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조계종 알바냐고요? 그냥 시간 남는 사람이에요 스크랩을 하자

* 오마이뉴스 보다가 빵터져서 가져왔다 ㅋㅋㅋㅋㅋ 마쓰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의 역습>이 떠오른다. 또한 무지 장기하스럽기도 하다. 재미있다. 그래, 지금이 통일 국토대장정 따위 할 때냐. 강을 지켜야지. 진보에겐 이런 감성이 필요하다, 정말로.

조계종 알바냐고요? 그냥 시간 남는 사람이에요
 
20일간 낙동강 걸은 '잉여 순례단'... "낙동강에 오버랩된 용산과 청계천"
10.08.03 20:56 ㅣ최종 업데이트 10.08.03 20:56 정수근 (grreview30)
 
  
▲ '잉여'들의 기도 '잉여들의 낙동강 공습기'란 이름으로 낙동강 순례에 나선 잉여들이 순례도중에 만난 처참한 광경의 낙동강을 향해 두손 모아 사죄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 정수근

'낙동강 순례'라는 이름으로 올 봄부터 시작된 생명의 강 낙동강을 돌아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봄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라는 이름으로 내성천과 반변천 그리고 상주 일대의 낙동강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지율 스님과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이어왔고, 최근까지도 이 순례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낙동강 전역을 둘러보려는 이들이 순례단을 구성하고 낙동강을 찾고 있습니다. 천주교 수녀와 수사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에서부터 문화예술인 그리고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낙동강을 찾아 4대강 사업의 현장을 둘러보고, 이 대규모 토목사업의 진실을 확인하는가 하면 아직은 파괴되지 않고 살아있는 낙동강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확인하고는 더욱 안타까워하며 이 대규모 생명파괴 사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습니다.

이들 순례단은 다양한 변종(?)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최근 '잉여들의 낙동강 공습기'란 재미있고 재기발랄한 이름을 단 대학생 순례단의 이야기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7월 11일 안동 마애습지에서부터 걷기 시작해서 부산 을숙도에 이르는 낙동강 전 구간의 도보순례를 지난 30일에 모두 끝마쳤습니다. 20일 동안 하루 평균 20km를 걷는 강행군으로 말입니다.

이들 학생들은 스스로를 "스펙 쌓기 열풍으로 대변되는 무한경쟁체제에서 이탈한 나머지들"이기도 하고 동시에 "시간이 '남는' 자들이기도" 한 '잉여인간'이라고 한 후 "먹고 살기 바쁘기에 어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어른들)을 대신해서 "바쁘지 않은 잉여들이 4대강을 지킬 수 있다. 청년 잉여들이 나설 때다"면서 우선 "4대강은 뭐고 4대강 사업은 뭐지? 막든 말든 제대로 알려면 일단 가서 보자! 보려면 제대로 보자. 걸어서 따라가 보는 거다"면서 순례의 길을 나섰던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 20일 동안 낙동강에서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4대강 사업이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왜 이 미친 사업이 강행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 대규모 토목사업을 막을 수 있고, 막아야만 하는지를 기자가 보낸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보내왔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순례 이야기 그리고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그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서면 인터뷰는 '잉여 순례단'을 기획하고 꾸린 이대한(대학생)씨가 대표로 정리해서 보내주었습니다.... 기자 말

  
▲ 낙동강 공사판의 낙조 공사판의 낙조, 자연은 이런 처참한 광경마저 눈부신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잉여 순례단' 노종화

- '잉여들의 낙동강 공습기'란 표현이 재미있고, 그 안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 잉여들이 낙동강을 공습한다는 뜻인데요, 여기서 '잉여'는 잉여인간을 지칭합니다. 잉여인간이란 나머지 인간입니다. 즉, '스펙 쌓기' 열풍으로 대변되는 무한경쟁체제에서 이탈한 나머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저희는 시간이 '남는' 자들이기도 합니다.

저희 '나머지 인간'들이 낙동강을 '공습'하기로 한 것은 4대강 사업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이 문제가 많다는데, 많은 국민들이 이 사업에 반대한다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데도 사업이 강행되는 이유를 고민고민하다가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4대강 사업을 막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걸 알지만, 다들 먹고 살기 바쁘기에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바쁘지 않은 잉여들이 4대강을 지킬 수 있고 지켜야 한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만 한 잉여들이 없다. 젊은 청년 잉여들이 나설 때다. 그런데 4대강은 뭐고 4대강 사업은 뭐지? 막든 말든 제대로 알려면 일단 가서 보자! 보려면 제대로 보자. 걸어서 따라가 보는 거다!"

