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든 전쟁이든 질긴 놈이 이기는 거죠 OhmyNews

※ 정말 오랜 시간 머리 싸매고 쓴 기사다. 현장 취재도 취재고, 어떻게 풀어야 좋을지 머리가 어지간히 아팠다. 그런데 편집도 배치도 별로 맘에 들지 않게 됐다. 편집부에서는 알 리 없겠지만 나로서는 며칠 밤 새가며 정성들인 기사였고, 어제 새벽 드디어 송고하고 나서 뿌듯함에 밀려왔기에 '으뜸'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버금'이다. 어제 작은책 노조의 최규화 기자가(영화본 날 아름씨랑 같이 봤던 분이다. 내 러블리 아이템 '됐고 투표' 뱃지는 아름씨가 그날 책 사고서 이 분한테 얻어준거다) 쓴 비슷한 기사가 나가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몇 군데 수정된 문장이 마음에 안 든다. 나는 단어 하나, 구두점 하나에도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다. 사실 이런 게 취향을 굉장히 많이 타는 부분이고, 난 편집부의 편집권을 인정하는 시민기자니까, 뭐 별 말은 않겠고 내 블로그에 올리는 부분만은 내가 기억하는 대로 내맘대로 고쳐야지.(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차이 없겠지만 글 쓴 사람에게는 굉장한 자존심과 만족도의 문제다!)

쌍용차든 전쟁이든 질긴 놈이 이기는 거죠
[인터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카센터를 다녀와서
10.05.26 14:55 ㅣ최종 업데이트 10.05.26 14:55 박솔희 (jamila)
 

이러다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니냐며, 볕 좋은 봄날에 때 아니게 뒤숭숭하지만 진짜 전쟁은 언제나 벌어지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지난 5월 7일, 친하게 지내는 타 매체의 기자가 영화를 보러 가자 했고 별 생각 없이 동행한 나는 마포구 성미산극장에서 <당신과 나의 전쟁>을 공동체상영으로 봤다. 영화는 '전쟁'을 그렸다. 끝나지 않은 쌍용차 투쟁을 그렸다.

쌍용차 투쟁 그린 다큐 <당신과 나의 전쟁>

 
  
▲ 당신과 나의 전쟁 영화 포스터
ⓒ '당신과 나의 전쟁' 공식 블로그
어쩌면 영화는 첫 장면부터 전쟁을 암시하고 있었다. 77일간의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에 참여한 후 징계해고 당한 신동기씨는 이제 정육점에서 일한다. 기름때 묻은 손으로 기계를 정비하는 게 익숙할 그 손에는 하얀 목장갑이 끼워져 있고, 붉은 정육점 조명 아래 시뻘건 살점들이 썰려 나갔다. 하나의 삶터, 지난한 밥벌이의 현장을 그린 그 장면이 내 눈에는 참 붉고 또 붉어 인상적이었다.

평택 공장에서 77일간의 옥쇄파업이 시작된 것은 공교롭게도 2009년 5월 22일. 곧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대한민국은 노란 물결로 뒤덮였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서울광장이 노란 물결로 넘실거렸던 만큼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퍽 외로웠을 것이다.

여름 내 그들은 외롭게 싸웠다. 의약품도 물도 음식도 공급받지 못하고 의사나 가족들조차 파업현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던 사측의 비인도적 처사에 대해서는 대강 들어 알고 있었지만 스크린으로 맞대하는 생생함에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장경찰은 최루액과 테이저건을 살포했고 살의가 느껴질 만큼 주저없이 방패와 곤봉을 휘둘러댔다. '산 자'와 용역직원들로 구성된 구사대는 밤낮 없이 새총을 쏘았고 방송차는 '계도 방송'과 함께 시끄러운 노랫가락을 틀어제꼈다. 노동자들은 씻지도, 먹거나 마시지도 못했고 잠도 잘 수 없었다. 2급 발암물질이 포함된, 스티로폼도 녹이는 최루액을 맞고 결막염과 피부병을 얻어도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전쟁 중에도 부상자는 적군 아군 가리지 않고 치료해 준다던데. 풍요의 90년대에 태어나 전쟁을 모르는 나지만 진짜 전쟁도 이러지는 않을 것 같았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이 싸움은 참말 전쟁이라고 부를 만했다. 한쪽은 죽이려고, 한쪽은 살아보자고. 끔찍한 미장센에 나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지만 꿋꿋히 부릅떴다. 봐야지, 똑똑히 봐야지.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 결코 평화의 세기가 아님을, 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똑바로 지켜봐야지.

