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비튼전, 다큐멘터리, 월디페, 이태원 자기탐구일지 2010

금요일. 예술의전당에 가서 <세실비튼-세기의아름다움> 사진전을 봤다. 어쩌면 굉장히 서구적인 기준일테고 편협한 것일 수 있겠지만 그냥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거다. 그냥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람 심리. 그래서 잡지에서 소개글을 보자마자 오픈한 지 갓 일주일된 이 전시를 꼭 보고 싶었다. 나는 오드리햅번과 비비안리가 특히 좋았다. 고전적인 미인들이라서일까. 마음의 짐이나 어설픈 도덕관념 같은 걸 내려놓고 보니, 그냥 예쁜 게 예쁘더라. 마릴린먼로가 손가락에 새를 얹고 있는 사진은, 하나 팔면 사오고 싶을 정도였다. 장당 5천원인 전시 포스터와 도록 말고는 별로 기념품 할만한 것들이 없어서 사지는 않았다. (자세한 전시 리뷰와 사진이 요기잉네?)


그리고 강남에서 예전에 인권법률 캠프에 함께 참여했던 친구들을 만났는데, 간단히 밥이나 먹자는 취지였지만 뭔가 애매한 시간에 만나게 된 데다가 다들 잉여로워서?ㅋㅋㅋ 함께 성미산극장에 갔다. 아름씨랑 보기로 했던 영화 <당신과 나의 전쟁>. 쌍용차 다큐다. 이런 류의 영화는 얘기만 많이 듣지 사실 극장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잘 보기 어려웠는데, 아무튼 아름씨 만나는 겸 해서 보게 되었고 어느 정도 관심 갖고 있는 친구들도 함께여서 기회가 좋았다. 80분짜리로 들었던 영화는 그 이상 이어졌고 GV까지 해서 10시가 넘어 파장했다. ㅜㅗㅜ 그래도 아름씨랑 간단히 맥주에 골뱅이무침을 하며(아름씨는 막걸리가 먹고싶댔지만 근처에 마땅치가 않아서) 간만에 연애세포가 부활한 나의 연애상담을 했다. 아름씨는 무서운녀자다. 우히히. 우리는 버스를 거꾸로 탔고 한참 삽질을 한 후에 결국 택시를 타고 홍대입구역에 가서 헤어졌다. 난 2호선을 타고 왕십리로 갔고 아름씨는 아마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들어갔을거다.

피곤한 친구를 데리고 나와 왕십리의 단골 타로카페인 드뷔시산장에 갔다. 1시에 닫는 곳을 12시 반이 넘어 들어갔지만 난 꼭 타로를 봐야 했다. 타로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나는 신이 나서 떠들며 따뜻한 녹차라테를 마셨다. 우리 말고도 단골손님들이 여럿 있어서 2시에 우리가 나올 때까지 가게는 열려 있었다.

친구 집에서 수다를 떨다 자고 다음날 아침 여의도 월드비전 본부를 찾았다. 올 여름엔 내가 고등학교 때 참가했던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의 기획과 준비로 바쁠 것 같다. 첫 모임이었고 6월 중순에 재학생들이 방학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준비한다고 하여 그 때 되면 아예 서울에 올라와서 지내야 할 듯. 오랜만에 보는 동생들과 아직은 좀 낯선 2, 3, 4기 아이들이었다.

세계시민학교 봉사는,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게 뻔해서 무조건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고민되는 지점이 있어 한참이나 경연쌤을 붙잡고 이야기했다. 내가 아직 한참 어리긴 하지만 요즘 여기저기 다니며 사회생활 비슷한 걸 하면서 나이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새내기 대학생들과, 그리고 중고등학생들과 어울리는 게 나로선 너무 어색하다. 속을 터놓자 동생들은 "언니, 우리가 어색해?"라며 미안해지는 소리를 했고 너무 소중한 3박 4일을 공유했던 그들을 깊이 신뢰하지만(그래서 솔직하게 고민을 터놓을 수 있었는데), 나는 어쩌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싫다거나 유치하다거나 우습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 그냥 왠지 낯이 설다. 그리고 난 요즘 '보통 대학생'들이랑 어울리는 걸 조금 힘들어하고 있고, 중고등학생들은, 나아지고 있지만, 원래부터 어려워했고. 나원참, 웃기는 여자일세-

