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정선 下. 정선5일장, 메밀전병, 은빛억새, 민둥산, 증산 스물한 살, RAIL路 전국일주

'복불복' 단체 투어, 오늘은 내가 이겼다
[스물한 살, 내일로 가는 칙칙폭폭 전국일주 18] 정선 - 下
10.08.12 20:01 ㅣ최종 업데이트 10.08.12 20:01 박솔희 (jamila)
 
  
▲ 정선 5일장 정겨운 시골 장터의 풍경
ⓒ 박솔희

부러 맞춰 온 것도 아닌데, 마침 정선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운이 좋다. 산나물, 약초, 옥수수 등 지역 토산품과 메밀전병, 감자떡, 콧등치기 국수 등 향토음식 같은 걸 주로 파는 정선 5일장은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선다. 관광성수기에는 주말에도 개장하기도 한다.

정선 5일장은 본래 있던 지역 장터를 관광지로 조성한 것이다. 관광열차와 연계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느 시골 동네에나 있는 재래시장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 정선군이 워낙 돈이 많다 보니(그 유명한 강원랜드 카지노가 정선군 사북읍에 소재해 있다) 홍보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외지인들이 섞여들다 보니 시골 장터 고유의 소박함, 담백함은 분명 줄었지만 관광지 특유의 축제마냥 흥겨운 분위기에 구경할 맛이 난다. 어릴 적 가까운 동학사로 벚꽃구경을 가면 꼭 분위기가 이랬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갖가지 주전부리와 하나씩 얻어 먹는 맛보기 음식,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건 엿장수! 다 떨어진 저고리와 바지에 알록달록 색칠한 얼굴로 리듬감 있게 챙챙, 가위질을 하고 있다.

 

  
▲ 감자떡 강원도 지역에서 많이 나는 감자로 만든 떡이 탐스러워 보인다.
ⓒ 박솔희

  
장터 안쪽으로 있던 상설시장
ⓒ 박솔희

  
장터에서 파는 부침과 메밀전병
ⓒ 박솔희

복닥대는 장터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민들레차를 시음하고 있어 마셔 보니 시원하고 향긋해 여름에 마시기 딱이다. 이래저래 몸에도 좋대서 차 마니아로서 한 통 구입했다. 장터 안쪽의 상설 시장에서는 정선 지역의 토속 음식을 팔고 있다. 일행인 모녀 여행자가 메밀전병과 옥수수를 넉넉하게 사서 나눠주었다. 김치를 비롯 맛난 소가 들어 있는 전병을 한 입 베어무니 입 안에 퍼지는 새콤함이 그만이다.

민들레차, 메밀전병... 향긋하고 새콤한 정선의 맛

민둥산역으로 돌아갈 때는 기차를 이용한다. 어차피 모두가 내일로 이용객이니 따로 표를 끊을 필요도 없으니 편리한 셈이다. 전문 여행가이드나 여행사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딱 떨어지게 코스를 짰나 용하다.

장날이라 정선역에는 주렁주렁 보따리를 매단 할머니들이 많다. 역사에 마련된 의자나 바닥에도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열차를 기다리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 일행도 메밀전병과 옥수수를 나누어 먹으며 흡족한 투어의 마무리를 맞는다.

 

  
오늘의 일행 다섯 명이 함께, 민둥산역 앞에서 찰칵!
ⓒ 박솔희

민둥산역에 돌아온 뒤 대학 새내기라는 남학생 둘은 이내 열차를 타고 청량리로 돌아갔다. 나는 모녀와 함께 이따 강원랜드 분수쇼를 구경하러 가기로 한 참이다. 열차 시간을 기다리며 역 주변을 한 바퀴 걸어본다.

