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문장 훔치기

노스탤지어는 기억하는 것보다는 잊어버린 어떤 것에 대한 동경에 좀 더 가깝다. 그건 때때로 과거의 어떤 불쾌감마저 지운다. 그 때문에 부다페스트 태생의 마르크시즘 미학자 루카치는 이런 멋진 서문을 남길 수 있었으리라.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그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런데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조국인 헝가리로 돌아가 모국어 작품을 쓰길 바랐던 산도르 마라이를 또다시 망명자로 내몬 건 루카치였다. 1948년 헝가리의 공산 독재정권 시절 루카치에게 보수주의자, 부르주아 작가라는 오명을 얻은 마라이는 또다시 망명길에 오른다. 그리고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별없는 짓이다"라면서 아흔 살에 망명지 캘리포니아에서 권총 자살을 할 때까지 41년 동안 다시는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열정>의 헨릭과 콘라드가 다시 재회하게 된 것도 41년 만이었다는 사실.

- 김경,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252-253p.


덧글

  • 어벙씨 2010/05/12 12:57 # 삭제 답글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그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 그러니 종종 무지와 맹목에도 감사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기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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