교만하고 위험한 생각일 수 있는데, 솔직히는, 굳이 뭔가를 깨뜨리고 도전하고 노력하고 싶은 마음 별로 없다. 그냥 난 지금 생활이 행복하고, 지금 나의 관계맺는 방식이 만족스럽다. 나는 활동가도 아니고 시민운동가도 아니다. 어쩌면 그냥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가진 소시민, 어쩌면 그냥 에고이스트, 나르시시스트 그정도고 그래서 누가 날 비판한다 해도 알 바 아니다. 아,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이기적이어 보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지금 자기자신을 지키는 데 온 에너지를 다 쏟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내가 봉사자들 중에 가장 연장자가 된다는 게 극히 오글오글하다. 요즘 어딜 가면 대개 제일 막내인데, 누군가를 챙겨주고 보살펴줘야될 거 같은, 어쩌면 쓸데없이 오만한 생각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냥, 개성껏 사랑하고 친구가 되어주면 충분한데. 또 동생들이 예전의 나를 기억하고 대표자를 하라는 둥 언니는 빨리 출마해야한다는 둥 하니까 오그라들어 죽겠다. 도대체 내가 3년전에 무슨 소리들을 그렇게 지껄였던지. 으으으. 어쩌면 조금 부끄럽고. 지금 내가 너우 안이해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냥 그때 너무 설쳤던 거 같아서 부끄럽다. 밖을 향해 자꾸 무언가를 외치던 나는 지금 자신의 소리를 경청하느라 입을 닫고 있다. 어쩌면, 나는 정말 작아졌다. 하지만 나의 내면은 그 때보다 더 커졌고 행복하다. 그래서 이 변화가 나로선 합리화가 된다.

어쨌든 세계시민학교 봉사에 임하는 나의 마음자세에 대해서는, 좀더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머리로는 답을 알겠는데, 이게 가슴까지 가는데는 좀 시간이 걸린다.

이런 고민들을 안고 마포구청역으로 향했다. 한강공원 난지지구,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축제 World DJ Festival ! 이 얘기는 사진으로 갈음한다. 추후 기사도 써야 하고, 따로 포스팅 예정.

월디페는 정말 핫했다! 신나게 놀다가 오랜만에 Y에게 전화해봤는데 이태원 간대서 우리도 12시에 택시타고 이태원 넘어갔다.(!) 이미 너무 지쳐있었기에 나는 핫식스를 사먹었고 예전에 골든벨(!)을 울렸던 그 바에 가서 얼결에 끄덕끄덕 하다가 스미노프 병 깔 뻔했다. 나중에 메뉴판 보니 15만원인가,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 마더 데킬라한테 나 학생임 ㅠㅠ 강조하고 미도리사워를 시켰다. 데킬라가 한 잔 두 잔 들어가자 기분이 완전 업돼서, Queen과 Whynot?을 들락거리며 춤추고 놀았다. Oz 앞에 잠깐 들린 홍석천도 봤다. 그러고 다섯시가 넘어 케밥 사먹고 Pulse에 ㄱㄱ했다! 역시 클럽의 지존은 Pulse니까. 그런데 너무 늦게 들어가서인지 파장분위기여서, 조금 아쉬웠다. 에잉. 이태원에서 논 얘기는,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조금은 조심스러워서 이만. 아무튼 킴지 언니는 나한테 서래마을에서 밥사기로 했고 Y는 왕십리에서 보쟀다. 우히히 (보다 생생한 날것의 일기는 미니홈피에서)

밤새고 아침 기차로 집에 돌아왔다. 기차에 몸을 싣자 전화가 왔다. 일할 때 만난 언니. 대전에서 장애인 싸이클 대회가 있다고, 구경 오라 했다. 아쉽지만 오늘은 디스. 으으. 몸이 장난 아니다. 거의 10시간 잔 거 같은데 또 자야겠다. 참 요란뻑적지근하게도 놀았구나. ;ㅂ; ㄲㄲ


덧글

  • 정지 윤 2010/05/10 06:45 # 삭제 답글

    흠.. 혹시 나도할수있어 세계시민학교 그거? 그런데 난 아직-_-..대학생이 아니라서.... 굳이 따지자면 반수생인가?ㅋㅋㅋ 아 참 나 한국가기로했엉
  • 미운오리 2010/05/10 12:34 #

    만19세 넘어야될걸 ㅠ ㅋㅋ 그럼 수시준비할거야? 들어오면 보자 :)
  • Ruthy 2010/05/10 12:40 # 삭제 답글

    오랜만이에요 :) 해외에 있어서 오랜만에 들어와보네요 ㅋㅋ 저도 한때 인간관계로 힘들어할때 관계맺기 방식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무리하게 바꾸려고 난리였는데, 결국 얻은 결론은 그런건 정답이란 없고 자기한테 가장 편한게 최선이라는거 ㅋㅋㅋ 저도 여기와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냥 제 식대로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매번 공감하고 갑니다^^ 그리고 연애세포 부활하신거(?) 부럽네요 ㅎㅎㅎ 전 언제나 ㅠ
  • 미운오리 2010/05/10 13:04 # 답글