해질녘 황량한 산촌 풍경이 서늘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시골 풍경마냥 논밭이 푸르게 펼쳐진 것도 아니고, 천(川)이 하나 흐르는 거 외엔 뭐 암것도 없는 동네다. 이런 데서 살자면 뭘 해 먹어야 하나, 싶을 정도. 아마 가까운 데에 민둥산이 있으니, 그곳을 찾는 등산객들을 상대하여 돈푼이나 벌거나 여행자의 눈에는 띄지 않는 뒷길에 숨겨진 텃밭이 있다거나 할 테지. 탄광이 문을 닫기 전에는 그쪽에서 일들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민둥산역에서 가까운 민둥산까지 가는 길. 옆으로는 시내가 흐르고 있다.
ⓒ 박솔희

민둥산은 은빛 억새의 장관으로 유명하여 가을이면 산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짧으면 한두 시간에서 길게는 대여섯 시간에 이르는 다양한 등산로가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봄직한 곳이다. 촤르르 억새가 눕고 흔들리고 춤추는 가을이 오면 다시 이곳을 찾아 그 은빛 장관을 만나고 싶다. 도토리묵무침과 메밀전병, 옥수수 동동주도 또 먹고 싶다.

'복불복' 동행하는 단체 투어, 오늘은 내가 이겼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새롭게 만날 장소와 사람을 기대하며 설레곤 한다.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스쳐가는 인연이 깊은 우정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어쩌면 운명의 상대를 만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현실은 영화도 드라마도 아니기에 때론 마음에 맞지 않는 동행을 만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여행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쾌해지는 경우도.

여행이란 그 장소와, 그곳의 공기와, 동행과의 그리고 자기자신과의 소통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어디로 떠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가는지도 여행의 기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단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그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엮여든, 모르는 사람들과의 단체 투어는 언제나 복불복. 하지만 오늘 게임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친절하고 소박하고 정 많은 한국 사람 일곱이서 오순도순했던 오후의 여행이다.

 

 
해질녘, 민둥산 봉우리들 사이로 아스라히 흩어지는 구름
ⓒ 박솔희

덧붙이는 글 | 2010년 7월 22일에 여행한 기록입니다. 더 많은 사진과 정보는 기자의 블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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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5일장

느릅나무. 산에서 나는 약재들을 많이 팔고 있다.

그 좋다는 상황버섯!!

그리고 산삼!! 장뇌삼 아니고 진짜 산삼일까?!

메밀부끼미, 랬던가 하는. 이건 먹어보진 않았는데 맛있겠다 ㅠㅗㅠ

희한하게 생긴 나물들

내가 구입한 야생민들레가루. 아직 한 번도 안 끓여먹음 ;_;ㅋ

정선역에서, 다시 민둥산역으로.
이 날 귀찮아서 선크림 제대로 안 발랐다가 다리에 그라데이션 생김 ㅠㅠㅠㅠ
강원도는 산이라 하늘이랑 가까워선지 햇살이 강하다. ㅠㅠㅠㅠ 유념하시길 ㅠㅠ

민둥산역 앞 대로변

역 근처에 있는 엘카지노호텔. 민둥산역에서 발권한 내일로er에게는
이 호텔 찜질방을 50% 할인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1만원>5천원으로 할인된다.
호텔 이름이 이름이다보니, 안에서 불법 도박이 이루어진다는 소문도 무성하다는데 알 수 없는 일.

무무무려 도끼로 장작을 패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다.
진짜 이런 용도의 도끼를 목격한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길가의 민들레. 후후 불어줬다.

민둥산 입구 바로 오른편에 있는 증산초등학교

흠흠, 괜히 어렸을 때 생각 났다. ㅋ

증산역은 아마 서울지하철 6호선 증산역과 혼동이 있어 이름을 민둥산으로 바꾼 거 같다, 고 나 혼자 추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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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생각하는조댕 2010/08/13 16:37 # 삭제 답글

    인상적인 여행기 잘 보고있어..회가거듭될수록 생각의 깊이가더해지는듯..아니 여행이 더해질수록인가?^^화이팅
  • RAIL路er 미운오리 2010/08/13 18:46 #

    고맙습니다 :D 저도 선배 연재 오마이뉴스에서 챙겨보고 있어요. 스마트폰 유저가 아니다보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ㅋㅋ 선배도 파이링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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