저희들이 낙동강을 걷기로 한 건, 투철한 사명감이나 이 정권에 대한 불타는 저항의식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이가 없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사명감이나 저항의식이 전혀 없진 않아요. 아마 평균 이상은 되는 듯!) 남는 잉여를 이왕이면 의미 있는 곳에 써먹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또 저희를 통해 더 많은 잉여들이 우리 강에 관심을 갖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잉여의 연대희망'이 아마 저희를 낙동강으로 이끈 듯합니다."

 
  
▲ 뙤약볕의 강행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 무거운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낙동강 순례길을 걷고 있는 '잉여 순례단'의 모습. 이들은 하루 평균 20킬를 걸었다고 한다.
ⓒ 노종화

  
▲ 잉여들의 108배 상주 낙동강변에서 열린 문수스님 추모제에서 참회의 108배를 올리고 있는 잉여들
ⓒ 노종화

- 20일 일정으로 낙동강을 따라 걸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략적으로 코스를 그려준다면?

"저희 잉여들은 안동 마애에서 시작해서 부산 을숙도까지 낙동강을 따라 순례하였습니다. 이중에서 구미 해평∼칠곡 왜관, 대구∼창녕, 밀양∼부산 구포 구간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구간은 전부 도보로 강변을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0km 정도를 걸은 듯합니다."

- 20일 동안 걸으면서 많을 것들을 보고 느꼈을 것 같다. 낙동강에서 무엇을 보았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정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느껴서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이 강행 중인 낙동강에서 '본' 것은 '용산'이었으며 그 위로 겹쳐 '보인' 것은 청계천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공사현장에서 여러 번 보았던 백로 떼의 모습입니다. 백로를 떠올리면 논이나 습지에 혼자 우아하게 서 있는 모습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순례 중에 백로들이 십여 마리에서 수십 마리가 모여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 공사장인 된 구담습지의 백로떼 이미 공사장이 되어 파헤쳐진 구담습지에 백로떼들이 자신들의 거처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잉여들은 이들이 모습에서 '용산'을 본다고 했다.
ⓒ 노종화

구담습지에서는 백로들 십여 마리가 마치 시위하듯 굴삭기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예천 풍양면 우망리 가는 길에선 작은 솔숲에 적어도 오십 마리는 넘어 보이는 백로가 나무마다 십여 마리씩 떼 지어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애처롭다 못해 처량할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백로가 기괴하게 떼 지어 있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4대강 공사로 그들의 서식처인 논이 준설토 적치장이 되고 습지가 파헤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파헤쳐진 습지 위에 생태공원을 짓겠답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생태계를 파괴해 그곳에 평화롭게 살던 백로들을 내쫓아놓고 그 위에 생태공원을 만들겠다니요. 원주민을 내쫓는 뉴타운 사업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소나무 위에 올라선 백로들의 절박함은 망루 위에 올라선 철거민들의 그것보다 더 처절해 보였습니다.

 
  
▲ 이것이 강인가, 사막의 공사판인가? 지금 낙동강 전역이 이렇게 파헤쳐지고 있다. 모래톱이 유명한 낙동강의 모래들이 굴삭기로 파헤쳐져서 인근 야적장으로 옮겨지고, 낙동강은 이렇게 황량하게 남이 있다.
ⓒ 노종화

또 눈으로 직접 보진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훤히 보인 것은 청계천화된 낙동강의 모습이었습니다. 주변의 녹색은 사라지고 시멘트에 갇힌 물. 그리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매혹스러운 야간 조명 아래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국민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전혀 생태적이지 않고 역사와 문화를 깔아뭉갠 서울의 청계천을 많은 시민들이 찾고 또 좋아하듯, 4대강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 현장에서 직접 4대강 사업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해서 순례 이전과는 그 인식 면에서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장에 본 4대강 사업은 어떤 것이었나?

"우선 이 사업의 핵심을 똑똑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보라는 이름의 댐 건설과 준설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뤄지고 있는 보 건설과 준설은 운하를 위한 것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낙동강을 평균 6m 깊이로 준설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파헤쳐지는 강과 강변에 쌓인 '모래산'을 보며 절실히 이해했고, 100m 길이의 수문이 달린 보가 어떤 괴물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왜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운하반대교수모임'이 그 이름을 고수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 "보라 쓰고 댐이라 읽는" 칠곡보의 대단한 위용 저것을 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 오직 이 정권과 그 하수인들만이 저것을 보고 보라 부른다. 그러나 잉여들은 "보라 쓰고 댐으로 읽는다" 했다
ⓒ 노종화

또 무엇보다도 순례를 통해 제가 깨닫게 된 것은 도대체 이 정권이 왜 4대강 사업을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이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 한 가운데에는 분명 '청계천'이 들어앉아 있을 것입니다. 청계천을 추진할 때도 환경 전문가나 역사학자, 시민운동가들의 반발이 심했었지만 불도저처럼 추진하니 결국 시민들도 좋아하고, 결국 청계천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4대강도 똑같습니다. 환경전문가들이나 활동가들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해놓고 나면 청계천처럼 국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씁쓸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가 어긋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 역동하는 낙동강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화려한 조명으로 '광을 낸' 낙동강을 보고 그저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나무숲보다 '아파트 숲'을 선호하는 뿌리 깊은 개발주의가 여전히 한국 사회를 강력히 지배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구요."

