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걸판의 통일극 <원샷> 리뷰 :D 공연 리뷰

(오플린님과 약속했던 리뷰입니다. ㅋㅋ 며칠 걸려 올리는 것 치고는 꽤 허접할테지만... 아시다시피 골든벨의 후유증이 심해서... ㅋㅋㅋ)

공연 너무 잘 봤습니다. 미리 리플렛과 보도자료를 보고 가서 대강 어떤 내용인지는 알았는데요, 기대한 바대로 훌륭했습니다. 재미있었구요.

진짜 빈말로 재미있었다는 게 아니라, ㅋㅋㅋ 대학로에서 왕왕 연극을 보는데 웬만한 대학로 연극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무조건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한, 개콘 웃찾사나 다름 없는 연극이 꽤 많거든요. 연극이란 기본적으로 일종의 유희이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천박한 개그코드의 반복은 별로잖아요.

극단 걸판은 많이 알려진 것도, 상업성이 높은 것도 아닌데 개그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 감동했습니다. 사상만 완고했지 매력없는 집단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성의없고 준비되지 않은 퍼포먼스도 많이들 하고. 반면 매력적인 것들은 대개 거대자본의 하수인 경우가 많구요. 일단 공연의 속 의미나 이런 것을 떠나서, 재미가 있었다는 것에서 별 세 개 먹고 들어갑니다. 진보는 섹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오플린님이 등장하신 ㅋㅋㅋ 군대 장면부터가 본격적으로 웃겼습니다. 투쟁국장, 문화국장 얘기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운동권 문화를 잘 모르는 요즘 대학생들 일부나(학교마다 문화 차이가 있겠지만요) 대학에 가지 않은 이들은 잘 이해를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하철 선전전이나 뭐 그런 장면두요. 아마 연극을 보러 온 이들이 대개 진보적 성향을 띤 것으로 짐작하는데요(애초에 '통일극'이기에), 걸판의 관객 타겟이 계속 이쪽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좀더 상업성을 갖추기 원하거나 할 때에는 추후 약간의 손질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저에게는 이 운동권 대학생들에 대한 풍자가 너무x100 재미있었습니다. 쓰러질 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쩜 저렇게 판에 박은 듯 똑같을까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오늘날도. 총학생회, 몸짓패, 통일선봉대, 지하철 선전전, 가난한 청년학생(임을 외치면서 골든벨 울린 ㅄ인증 here... 아직도 좀 슬퍼서... ㄲㄲ), 노숙인, 부랑자나 '전도녀'와 다름없는 운동권의 실상... 사실 저는 운동권에 살짝 발가락만 담갔다 뺀 입장인데, 그 현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아주 우스우면서도 통쾌했답니다. 그런데 한창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이들이 봤다면 운동가들을 희화화했느니 뭐니 말을 많이들 할 거 같긴 하네요. 어차피 운동권들은 연극 같은거 보러 안 오니까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을 듯하지만요. ㅋㅋㅋㅋㅋ

옴니버스극이라 그런지 뭔가 뚜렷한 결론이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아무래도 많은 영화나 연극은 내러티브가 중심이잖아요. 그런 데 익숙하다보니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거지? 통일 하자는 건가?'라는 의문이 조금 들었습니다. 역시 옴니버스극의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어수선했던 점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초반에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좀 쌩뚱맞달까요? 장면장면이 '통일'이라는 코드로 이어져있긴 하지만 좀 연결고리가 느슨합니다. 첫 장면이 유난히 쌩뚱맞았는데요, 그래도 뒤에는 좀 연결되는 면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남한 군인과 북한 군인이 각각 등장하는 장면은 꼭 이어져야 할 것이었고요. 통일선봉대의 청년학생이 '제대한 지 얼마 안 돼서'라고 한 것 등 짧은 대사 한두 마디가 장면장면을 이어줬습니다. 단지 개그로서만 기능한 것은 아니었어요. 좀더 장면장면들의 연결고리를 강화한다면 더 짜임새 있는 극이 될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음, 하지만 전 연극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선무당 사람 잡는 소리는 그만하겠습니다 ;ㅂ; ㅋㅋㅋ

어쨌든 별점으로 치면 5개 중에 4.5개 정도는 주고 싶네요. 극단 걸판의 소개대로, 가장 민감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싸구려가 아닌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정도의 건전성에 이 정도 퀄리티를 갖춘 극단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요? 다음에 또 공연 소식 있으면 또 주변 사람들 조직해서 달려가겠습니다. :D

p.s. 공연 끝나고 현장에서도 설문지 같은 걸 쓰긴 했는데, 바로 쓰려니 머리가 안 돌아가서 거기엔 별로 쓴 것도 없네요. 나중에 같이 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생각한 부분도 더 있고, 차분하게 되새기면서 쓰니까 어떻게 써지네요. ㅋㅋㅋ

p.s. 2 캄보디아 여행으로 6일 저녁 출국합니다. >ㅗ< 갔다오면 바로 또 알바에 매인 몸이 되기에, 지금 아니면 못 쓸거 같아서 짐 싸다 말고 휘갈겼습니다. 8,9일에는 인천에서 또 공연이 있다고 했고, 또 뭐 있다고 했는데. 오플린님 이 포스트에 공연일정 트랙백 좀 ㅋㅋㅋ


이글루스 가든 - 하루한번 정부까는 가든

덧글

  • 오플린 2010/04/06 11:32 # 삭제 답글

    어이쿠! 이런 장문의 디테일한 관극 후기를!!!!!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저희가 지난 5년간 전국을 다니며 현장 공연을 많이 했는데(작년에는 138회 ㅋ)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극장 공연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그때마다 달려와(?) 주시면 정말 고맙겠네요 하하하! 캄보디아라!! 오리님의 행보는 정말 종잡기가 어렵군요 언제는 이태원 언제는 전주 언제는 캄보디아라 ㅋㅋㅋ 대단!! 많은거 보고 느끼고 돌아오시길!!! (그런데...정말 민망한 질문이지만... 트랙백이 뭐죠?...저희 4월 공연 일정은 4월 8~10 인천의 아트홀 소풍에서 '원 샷' 4월 13~~~5월달까지 보건의료노조에서 '추노' 4월 23~25 일까지 제주도의 평화 마당극제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 요렇게 잡혀있습니당)
  • 미운오리 2010/04/10 23:26 #

    ㅋㅋㅋ 아 네이버 기준으로는 엮인글쓰기 인가? 그게 트랙백일거예요 ㅋㅋㅋ
    오늘 새벽에 귀국해서 하루종일 죽어있었습니다 피곤하지만 엄청나게 재밌었다는 ㅋㅋㅋㅋㅋ
  • 정지윤 2010/04/10 11:12 # 삭제 답글

    아니 언니는 왜 문자도 안하구 이거 업데도 안하는것이야? 어디 간거임?
  • 미운오리 2010/04/10 23:25 #

    맨 아래줄을 봐주렴 캄보디아에 있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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