    에휴 그게다 ㅋㅋㅋㅋ 번뇌예요 번뇌 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연애단념자일때가 마음은 편했음 ㅋㅋㅋㅋㅋㅋ
    어떻게 하면 애들한테 도움되는 조언을 해주고, 좋은 본보기가 될수 있을까 쓸데없이 고민해요. 그럴필요 없다는 거, 머리로는 다 아는데-- ㄲㄲ.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받아들이면 될 거 같아요. :)
  • 정지 윤 2010/05/11 08:35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ㅋㅋ고민하는거였어?ㅋㅋㅋ
  • 정지 윤 2010/05/11 08:36 # 삭제 답글

    음.... 언니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충분히 ㅎㅎㅎ
  • 미운오리 2010/05/11 12:47 #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나말이다 ㅋㅋㅋㅋㅋ 쓸데없는 생각들! ㅋㅋㅋㅋㅋ
  • 부러 2010/05/23 19:45 # 삭제 답글

    전시장 저도 갔었는데 오드리햅번 머리핀이랑 진주 목걸이 샀어요^*^
  • 미운오리 2010/05/23 23:12 #

    앗! 제가 갔을 땐 없던데! 예산이 안맞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인가??! 오드리햅번 진주목걸이라면 하나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ㅂ; !
  • 전요 2010/05/24 12:50 # 삭제 답글

    저는 어머님이랑 아버님 모시고 함께 갔어요. 음악회에서 공연 보고...
    밥먹고 전시장 둘러보고 나왔는데
    영화 DVD도 팔더라구요.
    아버님이 좋아하실것 같아서 "시저와 클래오파트라"사드렸어요.
    저는 EBS에서 명화보여줄때 봤는데 이렇게 소장용으로 DVD가 나오니깐 좋더라구요^*^
    목걸이는 저도 봣는데, 그게 후에 들여 놓은 거더라구요. 담수 목걸이가 너무 예쁘던데. 나중에 한가람 미술관 갈일 있음 사볼려구요..
  • 미운오리 2010/05/24 12:53 #

    흙흙 개관 1주일만에 설레발치며 갔더니.. 이런 것이 얼리어답터의 비애인가욤 ㄲㄲ
    부모님이랑 같이 다녀오셨다니 좋아보여요. 어른들이 그런 것 관심 없어 보여도 막상 가면 좋아하시더라고요. 신경좀 써야겠어요. ㄲㄲ
  • 난봤어넌봤니? 2010/05/24 17:42 # 삭제 답글

    지금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서 세실비튼 빈티지 사진전 하잖아요.
    저도 초대권이 생겨서 친구랑 보고 왔는데
    안에서 설명을 해주시더라구요. 남자분이시던데. 설명듣고 보니깐 더 재미있기도 하고..
    ㅋㅋ
    거의 다 흑백 프린트이던데 흑백은 인화하기가까다롭데요.. 50년이 지난 세월에도 변함없이
    세세하더라구요.
    사진으로 직접 살돈은 정말 없구. 빈곤해서리..(모던프린트 값이400만원..헋!)전 그래서 포스터 4개를
    사가지고 집에 왔는데 아트샵에 있던 비비안리 사진이 눈에 어른거리더라구요...
    스탭분이 그러시던데 비비안리는 초상권이 있어서 사진이나 현수막 인쇄가 안된다던데..
    아트샙에는 비비안리 사진이 액자로 해서 팔리고 있더라구요.
    외국에서 프린트해서 수입해 드려온거라 가격은 어느정도 있지만 전시장 안에 있는 빈티지 사진보다는
    저렴해서 사고 싶더라구요.
    우리 집 카페 테라스에 비비안 리가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있으면 정말정말 황홀 할 것 같더라구요.
    하.. 세실비튼 이름만 보고 참 생각이 나서 긴글 씁니다.
    꾸벅
  • 미운오리 2010/05/24 18:36 #

    저는 따로 만든 브로마이드도 아니고 전시 포스터를 그대로 갖다가 5천원에 파는게 빈정상해서 안샀는데ㅠ ㅋㅋ 제가 갔을 땐 설명도 없었어요. 예전에 사라문전때는 설명 좀 들었는데 이번엔 평일에 가서 그런지 설명해주시는 분이 아예 없던 - 아 난 정말 타이밍을 잘못맞춰 갔구나. ㅠㅗㅠㅋㅋ
    링크해주신 주소 보니 사진들이 다 있네요! 불펌좀 해야겠어요 ㅠㅗㅠㅋㅋㅋ 그걸로라도 ㄲㄲ
  • 호홋 2010/05/30 13:30 # 삭제 답글

    도슨트는 매표에서 말하면 바로 붙여줘요..
    전시 도슨트가 무료니,, 더 좋다는
  • 미운오리 2010/05/30 13:39 #

    그, 그렇구나! 그건 정말 큰 메리트인걸요. 전 혼자 가서 그런 부분은 생각도 못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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