- 순례 도중 주말을 이용해서는 도심으로 나가 '낙동강 순례 사진전'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들을 만나 4대강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어떤 반응들을 보였나?

"상주 시내와 대구 월광수변공원, 부산 서면에서 저희 잉여들이 찍은 사진들을 전시했습니다. 보 건설이나 준설 현장 사진도 있고, 저희의 순례 모습을 담은 사진도 전시했습니다. 많은 반응들이 있었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을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잉여들이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잉여들의 낙동강 공습기 사진전을 벌이고 있다
ⓒ 정수근

  
▲ 잉여들의 낙동강 사진전 잉여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직접 10여장의 판넬을 제작해서 걸어두었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강물의 흐름을 이루는 예술 작품들이었다.
ⓒ 정수근

첫째, '이래서 뭐 어쩌자는 건데?'였습니다. 너희가 순례를 하고 사진전을 한다고 달라지는 게 무엇이냐, 어차피 4대강 사업은 진행될 것이라는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반응이 참 많았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땐 사실 참 막막했습니다. 저희의 시간과 노력이 아무 쓸모없는 것인가 하는 우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런 활동을 통해 아예 관심이 없거나 정보를 전혀 모르는 시민들에게 사업의 진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의미라고 스스로 다독였답니다.

둘째, 시민들이 사업의 정체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일단 아예 이 사업에 관심이 없고 전혀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참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상주에서는 유명 관광지인 경천대 바로 앞에 댐과 다름없는 상주보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상주 시민들도 거의 모르고 있었습니다. 상주보로 인해 경천대 백사장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르고 있었습니다. "꿈 같은 소리 하시네"라고 비난한 시민도 있었습니다.

또 4대강 살리기라는 언어 권력을 찬탈당한 이유인지 몰라도, 많은 시민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자신이 살던 동네 지천에서 홍수가 자주 일어났는데, 이를 막으려면 준설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지천이 아닌 본류를 준설한다고 설명하자 아무런 말이 없으셨습니다. 또 보 건설과 준설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준설의 필요성이 강바닥에 모래가 쌓이면 물이 고여서 썩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물을 가두는 보에 대해선 "설마 정부가 썩게 놔두겠어"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진전을 찾은 한 시민에게 '구미' 씨가 자신들이 보고 느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 정수근

셋째, 4대강 사업 반대의 취지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저희가 나눠주는 소책자를 처음엔 거부하다가도 4대강 사업 반대한다고 밝히니 자신도 반대한다며 다시 소책자를 가져간 시민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좋은 일 한다며 힘내라는 격려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이러한 응답 외에도, "조계종 알바 아니냐",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너희 같은 애들은 북한에 가서 살아야 한다"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들었답니다."

- 순례 도중 주말을 이용해서는 도심으로 나가 '낙동강 순례 사진전'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들을 만나 4대강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어떤 반응들을 보였나?

"4대강 사업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공학적, 생태적 문제야 이미 많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잘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잉여들의 생각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잉여들은 워낙 창의적이고 개성이 강한 존재들이므로), 제 생각을 말하자면 4대강 사업 강행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너무 '잉여롭지' 않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잉여들의 하이킥 낙동강을 파내고 있는 굴삭기를 향해 한 잉여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있다
ⓒ 노종화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생계유지가 너무 힘든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확실히 옛날보다는 먹고 살기가 나아졌습니다. 즉, 우리사회의 물질적·사회적 잉여가 많이 쌓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잉여를 누리기보단 더 많은 잉여를 쌓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린 예전보다 훨씬 배부름에도 불구하고 '배부른 고민'은 집어치우고 '배고픈 고민'을 하라고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돈을 버느라 너무 바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배부른 삶'을 넘어 자연과 함께, 또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을 꿈꿔도 괜찮을 텐데, 아직 우리사회는 '배부른 삶'을 너무나도 갈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정치와 문화의 윤리와 아름다움은 '잉여로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간이 오로지 밥벌이만을 추구하고 '잉여로움'을 즐기지 못했다면, 민주주의는 꽃피지 않았을 것이고 예술 역시 발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잉여입니다. 천민자본주의로부터 4대강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와 우리 강토를 지켜낼 진정한 '잉여로움' 말입니다. 최단거리를 고집하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이들에게 최적의 길을 만들어가는 잉여들의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잉여로움이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 것인지 메마른 신자유주의적 인간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것입니다. 지켜보시죠. 저희가 얼마나 별일 없이 사는지를. 그러나 얼마나 재미있게 사는지를."