전쟁, 그 이후...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언제나 상흔을 남긴다. 길었던 77일, 옥쇄파업은 노조의 패배로 끝났다. 언론에서는 '극적 타결'이라고 떠들어댔지만 내 눈에 그건 별로 극적이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이 싸울 수 있었던 건, 노동자는 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수지타산을 맞추어 이길 수 있는 것만 하고, 돈 되는 것만 하는 기업과 달리 노동자는 피가 흐르고 뼈와 살이 붙어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는 길임을 알아도, 무엇을 선택해야 더 이익인지가 번연히 보여도 사람이니까 지켜야 하는 어떤 것이 있는 법이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준비돼 있었다. 영화를 연출한 태준식 감독과 쌍용차 노조의 김정우 정비지회장이 자리했다. 관객들은 모두 숙연했고 울먹이며 질문하는 이도 있었다. 대화는 예정된 30분을 가볍게 넘기며 늦은 시각까지 이어졌다. 나도 뭔가 물을까 하다 그만두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또한 그게 무슨 의미랴, 싶기도 했다.

 
  
구로구 구로동 506-4에 있는 한성카센터. 쌍용차 수리가 전문이지만 이외에도 전차종 수리 가능하다.
ⓒ 박솔희

그렇지만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에 대해 작은 관심을 표하고 싶었다. 2주 후, 서울 구로동의 한성카센터를 찾았다. 정비지회 노동자들이 투쟁 비용 조달과 생계 대책을 위해 차렸다는 곳이다. 많은 이용과 홍보를 부탁한다며 GV 시간에 명함을 나눠주었던 거다.

나는 차가 없고, 앞으로도 쭉 없을 예정이라 차 끌고 가서 엔진오일 한 번 갈아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그냥 지하철 타고 찾아갔다. 구로역에 내려 구로구청 방면으로 한참을 걸었다. 길은 어렵지 않았으나 골목에 있다보니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해고노동자들의 생계 대책 '한성카센터', "투쟁은 노동자들의 자존심"

 
  
한성카센터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영훈 씨
ⓒ 박솔희

크지 않은 가게의 사무실에 들어가 앉자마자 내 멋대로 궁금한 것들을 쏟아냈다. 해고노동자 김영훈(53)씨가 답해주었다. 이미 여기저기서 한참 취재해 갔다면서, 처음에는 머쓱해 하셨지만 조리 있는 답변은 기대 이상이었다.

- 무작정 투쟁만 이어가기보다는 가진 기술을 살려 가게를 차린 것,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 가게에서 나는 수익은 전부 투쟁 비용으로만 쓴다고 들었다. 가망 없는 투쟁을 계속하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다른 먹고 살 길을 찾는 게 낫지 않은가? 쌍용차 경력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는 이들도 많은데 여러분은 이렇게 작지만 번듯한 가게까지 차리지 않으셨나. 왜 이렇게 힘든 투쟁을 지속하려 하는가?


"사실 경제적인 것만 생각하면 그 얘기가 맞다. 하지만 투쟁을 지속하는 건 복직 때문만은 아니다. 나만 해도, 복직이 된다한들 내일모레면 정년퇴임이다. 차라리 애초에 명예퇴직을 했으면, 그 퇴직금이 정년까지의 월급보다 많았을 사람도 있다.

