니 함께할 인재들이 필요한데, A.O.A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트위터에서 @JangHyoJung을 팔로우하고 트윗해 달라. 그 외 응원이나 조언을 담은 메시지도 언제든 환영한다. 예술 스터디도 토요일 아침마다 계속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 바란다."

[강연회] 세상을 바꾸는 1천 개의 직업

일시: 9월 11일 (토) 12시~19시
장소: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주최: 희망제작소
 
프로그램
12:00 등록 및 접수, 사회혁신 기업 한마당
13:00 여는 마당: 김제동 -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
13:40 박원순의 제안 ① - 1000개의 직업 소개
15:40 좋아서 하는 밴드
16:20 박원순의 제안 ② - 1000개의 직업 소개
18:00 닫는 마당: 한비야 -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원동력
 

예매: 인터파크 1588-1555
문의: 블로그 http://blog.makehope.org/1000 / 트위터 @hope4YB / 홈페이지 www.makehope.org


※ 편집부 기획 기사. 지난 금요일에 전화 받고 바로 약속 잡아서 토요일에 서울역 엔제리너스에서 1시간 남짓 인터뷰했다. 개강하고 통 글 쓸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처음 정했던 마감을 하루 늦춰가며 간신히 완성했다.
사실 처음 전화 받았을 때는 좀 주저했다. 개강하고 나서 수업에 수영 강습에 아르바이트로 바쁜 것 외에도, '인터뷰엔 자신 없다'는 속마음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사람 만나는 것, 아이스브레이킹 하는 것이 조금 겁난다. 특히 글쓰는 일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명함을 내밀고, 내 이름을 보고, 어쩌면 내 글을 읽을 사람 앞에서는 조그만 실수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그런 강박관념 같은 것... 인터뷰의 경우, 전화나 문자로 약속을 잡고 만나는 순간부터 인터뷰를 진행하고 헤어질 때까지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되지 않으면 자괴감에 빠진다. 그래서 기자 따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그나마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편집부 박혜경 기자님이 '꼭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으면 거절했을지도 모를 ㅋㅋㅋ 기사. 그래도 내가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청탁하는데 거절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ㅋㅋㅋ 인터뷰는 그런대로 잘 진행됐다. 초반의 어색함을 깨는 게 어려웠는데, 좋은 인터뷰어가 되려면 그런 섬세함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 건전한 친구들로부터 스스로도 감동받았고, 어쩌면 조금쯤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그들의 끈끈한 우정과, 굳건한 뚝심과, 솔직담백한 매력들 때문에.
한동안 글을 못 써서 뇌가 굳은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게 써져서 안심했다. 여세를 몰아, 여행기도 다시 재개해야 하는데.

덧글

  • 오플린 2010/09/09 10:36 # 삭제 답글

    아하!! 그때 그분이 바로!!
  • RAIL路er 미운오리 2010/09/09 20:21 #

    네!! ㅋㅋㅋㅋㅋ 무작정 진주로 내려가버리신 다음에 부모님께 '통보' 했다고 하는군요 ㅋㅋ
  • 조댕 2010/09/10 10:54 # 삭제 답글

    엄청 잘썼구만..뭘...^^
  • RAIL路er 미운오리 2010/09/10 23:46 #

    하핫 ㅋㅋㅋ 하지만 전 더 잘쓰고 싶은걸요 ㅠ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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