- 학생들은 이런 문제에 사실 관심이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여들의 낙동강 공습기'란 멋진 이름으로 먼저 순례 여행을 떠나본 선배 '잉여'로서 아직 현장에 가보지 못한 친구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사현장에서 포클레인의 몸짓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어릴 적 바닷가에서 놀던 때가 떠올랐어요. 모래사장에 인공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모래를 파내고 수로를 내던 그 장면과 공사현장이 겹쳐졌죠. 백사장에 모래를 파고 수로를 내면 원하는 대로 물이 차 들어와요. 그러나 잠시뿐이에요. 파도로 인해 수로는 망가지고 모래저수지 바닥으로 물은 새어나가죠. 그 경험을 통해 전 어렴풋이 치수의 어려움을 깨달았었죠.

 
  
▲ 모래 놀이? 대형 굴삭기로 중무장한 MB정권이 지금 낙동강에서 잠시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노종화

물론 어린애가 모래 저수지를 만드는 것과 국가가 치수 사업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겠지요. 그런데 사실 그 '차이'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설계,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에요.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사전 조사와 설계, 시뮬레이션 모두에 문제가 있어요. 마치 어린애가 모래 저수지를 만드는 것처럼 설계와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해요. 물의 힘이 얼마 만큼인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시절 건설한 연천댐 붕괴 사건이 분명히 보여주죠.

그럼에도 공사는 여전히 강행되고 있어요. 물론 이렇게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바로 보가 붕괴되고 홍수나 침수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죠. 86년에 완공한 연천댐도 10년이 지난 96년과 99년에 두 차례 붕괴했었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소한 우리 젊은 세대는 이 4대강 사업의 '결과의 시대'(period of consequences)에 살게 될 것이란 사실이에요.

앨 고어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에서 인류는 '결과의 시대'(an period of consequences)에 접어들었다고 말해요. 지난 수백 년 동안의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된 잠재적 위험 요소들이 21세기 들어 지구온난화로 분출할 것이란 뜻이죠.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젊은 세대는 지구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결과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휴유증이라는 특수한 결과까지 감당해내야 할지도 몰라요. 낙동강 거의 전체 구간에서 엄청난 양의 모래를 퍼내고 8개의 댐을 세우고 있는 현장을 직접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작업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왔어요. 굳이 4대강 사업 때문에 우리 세금으로 갚아야할 어마어마한 빚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 잉여들의 간절한 기도 "결국은 이 사업의 결과는 우리들의 몫, 이 미친 사업을 반드시 막아내게 해주세요"라며 간전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잉여들
ⓒ 노종화

그런데 그 '결과의 시대'를 감당해야 할 우리 젊은 세대의 목소리는 그리 크게 울리지 않는 듯해요. 물론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구조적인 조건이 있긴 해요. 스펙 쌓기 열풍이 불고, 표현의 자유가 급속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젊은 층이 4대강 사업 저지 전면에 나서긴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러나 어렵더라도 우리는 나서야만 해요. 우리가 바로 그 '결과의 시대'를 살아갈 세대이기 때문에 말이에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수백년 전으로 돌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순 없지만 한반도 환경재앙을 일으킬 4대강 사업은 아직 막을 수 있어요. 우리에게 결과의 시대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피해야 할 것이에요.

- 이후 함께한 잉여들과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만, 많은 잉여들이 '잉여잉여 했던' 시간을 너무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의 잉여로움을 함께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같이 낮잠 잘 수 있는 정자나 하나 누가 지어줬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누워서 뒹굴다 마음 맞고 시간 맞으면 강에나 가보게요.


  
▲ 잉여들이 꿈꾸는 강 낙동강의 한 지천인 회천에서 만난,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다. 잉여들은 회천에서 살아있는 강의 진면목을 느꼈다고 했다.
ⓒ 정수근

  
▲ 재첩을 잡을 수 있는 강 모래톱은 재첩과 같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이런 모래톱이 있어야 강이라 할 수 있다. 부디 낙동강에서도 이런 재첩을 만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잉여들과 함께 빌어본다
ⓒ 정수근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612
57
487525

교환학생 완전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