투쟁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해고가 부당했기 때문이다. 왜 해고를 당해야 했는가, 우리는 모른다. 사측은 고과점수니 뭐니 운운하지만 누가 일을 잘 하고 못하는지는 서로 다 아는 것 아닌가. 사측에 의한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해고였다.

특히 우리 정비 쪽은 (옥쇄파업 당시) 자신의 해고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오기고, 후배들을 위한 것도 있다. 우리가 여기서 계속 싸우고 있으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덜 잘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안쪽에서도 나름대로 고생이 심하다. 그리고 혼자라면 못 싸웠을 거다. 여럿이 같이 하니까 할 수 있지. 노동자로서의 자존심, 동지애, 이런 것 때문에 계속 투쟁하게 되는 거다."

- 투쟁을 계속할 때 가장 걸리는 게 가정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측이 자꾸만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하고. 본인은 계속 싸우고 싶어도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고뇌가 크지 않나. 가족대책위처럼 함께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 싫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눈 딱 감고 사측에 동조해버리는 이들도 있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 그것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잠이 하도 안 와서 일부러 술을 좀 마시고 들어가기도 한다. 1년
동안은 그냥 쉰다고 생각하고, 그간 벌어놓은 거 조금 까먹으면서, 그렇게 아껴서 살자고 했다. 버는 게 없는데 도리가 있겠나.

집에선 잘 얘기 안 한다. 아내는 갱년기 우울증이 와서 그렇잖아도 힘들어한다. 자꾸 얘기 해봐야 뭐하겠나. 내년부터는 정말 뭐라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우리들끼리도 집안 얘기는 서로 잘 안 한다. 서로 어렵고 아픈 부분이니 안 건드리는 거지. 파업 끝나고 이혼한 사람도 있다. 다 힘들다."

가정 얘기가 나오자 김영훈씨의 눈가가 아련해진다. 나는 괜히 철딱서니 없는 질문을 꺼냈나 민망해했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둘 있다는 김 씨. 딱 우리 아빠 뻘인데.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 오전 7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투쟁 일정이 계속 있다. 이 지난한 싸움이 끝날 날이 과연 올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비록 협상이 불리하게 끝났어도, 이 끈질긴 용사들에게 패배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굉장히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들은 노동자로서의 자존심을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뜨거운 동지애로 무장해 아직도 싸우고 있다. 결국 전쟁은, 다 질긴 놈이 이기는 거다. 

 
  
한성카센터 내에서 자동차를 정비하고 있는 모습
ⓒ 박솔희

덧붙이는 글 | <당신과 나의 전쟁>은 일반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으며, '공동체 상영'의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 공동체 상영 일정과 직접 공동체 상영을 개최하는 방법 등은 공식 블로그 77days.tistory.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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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thy 2010/05/26 16:52 # 삭제 답글

    기사 열심히 썼는데 배치가 맘에 안 들면 정말 속상하죠. 특히 편집 마음에 안 들면... ㅠ
    요즘 국내가 꽤 시끄러운 거 같던데 이래저래 이슈가 많아서 배치가 생각보단 낮게 나왔을지도 모르겟네요. 그래도 버금이 어디인가요! 기사 잘 읽었어요 :)
  • 미운오리 2010/05/26 17:16 #

    선거도 있구요. 어제 관련한 비슷한 기사가 하나 나기도 해서- ㅠ ㅋㅋ 전 대인배니 초연하려구요.(읭?)
    Ruthy님은 호주에서 재밌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 해외리포트 같은거 쓰세요 ㅋㅋㅋ
  • 2010/07/25 03:36 # 삭제 답글

    솔,ㅋㅋ 멋진 기사네
  • RAIL路er 미운오리 2010/07/25 09:28 #

    훗 ㅋㅋ 고마웜 히히 나도 쓰고나서 참 흐뭇했던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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